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엔제리너스, 돈으로 타락한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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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엔제리너스, 돈으로 타락한 천사?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2.10.26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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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치기’ 수법으로 중소 커피숍 흡수 의혹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롯데 계열의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대표이사 손혜원)가 자금력을 앞세워 입지 좋은 중소 커피전문점들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브랜드의 가맹점을 돈으로 빼앗아 그들의 성장 능력을 잠식시키고 건전한 경쟁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엔제리너스 측은 본사 차원에서 이 같은 일이 행해진 바 없다며 부동산 컨설팅 업체 혹은 건물주의 자발적 행위의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엔제리너스커피 건대병원점 ⓒ뉴시스

지난해 11월, 엔제리너스는 서울의 한 할리스 매장에 1억 원 상당의 인테리어 비용 및 기기장비를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할리스 커피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엔제리너스 브랜드로 재오픈 하는 조건이다.

2008년 경기도의 한 할리스 매장도 같은 제안을 받았다. 엔제리너스 측은 가맹점주에게 1억 원 이상의 인테리어 비용 전액을 지원해 주겠다며 엔제리너스로 오픈할 것을 권했고, 가맹점주가 할리스 운영을 계속하자 지난해 4월 브랜드 전환을 다시 권해 왔다.

결국 할리스 측은 이를 막기 위해 약 6천만 원의 인테리어 개보수 비용을 해당 가맹점에 무상으로 지원하며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가맹점은 모두 좋은 자리에 들어가 단골을 확보해 놓은, 그야말로 알짜 매장들이다.

엔제리너스가 이미 경쟁력을 갖춘 목 좋은 매장들을 금전적, 물적 공세로 빼앗아오는 이른바 ‘덮치기’ 수법을 쓰는 것이다. 할리스 커피의 경우 이미 10곳 이상의 가맹점이 엔젤리너스의 자금력에 넘어갔고, 제안을 받은 곳만도 3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커피전문 브랜드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커피전문점 시장을 개척한 것은 중소업체들의 노력이 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안정된 후 진출한 대기업들이 품질경쟁이 아닌 모기업의 막대한 자본력을 동원해 중소 브랜드 가맹점을 장악함으로써 존립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무위 소속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상권을 장악하고 보는 일부 대기업들의 나쁜 관행은 기본적인 상도마저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엔제리너스 측은 “본사 차원의 ‘덮치기’ 수법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할리스 매장이 엔제리너스로 전환 한 경우는 알려진 바와 달리 1곳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가맹점주 교체 과정에서 신규 점주가 엔제리너스로 전환 신청을 해 와 이뤄졌다는 것이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본사는 각 매장을 찾아다니며 브랜드 전환 제안을 할 만큼 개발인력이 충분치도 않고, 만약 제보 사례가 사실이라면 부동산 컨설팅 업체 혹은 건물주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행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 비용과 관련해서는 “자본이 부족하지만 개보수 이후 현격한 업무 성과가 기대되는 가맹점에 한해 검토를 통해서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며 “부동산 컨설팅 업체나 건물주가 일부 매장에 이 같은 행위를 했다 해도 본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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