책으로 본 노무현…"미안해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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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본 노무현…"미안해 하지 마라"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2.05.24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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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서거 3주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신상인 기자]

대한민국은 5년 전도 그랬고, 올해도 역시 국민의 반목이 자행(?)되고 있다. 국익이든 개인의 정권욕이든 국민은 주류세력에 의해 분열된 양상을 보인다. 특히 정치와 대통령에 관한 일들에선 국민들은 항상 두 가지로 갈라선다. 이 같은 사태는 추후 거론하더라도 그 중심에 선 대통령은 어떤 사람일까?

역대 대통령의 면면을 한 단어로 정리해 봤다. 박정희는 ‘경제개발’, 김영삼은 ‘군정종식’, 김대중은 ‘남북화해’, 노무현은 ‘지역주의 극복’, 이명박은 솔직히 현 상태로 보면 잘 모르겠다. 그 외 전두환, 노태우는 거론 안 하는게 좋을 듯하다.

 
국민들의 반목과 질시의 원인은 어쩌면 ‘지역주의’ 탓이 가장 심할 수 있다. “미안해하지 마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3주기를 맞아 지역주의를 극복하려고 노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시작했으며, 그러한 생각을 어떻게 유지 했는지. 몇 권의 책으로 찾아봤다. 그리고 이 글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노 대통령이란 표현보다 필요에 따라 그냥 ‘노무현’이라 하겠다. 그게 더 친숙해 보인다. <편집자 주>

『노무현입니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인간 노무현의 미공개 사진으로 꾸며졌다. 이번 3주기는 노무현 대

▲ 노무현입니다,정철/장철영(2012년) ⓒ바다출판사
통령 삼년상을 탈상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도 하다. 따라서 노무현에 대한 미안함과 추억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 노무현이 꿈꾸었던 나라를 어떻게 고뇌했는지, 무엇을 위해 세상을 향해 소리쳤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작고 볼품 없었던 사람이 기분 좋으면 술 한잔 먹고, 벽을 만나면 줄담배 태우는 그의 얼굴. 굵직한 선을 많이 가지고 있는 그 얼굴 사진과 걸음을 기억하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은 노무현의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청와대 전속 사진사로 근무한 장철영이 찍은 사진들이다. 그리고 ‘노무현 카피라이터’라고 불리는  정철이 에세이를 썼다.

청와대와 국내ㆍ외에서 찍힌 50만 컷의 사진을 보면 노무현은 시민들과 함께 할 때는 허리 숙여 인사했고, 아이들을 만날 때는 항상 자세를 낮추었다. 근무 중인 경찰이나 군인이 경례를 하면 반드시 답례를 했고, 주변에 먹을거리가 있으면 꼭 하나씩 집어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산책이나 등산을 할 때 깔판도 없이 땅바닥에 편하게 앉기도 해 경호관들을 당황하게 했지만, 차차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신년을 맞아 보좌진과 세배를 나눌 때면 이마가 땅에 닿도록 깊이 절을 하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보고서를 넘겨보는데도 내용과 숫자들을 다 기억하고, 각종 발표문을 직접 확인하고 수정하는 꼼꼼한 사람이었다. 그런 노무현을 몇 장의 사진으로 다 알수는 없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얼굴로 읽을 수 있다.

『여보 나 좀 도와줘』 노무현의 고백 에세이집. 고졸 출신의 인권 변호사, 대한민국 재벌 회장

▲ 여보 나 좀 도와줘, 노무현(1994년) ⓒ새터
을 혼쭐나게 한 청문회 스타, 좌충우돌의 인생살이에서의 정치생활과 가족 등 일화를 고해성사를 하듯 털어 놓았다. 마흔 아홉 인생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것이다. 항상 화제를 불러일으켜 왔던 그의 화려한 삶 속에 숨어 있는 너무나도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엿 볼 수 있다.

