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의 세상만사> ‘참배정치’를 통해 본 대권주자의 진정성 엿보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박동규의 세상만사> ‘참배정치’를 통해 본 대권주자의 진정성 엿보기
  • 박동규 시사평론가
  • 승인 2012.09.25 1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동규 시사평론가)

최근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과 함께 유력후보 3인의 피를 말리는 접전과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역대 대선과 비교하여 이번 대선 후보들 간에는 흥미 있는 정치행보, 즉 ‘참배정치’가 큰 관심거리로 등장하면서  언론들은 각별한 의미 부여와 후보별 차별화된 행보에 대한 평가를 쏟아냈다.

역대 대선후보들은 주로 현충원을 방문하고 방명록에 자신의 의지와 결심을 기재하는 ‘조상에 대한 의례적인 신고식’으로 첫 출발을 했다. 그런데 이러한 관행에 먼저 파격을 가한 것은 박근혜 후보이다.

그는 예상치 못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이어 영부인 이희호 여사 예방까지 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김해 봉하묘역까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이를 두고 ‘국민통합의 정치’ 로 부각시켜 여론과 지지율 상승효과로 연결시켰다.

문재인 후보 역시 현충원을 참배했지만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은 찾지 않았다. 대신 그 이유에 대한 명확한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권위주의 체제로 고통을 주고 인권을 유린한 정치세력이 과거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면 박 전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것”이라고…. 정통민주당과 개혁진보세력의 중심으로서 당연한 정치 행보이자, 역사의 퇴보를 가져온 ‘가해자’까지 조건 없이 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결연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문 후보 역시 이후 지지율은 거침없는 상승곡선을 이어갔다.

안철수 후보는 한걸음 더 나아가 무소속 후보답게(?) 광폭행보에 진보, 보수 진영 모두가 의아할 정도의 ‘참배정치’를 보여주었다. 김대중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이어 박태준 전 총리 묘역까지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역사에서 배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정파 구분 없이 역사의 공과도 모두 안고 가겠다는 의지표명이었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역시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대통령 후보의 일정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후보와 그 소속 정당의 정체성과 지향점, 지지층의 여론까지 고려한 고도의 정치행위이며 후보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세 후보의 전략적 의도가 담긴 이번 ‘참배정치’ 행보가 각 후보의 지지율 상승의 결정적인 요인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참배정치의 행보’에 대해 정치지도자의 ‘진정성과 가치지향의 일관성’을 눈여겨 들여다 볼 여지는 있다고 본다.

박근혜 후보는 알다시피 유신정권에 대한 그의 가치 지향성과 판단은 줄곧 부친으로서의 ‘아버지 박정희’가 아닌 ‘한 시대를 구한 구국의 정치 지도자로서의 박정희’라는 가치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질 못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러하기에 소위 ‘광폭행보’, ‘ 광폭 참배정치’는 진보 개혁진영, 중도층을 향한 구애의 몸짓, 보수집단에 에워싸여 유연성조차 상실했다는 ‘불통 박근혜 이미지 불식 행보’의 의미가 더 크다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혁당사건에 대한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촉발된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자, 이제서야 과거사에 대해 ‘한번 정리하고자 한다’고 밝혀 자신의 정치행보나 잘못된 역사인식에 대한 비판이 있다면 언제든지 표를 얻기 위해 ‘역사’를 표심에 맞게 ‘다시 정리’해보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지난 24일 결국 과거사(5.16, 유신, 인혁당 등)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결단(?)을 내렸다. 박 후보에게 있어서 자신은 박정희시대가 옳다고 생각하는데 모두가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고 하니, 대선승리를 위해선 입장을 고수할 수도 있고 다시 쓸 수도 있다는 그야말로 ‘내 맘대로 사관(史觀)’ 이라는 또 다른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사과’에 대한 진정성은 향후 행보를 통해 또 다시 평가될 것이기에 지켜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안철수 후보는 여야, 진보, 보수층을 넘나드는 갈등과 분열 없는 새로운 정치차원의 ‘참배정치’를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는 야권 단일후보를 염두해둔 대권출마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하다. 그러나 참배하면서도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우리 산업의 근간이 마련됐지만 법과 절차를 넘어선 권력의 사유화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어색해할 진보개혁 세력을 의식해 비록 참배는 했지만 ‘난 진보 개혁스타일’ 임을 각인시켜 프로정치인 이상의 주도면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 후보의 ‘참배정치의 진정성’은 향후 정책과 행보의 일관성으로 입증받아야 하며 중도와 보수층까지 끌어안기 위한 대단히 ‘어려운 줄타기 정치’를 해야 할 것 같다.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후보가 보여준 ‘참배의 정치’를 놓고 비교 평가해 본다면 ‘진정성과 가치 지향성’에 있어서 안 후보는 좀 더 지켜봐야 겠고, 박 후보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과거사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재해석해보겠다는 야심찬(?) 의도가 있는 만큼, 진성성이라기보다는 ‘정치 전략적 측면’이 크다 할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국민통합과 새 정치를 위해 ‘잘못된 역사’, ‘과오가 더 큰’ 박 전대통령의 묘역을 단순히 참배한다고 실현되거나 국민들이 진정성 있다고 믿어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아예 원칙 있게 선을 긋고 ‘진정성과 정치인의 일관된 가치관’이 무엇인지는 각인시키려 한 것 같다. 정권교체가 야권의 절체절명의 과제이지만 ‘원칙과 진정성, 일관성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 우선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예로부터 조상의 묘를 찾아 예를 갖추고 결의와 각오를 다지는 일은 우리민족의 전통이자 미덕이다.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가 현충원을 찾아 나아갈 길을 밝히고 의지를 다지는 행보 또한 오랜 전통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정작 궁금해 하고 목말라하는 것은 ‘우리에게 당신의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 줄 것인지를 진정성 있게 밝히고 경쟁하라’는 것이다. 정책경쟁이 빠진 이미지 경쟁과 이벤트 경쟁은 지지층 확장성의 분명한 한계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前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前 청와대 행정관
.前 민화협 부대변인
.前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연구원
.現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現 시사평론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