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인터뷰①>“北 개입 목적은 북한민주화조직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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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인터뷰①>“北 개입 목적은 북한민주화조직 파괴”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2.08.23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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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운동가의 구금 기간 114일…좌절의 시간, 투지의 시간, 분노의 시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김영환 북한민주화운동가는 남북한 분단체제가 낳은 고독한 혁명가다. 그는 한때 주체사상의 바이블 <강철서신>의 저자이자 주사파 대부로서 NL(민족해방노선)계열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반제청년동맹, 민족민주혁명당 등을 결성해 북한의 주체사상을 전파했던 그가 자신의 사상노선을 바꾼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의 김일성을 직접 만나고 나서부터다. 이후 남한혁명을 꾀했던 시기를 넘어 북한민주화운동에 전념, 북한처형대상 1호로 지목된 상황이다. 중국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과의 인터뷰는 8월 1일 서울 모 호텔커피숍에서 이뤄졌다.<편집자주>

김영환 연구위원과 유재길, 강신삼, 이상용씨. 이들 김씨 일행은 3월 23일 한국 출국 후 중국에서 북한인권운동을 벌이다 3월 29일 체포됐다.

- 어떤 상황에서 체포된 건지.

“우리들이 회의하고 있을 때 잡힌 게 아니고 회의를 마치고 각자 흩어져 있을 때 잡혔다. 저는 택시를 타다가 잡혔고 강신삼씨는 호텔에서 잡혔고 유재길씨는 운동하다가 잡혔고…각자 따로따로 잡혔기 때문에 ‘당신이 잡힌 거 아무도 모른다’ ‘당신은 북한에 보내버리고 우리는 당신을 잡은 적 없다, 이렇게 말하면 된다’는 등 이렇게 위협을 했다. 단순한 위협에 불과하지만 정보기관에서 조사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한테는 엄청난 위협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 중국의 국가안전부에 체포될 당시, 처음부터 묵비권을 사용한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진술을 하다가 자칫 우리하고 같이 일하는 관계자들, 그리고 북한 관련 탈북자들에 대한 신상이 나올 수도 있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한 정보기관, 이런데 잡히면 말 한 마디 잘못해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트는 등의 그런 사례가 많다. 80년대 한국 안기부가 그랬듯이 중국안전부에 대해서도 그런 부분을 우려했다.”

- 중국 정부가 국가안전위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를 알고 있었는지.

“중국 쪽에서는 저한테는 그런 얘기를 안 했다. 영사관에다는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한테는 하지 않았다.”

중국의 국가안전위해죄는 반국가활동을 한 단체와 개인에게 포괄적으로 적용돼온 법 규정이다. 한국의 국가보안법 같은 법 규정으로 혐의가 인정되면 최고 사형 등 중형선고가 내려진다.

“CIA 연계설 사실무근”

- 중국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 단순탈북지원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이런 시각도 많다. 

“우리는 여러 활동을 한다. 단순히 탈북지원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탈북자 돕기, 북한인권정보조사활동 등의 북한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일들을 했다.”

- 체포될 당시, 왜 잡혔다고 생각했나.

“사실 잡힐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 당시 잡혔던 4명 중 한 명이 주목을 받고 있었다. 북한 측이 중국 측에 정보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안전부에서도 우릴 추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애초에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잡혔을 때 아, 이런 이유 때문에 잡혔구나, 직감했다.

(사이) 북한으로 들어간 분 중 한 분이 북한 보위부에 검거가 됐다. 우리가 그걸 알게 된 거다. (생존여부를 알고 있는지 묻자) 최근에 확인은 됐는데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 일각에서는 CIA와 연계된 북한체제전복활동을 하다가 붙잡힌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기도 했다.

“CIA와 연관되었다는 건 전혀 사실 무관이다. (그쪽과는) 비슷한 것도 없다. (사이)북한체제전복은 글쎄요…우리가 하는 활동들은 북한 민족을 위한, 북한 인권개선에 목적이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북한민주화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모든 것을 포함해서 북한민주화를 추구하고 그 중에는 북한체제 전복도 포함된다. 때문에 단순히 체제전복만을 목적으로 해서 활동했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그렇지만 북한체제전복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관성은 어느 정도 있다.”

