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입찰구조 개편…기름값, 오를까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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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주유소 입찰구조 개편…기름값, 오를까 내릴까?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8.15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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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입찰서 농협 개별 입찰로…12년 만 개편
물량 축소 따른 협상력 저하에 가격 상승 우려
구매력 분산 미미해…‘소매가 그대로’ 예상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서울시내 한 알뜰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한 알뜰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뉴시스

알뜰주유소 운영 방식이 12년 만에 개편, 그에 따른 기름값 변화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7차년도(2023년 10월~2025년 9월) 알뜰주유소 유류 공급사 선정이 지난 10일 마무리됐다. SK에너지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도로공사에, 에쓰오일이 농협에 유류를 공급한다.

이번 유류 공급사 선정은 농협이 개별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도로공사가 공동으로 진행키로 하면서 시선을 끈 바 있다. 현행은 석유공사와 농협이 공동으로 입찰, 이를 자영알뜰(석유공사 운영)과 NH알뜰(농협 운영)에 공급하는 형태다.

입찰 구조가 바뀜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처럼 대량구매를 무기로 최저 도매가를 요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공급가-도매가-소매가 순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석유공사 전자조달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번에 석유공사와 도로공사에 판매되는 석유제품의 기준물량(계약물량)은 연간 총 26억 리터(각 13억 리터)다. 농협의 기준물량은 연간 30억 리터 수준으로 알려졌다. 만일, 기존처럼 농협과 석유공사가 함께 나섰다면 확보할 수 있었던 구매물량은 43억 리터 수준이다. 개편으로 공사의 구매력이 비교적 약해진 셈이다.

석유유통업계가 요구해 온 △추가 물량 인센티브 폐지 △상한 고정 등도 이번 개편에 일부 반영되면서 알뜰주유소 기름값 상승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기준을 초과한 물량에는 인센티브를 적용해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인센티브 적용 물량은 매년 발생됐다. KEI 컨설팅의 연도별 알뜰주유소 공급물량을 보면,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실공급물량이 계약물량을 넘어섰다. 2020년에는 실공급물량(약 52억 리터)가 계약물량(25억 리터)의 두 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석유유통업계는 이런 상황이라면, 공급사는 공급물량 및 가격 예상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일반주유소는 알뜰주유소 도매가 하락으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계약에서 석유공사와 도로공사는 초과물량 상하한을 ±10%로 적시했다. 10% 초과 시 5원의 인센티브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구매 물량이 적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는 조항도 더했다. 농협은 물량 상한을 정하지 않는 대신, 인센티브를 없앴다.

한국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석유공사는 공기관이다. (석유공사가 유류 도매에 참여하는 건)사실상 정부가 가격 등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이러면 불공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알뜰주유소 기름값 수준이 현행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보는 시각도 있다. 석유공사의 구매력이 예상보다 분산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석유공사는 전국 단일권 입찰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입찰 건당 물량을 지켜냈다. 기존에는 석유공사가 농협과 공동입찰 시 전국 알뜰주유소를 중·남부권으로 나눠 공급해 왔다.

최저가 입찰제도 유지됐다. 석유공사는 공급사 선정 시 국제 유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그로 인해 알뜰주유소에 공급되는 기름 가격이 국내 시장가격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석유유통업계의 생각이다. 석유유통협회 측은 “현행 최저가 입찰 방식에 대한 즉각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입찰예정가격과 국내 시장가격 간 격차가 크게 발생하지 않도록 설정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으나, 결국 불발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물량에 차이가 크게 있을 것 같지 않다. 최저가 입찰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공급가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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