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주택공급’ 유엔사부지 개발사업, 분양 흥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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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주택공급’ 유엔사부지 개발사업, 분양 흥행할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6.27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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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서울 용산 유엔사령부 부지 복합개발사업 더 파크사이드 서울 내 오피스텔 더 파크사이드 스위트 투시도 ⓒ 제공=일레븐건설, 용산일레븐
서울 용산 유엔사령부 부지 복합개발사업 더 파크사이드 서울 내 오피스텔 더 파크사이드 스위트 투시도 ⓒ 제공=일레븐건설, 용산일레븐

일레븐건설(구 동진주택)이 부동산 경기 침체,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경색 등 악재를 뚫고 조(兆)단위 프로젝트인 '서울 용산 유엔(UN)사령부 부지 복합개발사업'(유엔사부지 개발사업, 더 파크사이드 서울)에 대한 본PF 전환에 성공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다만, 향후 분양 흥행을 이끌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지엔 물음표가 붙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 시장 분위기와 상반된 높은 분양가가 매겨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 21일 유엔사부지 개발사업 금융주관사인 메리츠증권은 해당 프로젝트을 추진하기 위한 PF 자금 1조3000억 원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본PF에는 메리츠증권을 비롯해 국민은행, 미래에셋증권, 신한은행, 삼성화재, 수협은행, MG새마을금고, 신협중앙회, 신한카드, IBK캐피탈 등이 참여해 대주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자금은 기존 브릿지 대출 상환, 이자 납부 등에 쓰일 예정이다. 메리츠증권 측은 "위축된 부동산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사업성과 안정적인 금융구조를 바탕으로 PF 투자 유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엔사부지 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2-34에 위치한 유엔사 용지에 지하 7층~지상 20층, 10개동, 총 1143가구(아파트 420가구·오피스텔 723실) 규모 공동주택과 호텔, 오피스, 상업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2017년 6월 일레븐건설은 1조552억 원을 투입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이 부지를 매입했다. 이어 2018년 5월 설립한 자회사 용산일레븐에 해당 사업을 맡겼으며, 2022년 3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우선협상대상자)하고 본격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일레븐건설은 지난해 연말께 본PF 전환에 나설 예정이었는데, 그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미국발(發) 금리 인상과 강원 레고랜드발 부동산 PF 대출 리스크 등을 감안해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사업 지연으로 금융 부담이 일부 늘어난 만큼, 일레븐건설이 수요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분양가를 책정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일레븐건설은 유엔사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오피스텔인 '더 파크사이드 스위트'의 경우 전용면적에 따라 분양가가 최소 35억 원에서 최대 80억 원 수준이 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사업계획안을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아파트 물량도 현재 용산구에 적용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레븐건설이 후분양 또는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공급할 여지가 상당해 향후 고분양가 논란 발생이 예상된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일각에선 더 파크사이드 서울·스위트의 흥행 부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26일 '2023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열고 올해 하반기 주택 가격이 0.7% 내려가 연간 총 4.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와 집값이 과거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경기 둔화로 인해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건산연 측은 "하반기 남아있는 입주 물량이 수요를 넘어서는 수준이고,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시장 심리에 주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돼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에 지나치게 집중해선 안 된다. 거시경제 환경이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더 파크사이드 서울·스위트가 겨냥하고 있는 초고가 주택 시장은 올해 들어 매매가와 거래량 모두 떨어진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2023년 1월부터 6월 26일까지 신고(계약일 기준, 변경될 수 있음)된 서울 지역 내 30억 원 이상 오피스텔 매매 거래 건수는 6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0건 감소했다. 최고가는 지난해 100억 원에서 올해 95억 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내 30억 원 이상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78건에서 288건으로 줄었으며, 최고가도 143억 원에서 110억 원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가격이 높은 주택에서 더 심화되고 있는 눈치다. 40억 원 이상 오피스텔, 50억 원 이상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불투명성 확대로 자산가들이 초고가 주택 매입을 꺼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행자인 일레븐건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으로 여겨진다. 일레븐건설의 매출은 2021년 2084억8725만 원에서 2022년 1070억9570만 원으로 감소했다. 분양수익이 대폭 줄어든 결과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773억4803만 원에서 165억2747만 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손익은 -763억3622만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영업손실이 발생한 원인은 유엔사부지 개발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비용 급증,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자회사인 용산일레븐의 부진에 따른 지분법손실 반영이다. 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의 아들인 엄성용 대표(공동대표 박양준)가 이끌고 있는 용산일레븐은 아직 사업 수익이 실현되지 않아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엔 급여(6억3982만 원), 광고선전비(4억5120만 원), 세금과공과(39억423만 원) 등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 확대와 이자비용 증가(전년比 약 220억 원↑)로 1000억 원대 순손실을 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이 본PF 전환을 마치긴 했지만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오는 하반기로 예정된 오피스텔 분양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 분양수익을 제대로 끌어오지 못하면 시행사의 부담이 확대될 것이고, 공사비 인상 문제를 둘러싼 시공사와의 갈등도 터질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 타깃은 자산가, 그리고 대통령실이 코앞에 있으니 법인, 기관, 단체 등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현재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예정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 '그사세'라고 하지만 요즘엔 그들이 사는 세상도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레븐건설은 오는 10월께 오피스텔 물량인 더 파크사이드 스위트를 공급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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