현재 미국 개입설을 강하게 주장하는 쪽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발행한 ‘최근 북미관계 바로보기-바뀌고 있는 한반도 판을 알자!’에서 김영환 연구위원에 대해 미국의 사주를 받아 북한인권운동을 한다는 의혹을 보낸바 있다.

“영사접견 29일 만에 이뤄진 건 미스터리”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검거되고 나서 얼마 만에 외부에 알려진 건지.

“우리 단체 관련자들은 바로 알았을 것이다. 당일 다른 회의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회의에 나타나지 않으니까 우리가 검거된 게 확실하다, 그 뒤로 우리 단체 사람들이 한국 정부에 당일 날 통보했을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29일에 잡혔으면 한국정부는 29일 혹은 30일에는 알았을 거다. (사이)언론에 보도된 것은 50일 정도 지나서였다.”

- 그런데도 영사접견이 너무 늦게 이뤄졌다.

“그러니까요. 아직까지도 그게 미스터리다. 원래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구금된 지 7일 이내에 영사관에 통보해주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정부 측은 '국가안전청에서 접근을 거부해 접견할 수 없었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사이)영사접견권 안의 협의사항이 어떻게 규정되어있는지 과연 그런 게 정상적으로 보장되어 있다면 잡힌 지 29일만에야 영사접견을 한다는 건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

정확한 날짜로 따지면, 김영환 연구위원의 영사접견은 4월 26일에 이뤄졌다.

“말이 29일이지, 웬만한 조사나 웬만한 가혹행위 이런 것은 한참 지날 수도 있는 기간이다. 정말 한국정부가 얘기한대로 중국정부가 거부해서 영사접견이 이뤄지지 않은 거라면, 한중 협의사항이 근본적으로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한국외교부가 임무를 잘 못했다는 것이 된다. 둘 중 어느 쪽이었든지 간에 개선해야 하는 것은 명확하니까 분명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접견이 이뤄지지 않았던 29일이라는 기간 안에 한국 국가정보원에서도 무슨 일인지에 대해 조사를 벌였을 것 같다는 기자의 얘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씨 일행이 한국으로 귀국한 날은 7월 21일이다. 이들은 체포된 지 114일 만에야 풀려났다.

“구금 114일…좌절감, 투지, 잔혹한 고문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 질문이 좀 이상할 수 있는데 114일간 의식의 흐름을 말해줄 수 있는지.

“처음에 잡혔을 때는 잡힌 것에 대한 당황, 그 다음은 우리 조직망이 파괴될 수도 있겠다는 좌절감, 이런 게 제일 컸었다. 그들의 부당한 수사, 우리의 전략파괴를 목적으로 맞서겠다는 투지, 잔혹한 고문에 대한 분노, 이런 게 많았다.”

김 연구위원은 귀국 3일 후인 7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문 받은 사실에 대해 폭로했다.  고문은 구금된 후 4월 10일경부터 시작됐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가장 고통스러웠던 고문은.

“제일 고통스러운 것은 아무래도 전기고문과 6일간 연속으로 잠 안 재우기였다. 잠 안 재우기는 일반인들이 감을 잘 못 잡을 수 있는데…고문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봐도 4일 초과해서 연속으로 잠 안 재우는 것은 사실 굉장히 위험하다. 과거 안기부에서 고문 받을 때도 가장 오랫동안 잠을 안 재운 것은 4일이었다. 그걸 초과해서 안 재운 적은 없었다. 그 당시 안기부나 기무사나 경찰 수사를 받은 사람들에게서 4일 초과해서 잠 안 재우기를 했다는 얘기 또한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상상이 안 간다. 어떤 방법으로 잠을 안 재우는 건지.

“평소 조사할 때는 일반적인 의자에 앉혀놓지만 잠 안 재우기 고문을 할 때는 시작할 때부터 가로 세로 높이 25cm 정도의 아주 작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으라고 한다. 거기 앉아 있으면 다리가 엄청나게 저릴 뿐 아니라 엉덩이도 아프다. 그런 곳에 앉혀놓고 조금이라도 …1초라도 조는 듯한, 혹은 졸린 것 같은 기색이 있으면 아주 짧은 시간에 갑자기 심한 소음을 낸다. 주변에서 "컹!" 이런 소리를 내서 잠을 확 깨우게 한다. 또는 몸을 순간적으로 아주 일시적으로 강한 충격을 줘서 놀라게 하는 등 교대를 하면서 그런 식으로 잠을 못 자게 한다.”

