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석 기초공사 투입예정, 환경단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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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석 기초공사 투입예정, 환경단체 반발
  • 박지순 기자
  • 승인 2010.02.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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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LNG 생산기지 기반공사 무엇이 문제인가
강원도 삼척시 호산항 일대 대형 국책사업인 LNG생산기지 건설이 환경재앙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삼척 LNG생산기지 건설 공사는 예상 공사비 2조8,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로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올 3월에 공사가 시작될 것이란 보도가 지난 1월 지역 언론에 보도되자 지역민들은 숙원사업이 실행되게 됐다며 반가워했다. 그러나 곧바로 접안 시설을 갖춘 기지건설의 기초 지반을 다지기 위해 수백만 ㎡의 암석이 투여되는데 석회광산의 ‘폐암석’을 사용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환경 시민단체들이 환경재앙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폐암석’이란 채굴된 석회석 중 시멘트를 제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덩어리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석재다. 문제의 핵심은 이 폐암석이 LNG생산기지 건설에 투입될 경우 백화현상이나 적조, 수온 상승 등 심각한 바다 오염을 야기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석회석은 화학적으로 탄산칼슘(Caco3)으로 표시된다. 탄산칼슘은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물을 만나면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화면서 물에 녹는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량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은 이제는 상식에 속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 삼척시가 석재를 채취하기 위한 임야 개발을 허용하지 않자 가스공사가 대안으로 '폐암석'을 쓰기로 해 환경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시사오늘

 
석회석 바다에 들어가면 이산화탄소와 반응

새롭게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거의 유일한 곳이 바다라는 사실이 최근 연구결과로 밝혀지고 있다. 지구상에 이산화탄소의 발생이 급격이 증가된 계기는 18세기 산업혁명이다.
 
학계의 발표에 의하면 산업혁명 이후 증가한 이산화탄소 중 대기에서 관측되는 양은 43%에 불과해 57%는 식물에 의해 제거됐거나 바다에 흡수됐다고 봐야 한다.

산림에 의한 이산화탄소 제거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 산림파괴로 인한 이산화탄소 증가량과 산림이 흡수한 이산화탄소의 양이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연구결과에 의하면 발생했다 사라진 57%의 이산화탄소 중 바다에 녹아들어간 것의 양이 무려 48%에 이른다. 바다가 이산화탄소 초과발생량의 절대적인 처분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녹아있고 계속해서 이산화탄소 함유량이 증가할 바다에 탄산칼슘인 석회석이 투입되면 오랜 세월 자연 상태에 적응하던 석회석은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되면서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호산 바다 지킴이’, “LNG 저장탱크 무너질 수도 있다”

외부에 노출돼 있는 상태에서의 폐석회석(폐암석)은 잘 농축된 덩어리 형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바다에 투입되면 잘게 부서지고 표면적은 덩어리 형태로 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증가한다.
 
만일 폐암석으로 기반 공사를 한 위에 LNG 저장탱크를 올리거나 부대시설 조성공사 등의 대형 구조물 공사를 할 경우 이로 인한 압력과 열량이 발생해 물리적 변형이 가속화되는 환경이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LNG 저장탱크가 기울어 쓰러질 수도 있다.

‘호산바다지킴이’ 권현구 대표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저장탱크가 무너질 위험이 있는데도 시행사인 가스공사에서는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가스공사가 폐암석 사용으로 인한 다양한 위험 가능성을 배제하고 단지 몇십 년에 수 밀리미터의 침몰만을 예상하는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것은 수조 원을 들인 첨단 시설을 갖춘 국책사업의 기초를 쌓는 자세가 아니며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울산원자력발전소도 폐암석으로 호안축소를 하려다 안전상의 이유와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공법을 바꾼 사례가 있어 삼척 LNG생산기지 건설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그는 지질분포 상 삼척 주변에 충분한 화강석이 매장돼 있어 굳이 폐암석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가스공사가 폐암석을 사용해 공사를 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척 주민들 식수 문제도 악화시킬 것 뻔해

권 대표는 삼척시 주민들의 식수 문제 개선을 위해서도 폐암석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삼척시 주변 지질의 상당부분을 석회암층이 구성하고 있어 삼척시민들은 수돗물을 직접 식수 및 생활용수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해 나노여과막을 이용 ‘부드러운 물’ 공급에 지난 해 162억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썼다고 한다.
 
▲ 석회석의 부산물인 '폐암석'이 바다에 들어가면 백화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사진은 백화현상이 진행 중인 한 하천의 모습.     © 시사오늘

 
이런 사정이 있음에도 폐암석을 LNG생산기지 건설에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환경 오염원을 이동, 제공하려는 저의로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권 대표는 “석회광산의 폐암석도 산업폐기물의 한 종류고 이런 폐기물을 바다에 투여한다는 발상은 지역주민 및 환경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반증하는 사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일부에서 제기하는 시멘트회사와 가스공사 간의 유착관계가 의심된다”며 “부질없는 의혹을 사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동남부권 시멘트업체인 동양시멘트와 쌍용자원개발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수십년 간 광산개발을 하면서 나온 석재 중 재질이 시멘트 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폐암석을 광산 주변 폐토장 등에 쌓아두고 있다. 폐암석 분량은 동양시멘트가 8,000여만 t, 쌍용자원개발이 1,300여만 t 분량에 달한다.
 
지역 시멘트 업체와 가스공사 간 유착관계 의혹도

수십 년 간 쌓아두기만 했던 폐암석을 LNG생산기지 건설 공사에 활용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될 시멘트 업체로서는 LNG생산기지 건설 공사를 반길 수밖에 없다. 권 대표가 시멘트 업체와 시행사인 가스공사 사이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이유다.

그는 앞으로 삼척 LNG생산기지 건설 공사에 폐암석이 사용되는 일을 저지하기 위한 계획을 묻자 “젊은 사람 일부만 문제점을 알뿐 지역민 대부분이 시골 사람들이라 모르는 이들이 많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삼척시와 가스공사에 엄중항의 및 시위 집행, 환경영향평가와 산업단지 지정 승인 등 인허가 해당 부처에 탄원 및 재심 요청 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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