책이 출판된 해는 1994년. 그로부터 2년전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 했지만 1993년에 민주당 최연소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그런 과정에서 노무현은 이 책을 내면서 권여사를 ‘양숙 씨’라 말한다. 노무현은 어느 인터뷰에서 정치와 아내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아내를 선택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노무현은 고집 센(?) 아내 ‘양숙 씨’와 살면서 언제나 후원자가 돼 줄 수 있는 아내를 울타리 밖으로 불러내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는 꿈이 있어. 나는 꼭 그 꿈을 실현하고 싶어. 정치를 하려면 미쳐야 된대. 여보, 나 좀 도와줘”였다. 
 
『정조와 노무현』 정조는 “모든 개혁은 때가 있으므로 지금은 낡은 제도를 고치고 새로운 것을 만들

▲ 정조와 노무현, 김용관(2012년) ⓒ인물과사상
때”라고 말했다. 정조와 노무현은 각각 개혁을 품은 왕과 시민을 꿈꾼 대통령이다. 인재의 고른 등용을 중시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제의 태동을 지켜보았던 정조, 깨어 있는 시민의 지지를 호소하고 극우 중심인 사회에서 상식이 통하기를 꿈꾼 노무현. 이들 둘은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다 힘든 생의 마무리를 한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세인들 사이에 오르내린다.

시대와 이념은 다르지만 두 인물의 인생과 정치 여정은 ‘평행이론’처럼 닮아 있다. 마음으로는 도덕성에 바탕을 두고 행동으로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꾸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성장 과정, 집권 기간 내내 보수 세력에 둘러싸인 점, 개혁을 추진한 점, 갑작스러운 죽음까지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정조를 치밀한 기획가라고 한다면 노무현은 한판 승부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지도자가 다르면서도 같은 점은 ‘정신적 가치’를 중시했다는 점이다.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면 인기 없는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현실적 인기는 조금 부족했지만 영속적인 진심을 기억하는 마음들이 아직도 두사람을 찾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노무현의 진심이란 지역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는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진보의 미래』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 못다 이룬 민주주의! 힘없는 보통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는 어

▲ 진보의 미래, 노무현(2009년) ⓒ 동녘
떤 나라일까? 고인이 된 노무현이 이 땅의 민주주의와 진보를 위해 남긴 마지막 유산이다. 노무현의 치열한 시민 의식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 책은 국민들이 먹고 살기에 좋은 나라, 특히 힘없는 보통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를 고민했던 구상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노무현은 생전에 이 땅의 민주주의와 진보를 위해 한 권의 책을 엮고 싶어 했지만, 아쉽게도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1부는 그 미완성 원고가 그대로 수록되어 있다. ‘국가의 역할’, ‘보수의 시대, 진보의 시대’, ‘보수의 주장, 진보의 주장’, ‘한국의 진보와 보수’, ‘시민의 역할’ 등 노무현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느낀 문제의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 2부는 ‘진보주의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노무현이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참모진과 학자들에게 구술한 내용이다.

노무현은 “한국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사회적 논쟁의 중심 자리를 차지해야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진보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에게 시련이 닥쳤다. 어둠이 깔린 대통령과 대통령의 주변 상황에 방문객들과의 만남도 끊고 연구에만 몰두했다. 그렇지만 얼마 못가 노무현은 ‘이제 제가 더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 같지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집필 작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짐을 혼자 끌어안고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말았다.

하지만 노무현의 연구는 그렇게 중단되지 않았다. 서거 뒤 연구 모임에 참여했던 참모진과 학자들이 다시 모여 노무현의 고뇌의 흔적을 다시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 내용을 하나씩 더듬어 보고 다시 이어가 노무현이 물었던 주제, 즉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며, 국민 삶을 위해 진보주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했다.

노무현은 책에서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만원 버스’를 예로 들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진보주의자는 차가 아무리 비좁더라도 “같이 타고 가자”라고 말하는 사람이고, 보수주의자는 “비좁다, 늦는다, 태우지 마라”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곧 진보의 가치는 공존의 지혜로 “뒤로 좀 갑시다”라며 같이 타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성공과 좌절』 ‘우공이산(愚公移山)’을 표구하여 붙여놓고 이런저런 일을 시작하던 차에 피의자 신

