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쌍무계약에서 동시이행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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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쌍무계약에서 동시이행의 관계
  • 안철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2.11.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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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철현 자유기고가)

최모 씨는 엄모 씨에게 문정동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를 임대했다가 계약 1년 만인 지난해 6월25일 엄 씨의 요청으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했다. 그런데 최 씨가 임대보증금 2억 원을 반환해 주지 못하자 엄 씨는 아파트에 주택임차권등기를 하고, 법원에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엄 씨의 승이었다. 

상황이 이러자 최 씨는 부동산을 통해 소개받은 윤모 씨에게 위 아파트를 급하게 임대하기로 했다. 임대보증금 2억 원 중 계약금 2000만 원은 계약 당일 지급하기로 하고, 잔금은 올 7월7일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윤 씨는 최 씨가 엄 씨와의 분쟁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임대차계약서에 전 임차인의 임차권등기명령과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임대인이 일체의 책임을 지기로 하는 내용을 첨가시켰다. 여기에 덧붙여 만약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5000만 원의 위약금도 지급하기로 하였다.

윤 씨로서는 향후에 발생할 위험을 차단하고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후 윤 씨는 계약 내용에 따라 최 씨에게 계약 당일 계약금을 지급하고, 7월7일 오후에는 최 씨와 만나 잔금은 이삿짐을 옮긴 후 계좌 이체하여 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서로 간에 불신이 팽배해진 터라 최 씨가 윤 씨에게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아파트 열쇠를 줄 수 없다고 버텼다. 이렇게 서로 기싸움을 하면서 계약이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윤 씨는 최 씨가 종전 임차인의 주택임차권등기말소에 필요한 서류도 전혀 준비하지 않고서 무조건 잔금 지급만을 요구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임대차계약은 최 씨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제되었으니 계약금과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최 씨는 잔금지급일에 아파트를 인도할 준비를 하고 기다렸으나 윤 씨가 잔금을 지급하지도 않았으니 먼저 열쇠를 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고 맞섰다.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쓸모없는 소모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실제 이런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아무튼 누구의 말이 법률적으로 설득력 있는 주장일까? 좀 더 구체적으로 묻는다면 최 씨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하면서 계약금과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하는 윤 씨의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여기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먼저 쌍무계약에 있어서 동시이행의 관계라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임대차계약의 경우 임대인은 건물을 인도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임차인은 임대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 쌍방의 의무는 동시에 이행되어야 하는 관계에 있다. 

우리 법원은 이런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에 있어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고 하는 자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여야 한다.

그 채무를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의 행위를 필요로 할 때에는 언제든지 현실로 이행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고, 그 뜻을 상대방에게 통지하여 그 수령을 최고하여야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이행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이 법리를 위 사례에 적용해 보면 윤 씨는 잔금지급일에 잔금을 통장에 넣어둔 채 지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잔금지급의무의 이행이나 이행제공을 제대로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즉 그것만으로는 언제든지 현실로 이행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였다고 보지 않고, 그 뜻을 상대방에게 통지하여 그 수령을 최고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설령 최 씨가 잔금 지급일에 종전 임차인의 주택임차권등기의 말소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아파트의 인도의무가 이행지체에 빠진 것으로 볼 수 없게 된다. 윤 씨로서는 최 씨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을 반환해 달라고 하거나 위약금을 지급해 달라고 하기 어렵게 되고 만다. <안철현 법무법인 로투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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