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밉상 국가’에서 벗어나려나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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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밉상 국가’에서 벗어나려나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8.18 15: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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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국민들, 中에 부정적 의견 압도적”
“중국, ‘싫은 국가’로 계속 1위”
“지구촌 생산기지로는 인도가 대신 뜨는 중”
“경제위기 등 內憂外患이 변화의 기회 되기를”
“ 小國의 당당한 지도자들에게 배울 점 많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지난 15일 중국 지난에서 한국으로 단체 관광을 온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가이드 안내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유커(중국 관광객)들이 돌아왔다. 지난 15일 중국 지난에서 한국으로 단체 관광을 온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가이드 안내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을 싫어하는 나라가 급격히 늘어났다. 중국이 인기 없는 나라가 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엔 그 정도가 아주 심해졌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5월 22일 24개국에서 성인 3만8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일본(87%)과 호주(87%), 미국(83%)에서 80%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캐나다(79%), 한국(77%) 독일(76%) 등이 뒤를 이었다.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여러 서방 국가에서도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역대 조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인도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46%에서 67%로  급등했고, 브라질에서도 27%에서 48%로 올라갔다. 응답자 71%가 중국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76%는 중국이 다른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한다고 보는 응답자도 57%나 됐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 비율이 낮아진 국가는 인도네시아 케냐 나이지리아 등 최근 중국이 돈을 쏟아부은 몇몇 나라들뿐이었다.

韓·日에 관광객 재송출하는 의미

굳이 저런 조사 수치를 인용할 필요도 없겠다. 연일 외신을 타고 들어오는 중국 관련 뉴스에서도 ‘욕심 가득한’ 중국의 모습을 전한다. 지구촌 1위 밉상 국가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최근 일종의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6년 만에 자국민의 두 나라에 대한 단체 여행을 전면 허용했다. 지난 2017년 3월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중단한 지 6년 5개월 만이다. 18일의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국제사회의 시선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가 웬만큼 잠잠해진 올해 초 단체 여행을 허용한 60국 명단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배제했었다.  

제주와 서울 명동의 유통업계, 관광업계가 “유커(중국 관광객)가 돌아온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렇더라도 국가적으로는 관광객 해외 송출이란 게 반드시 상대국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해외여행은 필요에 의해서 나가는 것이고, 필요해서 물건을 사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우물 안’에 있는 자국민에 대해 매우 필요한 교육이다. 유커가 대거 몰려오는 게 관광업계로서야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나라 전체가 무슨 대박이나 터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마치 베풀 듯이, 선심이나 쓰듯이 관광객을 내보내지만 수 틀리면 언제 또 관광 중단을 선언할지도 모르니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모처럼 중국이 내미는 화해 제스처를 폄하하자는 게 아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핵 폭주를 두둔하고 있다. 뤼순 감옥 박물관 내 안중근 전시실에 이어 일제 강점기 시인 윤동주의 생가도 폐쇄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올바른 자세를 기대하기엔 아직 이른 이유다.  

중국은 최근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협의체 부활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정상회의에 즈음해서 그런 시그널을 보낸 것도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對中 관계와 小國의 당당한 지도자들

북유럽 발트해의 소국 리투아니아가 지난달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 나라는 한반도 면적의 30%, 인구는 280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독립한 지 32년, 나토 가입 후 19년 만에 31개국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덩치 큰 나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이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에 관해 잠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가 박수 받는 것은 반드시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한대서 뿐만이 아니다. 역경이 반복 돼온 역사 속에서  주변 소국들과 함께 어려운 생존의 길을 용감하게 걸어온 모습을 보여줘서다. 

1989년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발트 3국 국민들은 도로에 늘어서서 각국 수도를 잇는 600km가 넘는 거대한 인간 띠 '발트의 길'을 만들었다. 세계 독립운동사에서도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소련의 압제를 40년 이상 견뎠던 리투아니아가 1989년 소련 붕괴를 앞두고 같은 처지였던 두 나라 국민들과 함께 독립의지를 표현한, 세 나라 인구 3분의 1이 동원된 퍼포먼스였다. 

