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당장 해야만 할 일 [金亨錫 시론]
스크롤 이동 상태바
민주당이 당장 해야만 할 일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8.04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 혁신위가 국민의힘 응원한 꼴” 
“김은경, 양이원영 열심히 노인 비하”
“국민의힘 가만히 앉아서 표 얻는 중”   
“함량 미달·노인 폄하, 제대로 된 자책골”
“민주, 뼈 깎는 쇄신대책 나서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3일 여의도 당사 앞에서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지난 3일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아무래도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에게 한턱 단단히 내야 할 것 같다. 무더위 속에서 가만히 앉아 쉬면서 도대체 몇 표나 챙겼을까! 겉으로는 민주당에 반성을 촉구하고 분노하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속으로는 꽤 쾌재를 불렀을 거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김 위원장이 사과하지 않고 계속 더 버텨주기를 바라지나 않았을지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혁신위원회에 대해,  위원장 사퇴론을 넘어 해체론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혁신위가) 원래 태생이 그랬고 설화가 생겼으니 빨리 해체하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딸들 홍위병 노릇 할 거 아닐 바에야 그냥 깨끗이 여기서 ‘죄송하다’ 그러고 혁신위원장 내려놓는 게 민주당을 돕는 길”이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신이 나고, 민주당은 곤혹스럽겠지만 이게 우리 정치인들의 수준이라니, 국민들은 다시 한 번 씁쓸해졌다. 

각 언론에서 여러 차례 보도한 내용이지만, 대학교수 출신이며 금융기관 고위직까지 지냈다는 정치인의 믿기 어려운 발언이어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젊은이들) 미래를 결정해?”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남은 수명에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하는 것 아냐?” 여기까지야 중학생 다운 질문이고 주장일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그에 덧붙인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말이 치명적이었다. “(자기 아들의 그 말이) 되게 합리적” 아니냐는 황당한 그 말. 

노인 폄하라기보다 함량 미달 발언 

중학생의 기본이 안 된 아이디어를 혁신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여과 없이 “되게 합리적”이라고 확인해 줬으니 빼도 박도 못하게 함량 미달 소리를 듣게 됐다.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해서는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짧고 정확하게 진단했다. 

진 교수는 지난 1일 저녁 CBS 라디오에 출연해 “누구든지 한 표를 갖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전제,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표의 등가성을 부정했다”라며 “깔끔하게 사과하고 끝내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당히 노인 폄하적인 발언이 맞는다고 본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합리적이지 않나’라고 한 게 문제가 되는 것 같다"라고 지적하며 "옛날에는 배운 사람 두 표 주고, 못 배운 사람은 한 표 주고 그렇게 하지 않았나"라면서 "그런 식으로 하면 차등성이 생겨 버린다. 그게 불평등"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기본부터 가르쳐 준 셈이 됐다.

그러나 사태를 더 키워준 쪽은 역시 같은 당의 양이원영 의원. 양이원영 의원은 김 위원장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가세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양이원영의 응원 발언으로 우리 국회의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부족이 드러난 셈이어서, 노인 폄하보다는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에 더욱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국민의힘은 이번 건을 ‘노인 폄하’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편이 표심을 자극하기에 더 효과적일 것이니 당연히 공격 방향을 그렇게 잡은 것이다. 노인 폄하를 민주당의 DNA로 몰아가며 내년 총선까지 십분 활용할 태세다. 

정동영 유시민 김용민의 노인 폄하 발언

등 떠밀리다시피 해서 김 위원장이 3일 사과를 했다고 해서 사태가 일단락된 것일까? 그렇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의힘과 각 언론이 수십 년 전에 있었던 민주당의 노인 폄하 사례를 일제히 소환한 것만 봐도 이내 알 수 있는 일이다. 

국민의힘과 각 언론이 소환한 사례는 대충 이렇다. 
2004년 3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총선을 앞두고 “60대 이상은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된다”라고 말했다. 1953년생이니까 그도 이미 칠순을 넘겼다. 

유시민 의원도 그해 11월 “50대 접어들면 멍청해진다. 60대엔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1959년생이니까 그도 한참 전에 ‘멍청해진’ 60대 중반 노인이 돼버렸다. 2012년엔 민주통합당 김용민 의원이 “노인들이 오지 못하게 시청역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다 없애야 한다”라는 취지로 언급했었다. 