“전기곤봉을 살에 갖다 대면 탁탁 소리가 났다”

- 혹시 환상 같은 것도 보이나.

“글쎄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환상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극도로 쇠약해졌고 오락가락 생각도 잘 안 나고 기억도 잘 안 나고 그랬다.”

- 전기고문의 경우 “살타는 냄새가 났다”는 기사 내용을 접했다.

“전기충격을 계속 반복적으로 준다. 우리가 순간적으로 감전됐을 때 느낄 수 있는…(사이) 그러니까 그런 충격이 계속 반복된다. 문제는 그런 충격만 있는 게 아니라 전기 고문을 당할 때 작은 화상도 생기고 살이 타는 냄새가 난다. 전기충격기는 전기곤봉으로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본적이 없을 거다. 한국 안기부에서 고문당할 때도 그런 전기충격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전기곤봉을 살에 갖다 대면 탁탁 소리가 났다.

여름에 전기로 모기나 하루살이를 잡는 거 있지 않나. 거기에 붙으면 탁탁 소리가 나는데, 전기곤봉에서도 그런 소리가 난다. 그러면 청각적 위압감이 든다. 그 사람들이 의도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살타는 냄새도 후각적인 공포를 주는 작용이 되는 것 같다. 이중삼중으로 그것도 사실 노렸을 것이다. 전기충격이 주는 복합적인 충격, 압박. 그런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을까.”

김 연구위원은 얼마 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그를 정밀 검진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측은 “(김영환씨는) 고문 이후 강한 두려움, 무기력감, 수치심과 더불어 주변의 책상이나 벽을 부숴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과 분노감이 지속됐다고 진술했다”며 “4월말에 구치소로 이동한 이후에도 고문에 대한 반복적이고 침투적인 생각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평상시에는 하지 않던 생각들을 의도적으로 반복하고 지냈다”고 전했다.

“북의 목적은 북한민주화운동조직의 파괴”

- 북한이 개입되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목적은 무엇이라고 보나.

“궁극적인 목적은 북한을 대상으로 한 인권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을 한 개인이나 조직을 파괴하는 게 목적이라고 본다.”

- 중국 공안이 고문과정에서 협박할 당시, "김일성 100주년 생일선물로 북한에 보내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실 가능한 얘긴지.

“국제적인 관례로 볼 때 거의 불가능하다. 저 같은 경우는 그런 것에 동요하고 이런 것은 없다. 그런데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를 잘 모르는 사람들 경우는 엄청난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 사람들이 여러 가지 버전으로 위협을 했는데, ‘당신이 잡힌 거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한 것도 그 중 하나다.”

- 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식 사회경제발전 등에 많은 연구도 했고, 호의를 보였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배신감 같은 것은 들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분노를 하고 있고 그런 것이 많이 있다. 이제까지 한 번도 중국에 대해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적도 없었고 반중적인 발언도 한 적이 없다. 실제 그 사람들이 그걸 다 알고 있다. 저에 대한 각종 자료를 다 뒤지고 배후조사를 했기 때문에 다 알고 있었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가혹하게 대한 건데…그런 것에 대한 분노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분노와 공식적인 정책 노선 이런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 (사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한다.”

- 중국 측에서 고문한 것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런 식으로 계속 일관한다면 뚜렷한 해법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온다면, 그럴 가능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들이 자체적으로 24시간 취조실 상황을 계속 녹화하는데, 누군가 돈 벌 목적으로 몰래 빼돌려놨다가 외국 언론에 팔아먹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조사관 중 한명이 양심선언을 하는 경우다. 그런데 이런 건 자기 목숨을 거는 거니까 가능성이 낮다.”

김영환 고문사건 논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밝힌 고문 폭로는 한중간 관계를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한중간 갈등이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적 교류를 넘어 사회정치적 교류까지 확장, 자국민의 안전강화의 발판을 마련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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