▲ 성공과 좌절, 노무현(2009년) ⓒ학고재
분이 되었던 노무현. “이제는 일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지난 이야기를 쓰는 일뿐인 것 같다”라고 했다. 서거 전 집필하고 있던 회고록.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는 마지막 남긴 말에서 보듯, 회고록 작성은 막다른 데 이른 대통령의 삶, 그것이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성공과 좌절’이라는 장에서 회고록의 전체 기조를 ‘실패의 이야기’로 잡게 된 심경을 밝혔다. ‘정치를 하면서 이루고자 했던 나의 목표는 분명히 좌절’되었고 ‘시민으로 성공하여 만회하고’ 싶었으나 ‘이제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노무현은 참여정부가 ‘절반의 성공’도 못 이뤘다고 자평한 뒤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개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준비된 조직적 세력도 없이 정권을 잡았고 우리 사회가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개혁을 하려고 한’,  ‘무리한 욕심’이 실패와 오류의 원인이라고 솔직히 토로한다.

또 ‘노무현 정치’가 좌절하게 된 배경에 대해 연정, 지역구도 극복 등 자신의 정치적 실험이 ‘정치적 성공이 아니라 정치 자체를 바꾸려’ 했던 시도였기에 실패했으며 ‘정권은 정당에 있고, 권력은 시민사회에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지역주의에 대해서는 순전히 우연일 수 밖에 없는, 그러니깐 순수하게 경쟁하는 과정에 하필 정치지도자까지 양립하게 됐다는 거다. 그렇게 돼서 남게 된 상처가 국가적인 차질과 국론분열을 극복하지 못한 불행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노무현 평전』 이 책은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남긴 채 떠난 노무현을 조명하는 책이다. “노무현은

▲ 노무현평전, 김삼응(2012년) ⓒ책보세
‘실패한’ 대통령이었을까?” “노무현은 ‘패배자’일까?” 이 평전은 이 두 가지 관점에 주안점을 두고 결론은 ‘역사’가 내리겠지만 먼저 ‘민심’이 말해준다는 데에 저자의 방점이 찍혔다.

‘잘나가던’ 변호사 노무현이 세속의 영달을 뒤로하고 ‘노동자의 벗’, ‘거리의 변호사’, ‘아스팔트 위의 전사’가 된 것은 암울한 시대의 부름이었고, 그를 정치로 이끈 것 또한 시대의 모순이었다. 정치판에 뛰어든 그는 청문회 스타로 떴지만 ‘3당 야합’을 거부함으로써 강고한 지역주의의 벽에 막혀 가시밭길을 걷게 되었다.

시민은 그런 그의 고행에서 정치의 희망을 보게 되었고 마침내 ‘노무현 구하기’에 나서기도 했다. 정치의 기득권 밖, 소수파인 그가 민의에 힘입어 마침내 민주 진보의 독자 진영만으로 처음 대통령이 됨으로써 한국정치사의 신기원을 열었다.

그래서 그의 책무는 더욱 막중했고, 그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자 신명을 다했다. 그러나 수구 기득세력의 집요한 발목잡기와 악의적인 왜곡에다 그 자신의 몇 가지 실책이 겹쳐 그의 정권은 파란을 겪어야 했으며 그는 끝내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는 듯싶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우리 역사상 한번도 ‘시민’으로서 ‘민주적 리더십’을 경험해보지 못한 국민의 오해였고, 진보의 성공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족벌언론의 대놓고 쏘는 견제였다. 그가 퇴임하고 나서 “그 후임을 겪어보고, 수구언론에 의해 자행된 ‘실패의 덧칠’을 벗겨놓고 보니” 비로소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진정한 위인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고 고금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진정한 위인은 대중적이고 사람들이 만지거나 주무르도록 자신을 내버려둔다. 사람들이 그를 가까이 들여다봐도 잃을 것 하나 없기 때문이다.

또 위인은 알면 알수록 사람들이 그에 대해 감동하게 된다. 그는 자신보다 열등한 사람에게도 공손히 몸을 숙이며, 이따금씩  자신을 포기하고 등한시하며 자신의 장점을 간과하기도 한다. ‘사람 사는 세상’ 이란 꿈을 남긴 채 떠난 ‘바보 노무현’. 저자는 그를 기리고 반성할 수 있기 위한 평전을 꾸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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