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진교훈 17% 격차 압승…與 책임론 불가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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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진교훈 17% 격차 압승…與 책임론 불가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10.12 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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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진교훈 득표율 56.52% 압승…강서구 민심 ‘정권심판론’ 손 들어줘
“대통령실, 김태우 출마길 열어 판 커져…김기현 리더십 불만 표출 가능성”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소재 선거캠프에서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소재 선거캠프에서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변은 없었다. 11일 열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진교훈 후보는 56.52%(13만7065표) 득표율을 얻어 2위를 기록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39.37%, 9만5492표)와 17.15%p 차이로 강서구청장직을 거머쥐었다. 정의당 권수정 후보는 1.83%(4451표), 진보당 권혜인 후보는 1.38%(3364표), 자유통일당 고영일 후보는 0.66%(1623표), 녹색당 김유리 후보는 0.21%(512표) 득표율을 기록했다. 최종투표율은 50만603명 중 총 24만3665명이 투표한 48.7%로 집계됐다. 여타 보궐선거와 비교했을 때 구민들의 관심이 높은 선거였다.

‘정권심판론’을 강조한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 승리를 통해 대여 투쟁을 이어가고, 이재명 체제를 공고히 할 명분을 얻게 됐다. 반면 김태우 후보 공천의 책임이 있는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는 타격을 입게 됐다. 

진교훈 후보는 11일 오후 11시 37분경 사실상 당선을 확실시하고 소감 발표를 통해 “이번 선거가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그리고 강서구민의 우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캠프 사무실에 있던 지지자들은 “진교훈, 진교훈”을 연호하며 박수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오후 11시 48분경 페이스북에 ‘더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 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두려운 마음으로 위대한 국민과 강서구민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고 전했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소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소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태우 후보는 같은 날 오후 11시 40 경 패배를 인정하고 “나를 지지해 준 분들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진교훈 후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를 예견한 듯, 진교훈 후보 캠프 사무실엔 선거 종료 전부터 민주당 지도부가 자리를 함께했다. 반면 김태우 후보 캠프 사무실엔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이 잠시 있다가 자리를 뜬 것을 제외하고 당 지도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텃밭 강서구, 격차 벌어져…“尹 정부 김태우 사면, 정권심판론 커져”
8회 지선 2.61%p차 국힘 승리→10·11 재보궐 %17.15p차 민주당 승리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최고위원 의원들 비롯한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양천향교역 부근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최고위원 의원들 비롯한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양천향교역 부근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민주당이 승리한 요인 중 하나로 강서구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점을 꼽을 수 있다. 강서구청장 선거의 경우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가 5·6·7회 지선에서 연이어 당선됐다. 대선 직후 윤석열 정부 국정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치러진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김태우 후보는 2.61%p 격차로, 보수정당 후보로선 12년 만에 당선됐다. 

2010년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강서을에서 3선을 지낸 김성태 전 의원을 제외하곤 줄곧 민주당 계열 정당 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나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강선우·진성준·한정애 의원이 각각 강서갑·을·병에서 2위 후보와 17.52%p, 13.82%p, 23.37%p 득표율 차이로 당선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강서구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2.2%p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월 26일 페이스북에 강서구 지역 21대 총선 결과를 두고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간 투표율 격차가 17.87%p 벌어졌다며 보궐선거 결과도 비슷하게 나타날 거로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도 이와 비슷한 17.15%p 차이가 났다. 

또한 강서구 민심은 여당이 들고나온 ‘지역발전론‘보다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태우 후보는 8회 지선에서 강서구청장에 당선됐으나, 지난 5월 대법원 선고로 직을 상실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김 후보 특별사면·복권을 결정하며 이번 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문재인 정부 시절 경찰청 차장을 지낸 진교훈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검·경 대결 수식어가 붙은 배경이다. 민주당은 재보궐 귀책 사유가 김태우 후보에게 있다는 점과 ‘정권 심판론’을 선거 구호로 내세웠다. 선거 유세 도중 김 후보가 ‘당선되면 구민에게 돌려드릴 테니 보궐선거 비용 40억 원을 애교로 봐달라’고 발언한 것도 비판의 소재가 됐다.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는 11일 선거 종료 전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구청장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불거지고, 판 자체가 커진 데에는 대통령실이 있다”며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김태우 후보 출마의 길을 사실상 윤석열 정부가 열어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선거가 두자리수 격차로 패배할 시 “김기현 대표 체제에 대한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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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궐 선거는 22대 총선을 약 6개월 앞두고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로 수도권 표심을 알아볼 수 있는 총선 전초전 성격을 띠었다. 지방자치단체 한 곳 선거에 불과했지만, 거대 양당은 전국 조직을 투입하며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쳤다. 웬만한 전국 단위 선거 못지않게 판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 대 이재명 대표 대리전으로 해석하는 이도 많았다. 선거 전부터 패배하는 쪽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진교훈 캠프 선대위원장인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에서 “여야 지도부 모두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비대위’ 가능성을 거론했다.

반면 김태우 후보 캠프 상임고문을 맡은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같은 날 CBS 라디오에서 패배한다 해도 당의 지도 체제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봤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대화에서 “국민의힘이 큰 격차로 패배한 만큼 지도부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져야한다. 하지만 총선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기현 체제에 책임을 물으며 지도부 교체나 비대위 전환으로까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정 평론가는 “총선 앞두고 전략적 수정이나 야당과 강대강 대치를 이끌고 있는 것에 대한 전반적 대야 관계 재설정이 불가피하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조기 출마선언이나 중진 수도권 차출론 등으로 판을 바꿀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이번 보궐 선거에서 출구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여론조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세대별 투표 경향 차이도 주목할 점 중 하나다. 전 객원교수는 “지난 대선까지만 해도 ‘청년’을 부르짖던 양당이었는데, 요새 그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며 “스윙보터가 될 2030세대 표심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8~9일 서울시 강서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강서구청장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51.7% 지지율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41.6%)를 10.1%p 앞섰다. 이 중에서도 특히 3040세대 내 격차가 두드러졌는데,  50대 이하에서는 진교훈 후보가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섰고, 60대 이상에서 김태우 후보가 두 자릿수 격차의 우위를 보였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고전했던 △30대 남성층에서 ‘진교훈(63.9%) vs 김태우(31.6%)’, △60대 남성층 ‘진교훈(52.5%) vs 김태우(38.9%)’에서도 진교훈 당선자가 김태우 후보를 큰 격차로 눌렀다. 두 그룹 모두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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