정동영은 요즘 투표장에 가지 않을까, 유시민은 요즘 책임 막중한 작가 일을 하지 않을까, 1976년생인 김용민은 언제쯤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을 실감하고 또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게 과거의 흔적이란 걸 깨닫게 될까? 역시 노인 폄하는 함부로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전투력 폭발한 국민의힘

민주당에 비해 전투력이 뒤지던 국민의힘이 이번엔 공격포인트를 제대로 잡은 모습이다. 우선 김 위원장과 양이원영 의원의 발언을 함량 미달 대신 노인 폄하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일제히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그게 득표 전력에는 훨씬 효과적이니까 그렇게 방향을 잡았을 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런 자들이 대낮에 설쳐대는 정당이 우리나라 제1당이라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 아예 당을 해체하는 것 외는 다른 답이 없다”라고 했다. “민주당에 ‘윤리’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겠다”라고도 과하게 지적했다. 김 대표의 말이 요즘 거칠어지기는 했지만, 이번엔 수위를 최고조로 올린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급기야 김은경 혁신위원장을 교체하라고 공개 촉구했다. 민주당으로서는 국민의힘에서 교체하라고 한다고 해서 교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더욱 난처한 상황이 된 셈이다. 

민주당이 당장 해야만 할 일

통계청이 제공하는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전국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38만 명, 시도별로는 전라남도의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의 24%로 가장 높았고, 경북 전북 강원 등 지역이 20%를 넘었다. 

‘표 장사로 먹고사는’ 각 정당이 이 황금 어장을 어떻게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지고 국민의힘이 공격력을 강화하는 건 바로 이 노인들 표의 비중이 ‘장난 아니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노인들의 투표 열기는 또 어떤가. 투표 날에 놀러 가더라도 반드시 투표장에 들렀다가 간다는 게 지난 몇 년 사이에 ‘정치에, 그리고 투표에 진심이 된’ 노인들의 분위기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은 세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 상처 주는 언행을 하지 않겠다”라며 “모든 언행에 신중하고 유의하겠다”라고 마치 반성문을 읽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얄밉기가 짝이 없을 국민의힘 비아냥 소리를 들어보자. 
“폭염 탓인가.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민주당의 ‘어르신 폄하 DNA’가 또다시 고개를 든다” “어르신에게 ‘미래 짧은 분들’이라니 민주당의 미래가 짧아질 뿐”
유권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심각한 건 민주당 자체 내의 비판이다. 조응천 의원은 "정말 귀를 의심했다"라며 “(김 위원장이)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도와주러 오신 분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아예 “굉장히 몰상식하다”라고 직격했다.

김 위원장의 3일 사과는 노인들이 무엇을 오해했다는 것인지, 여전히 깔끔하지 못 한 사과로 들린다. “노인들의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어린애의 주장을, ‘합리적’이라고 맞장구친 점을 뒤늦게나마 반성한다” 정도가 진짜 사과 아닌가?

게다가 김 위원장은 또 다른 막말로 연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연봉 3억 원인 금융감독원 부원장직을 3년 꼬박 다 챙기고는 난데없이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에서 임기 마쳐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는데 실속은 다 차리고 나서 뜬금없이 윤 대통령을 비난한 것이다.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 그러나 덮어지기는커녕 함량 미달 발언에 뻔뻔스럽다는 지적까지 받게 됐으니  어느 청년이 그의 의도대로 민주당에 표를 던져줄까?

어쨌든 청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무리수였다는 점은 분명해졌으니 과연 내년 총선에서 청년들 표가 민주당 쪽으로 대거 몰려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이 김 위원장이 목적한 대로(?) 청년 표를 끌어들이고 악화할 대로 악화한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최우선으로 할 일이 몇 가지 있다고 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국회 제1당의 모습이 더 이상 초라해져서야 되겠는가. 

김 혁신위원장을 즉시 퇴출해야 한다(김 위원장이 민주당을 위한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최선이다). 오늘이라도 윤리위원회를 열어 양이원영 의원의 처리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세대 갈라치기를 비롯한 막말 당원은 손가락질 받기 전에 바로 당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그게 두 차례의 혁신위원장 인선에 실패하고 계속 위기를 맞고 있는 민주당이 즉시 취해야 할 조치다. 요즘 어느 청년이 저런 함량 미달 발언 및 행태를 일삼는 당에 표를 던져주겠는가? 누구 말대로 “유쾌하게 헤어질 생각”이 아니라면 분골쇄신의 혁신을 해야 하는 게 민주당의 처지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