이후 1990년 리투아니아는 1990년 독립을 선언, 1991년 9월에 마침내 독립을 쟁취한다.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이런 의지와 행동력을 보인 나라는 세계인들이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촌의 ‘스타 국가’로 등극한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등은 손가락질받는 큰 나라들이 배울 점 많은 나라다. 리투아니아의 인기는 하루아침에 얻어진 게 아니다. 흔히 다윗으로 비유되는 리투아니아는 골리앗 중국과 러시아에 대차게 맞서오는 과정마다 지도자들의 자유 의지가 줄기차게 작용해 왔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지난 2021년 5월 중국과 중·동유럽 국가 간 ‘17+1’ 경제협력체에서 탈퇴한 뒤 자국민들에게 검열 기능과 보안 결함을 이유로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을 버리라고 촉구했다. 11월엔 유럽 전역을 통틀어 18년 만에 대만 외교공관인 ‘대만대표부’를 신설했다.

중국 관영매체와 평론가들은 리투아니아를 ‘쥐’, ‘쥐똥’에 비유하는 욕을 해대면서 대대적인 무역 보복을 시작했다. 경제보복에 견디지 못한 리투아니아인 60%가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는 “중국은 정치적 요구가 있을 때마다 힘을 휘두르는데 거기에 동조하는 건 우리가 생각한 세상이 아니다”(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당시 외교부 장관)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리투아니아도 한때 경제적 혜택을 위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참여하길 원했지만, 지난 2017년 중국이 처음으로 러시아와 함께 발트해 훈련에 참가하자 태도를 바꿨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 등 일련의 인권 유린 사태를 보면서 스탈린으로부터 당했던 공포 정치를 떠올렸다는 것이다. 

그때 국민적 결집을 이루는 데 지도층의 결연한 의지가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특히 중국과 지리적으로 맞닿아 있는 한국의 지도자들이 배울 점이 많다. 

우리 지도자들 얘기로 돌아가 보면…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축성을 금지당하는가 하면 성벽의 높이까지 시시콜콜 간섭받고, 때마다 조공을 바쳐야 했던 굴욕의 역사를 안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중국당국의 마구잡이 횡포에 떠밀려 생산설비도 챙기지 못한 채 야반도주해야 했던 어처구니없는 일도 당했다. 중국을 방문하러 간 대통령 수행취재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 폭행당하는 꼴을 당하고도 정부 차원의 항의 한마디 제대로 못 했었다. 대통령이 그 나라에 가서 혼밥을 하고, 원내 제1당 대표가 일개 외교관 앞에서 그것도 자국 내에서 훈계를 듣는 사실조차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래된 굴욕의 역사와 사대주의에 기인한다. 이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추를 맞춰나가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 지도층부터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보고서가 타깃을 중국이 아니라 중국공산당(CCP)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에 유의, 우리도 상대해야 할 공산당 정권의 특성을 더욱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 나라의 대외 이미지는 특히 지도자의 품성과 행동에 크게 좌우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보도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4년 동안 추락하던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 평판이 바이든 대통령 이후 회복되고 있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열혈 지지층이 떠받들던(떠받들고 있는) 트럼프, 시진핑, 푸틴 그리고 김정은 등으로 인한 해당국의 대외 이미지 추락이 그를 증명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이은 윤석열 정부의 해외 평판이 더욱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中, 경제위기를 전화위복 기회로 삼도록 

중국 경제가 겹겹의 악재를 만나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는 보도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수출이 부진하며 부동산 시장이 위태로워져 급히 내놓은 경기부양책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한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최대 위기’라고 진단했고 JP모건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6%에서 4%대로 대폭 낮췄다.

미국의 견제 등에 영향받아 지구촌의 대형 생산기지가 중국에서 인도로 급속히 넘어가는 중이다. 현대차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 3사가 인도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고 마이크론·구글·애플 등도 인도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웠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더욱 오만해진 중국이 경기 침체를 계기로 거꾸로 밉상 국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의 장막 시대로 되돌아갈 행보를 계속할 것인가. 무려 14억 명의 지구촌 식구라는 점에서 밉상에서 벗어나는 게 자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도 바람직하다. 한국 등 주변국들에는 특히 그렇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은 멀어 보인다! 수년간 지속돼 온 지도층의 잘못된 ‘길 안내’와 그에 오염된 사회 분위기 때문에 당분간은 좋은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공산당 독재의 구조적 병폐이기도 하다. 유연함을 갖추고 서방과의 화합을 도모하던 장쩌민 등이 쌓아 올린 그동안의 성과가 아깝다. 중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국가 발전에서 지도자가 담당하는 비중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대목이다. 

그렇더라도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가 중국의 민주화를 위한 작은 계기가 되기를 일단은 기대해 본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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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여리 시로시로 2023-08-18 18:11:20
이제 중국도 밉상국가에서 벗어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