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發 신당, 실체있나?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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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發 신당, 실체있나? [주간필담]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11.19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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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을 만들 것 같은’ 느낌적 느낌만 전달하면 기사 수백개”
“실제 신당창당 매우 어려워…국면전환용 뻥 아닌가 생각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평가는 ‘싸가지론’ ‘여의도 금쪽이’ ‘뛰어난 캠페이너’ ‘0선 중진’ 등 여러 의견으로 갈리지만 그가 정치권에서 보수 진영의 빅스피커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최근 정치권 화두는 단연 ‘이준석 신당론’이었습니다. 11월 초부터 ‘이준석 신당 창당할까’ ’이준석 신당 성공 가능성’을 논하지 않는 시사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쫓겨나다시피 당대표에서 물러난 뒤로도 국민의힘 내에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왔습니다. 그는 2016년 탄핵 사태 이후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 바른미래당에서 정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에 국민의힘을 쉽게 떠나지 않을 거란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지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이후엔 3번이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던 서울 노원병에서 ‘순진한 행보’를 이어가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던 이 전 대표가 10월 말경 ‘신당 창당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11월 7일 SBS와의 인터뷰에선 ‘신당 창당 가능성은 50%이고 하루에 1%씩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이 10·11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대패한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는 인요한 혁신위를 출범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내건 이준석·홍준표 등 징계자 대사면(징계 취소) 결정에 혁신위와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4일 부산에서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토론회를 갖고, 10일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는 등 신당 창당론에 불을 붙였습니다. 11일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회동 이후 나온 여러 이야기는 사람들이 ‘이준석 신당이 정말 차려지려나 보다’하는 확신을 가지게끔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진심으로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행동에 옮기려는 것인지, 국민의힘 내 주도권을 쥐기 위한 몸값 띄우기용으로 신당론을 내미는 건지 긴가민가해 하는 눈빛이 있습니다. 

실제 신당 창당 요건은 5개 시·도당을 만들고 각 시·도당 마다 1000명 이상, 최소 5000명의 당원이 필요한 등 까다롭습니다. 창당을 넘어 유권자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을 규합해 당을 알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연일 방송에 출연하며 신당론 띄우기만 나서고 있습니다. 그와 가까운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비롯, 신당에 선뜻 합류하겠다는 현역 의원도 없습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16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한다면 저렇게 한가할 때가 아닐 텐데”라며 “어떻게 보면 뻥카 날리고 국면전환 하는 게 아닌가 그런 고민도 든다”고 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15일 페이스북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처음부터 ‘이준석 신당‘을 추진할 의사가 없었다. 그러나 이준석 신당을 만들 것처럼 언론사를 대상으로 사기를 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최근 이준석 신당설을 둘러싼 상황을 ‘이준석에 의한 한국언론 희롱 사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최 소장은 그 이유로 “몇 번의 만남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준석 신당을 만들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을 전달하기만 하면 수십~수백 개의 매체에서 ‘이준석 신당론’을 띄워줄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이준석 본인은 ‘이준석 신당론 띄우기’는 이준석에게 유리하고, ‘이준석 신당 만들기’는 이준석에게 불리하다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준석 신당론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에 관련 수백 개 기사가 쏟아지고, 수많은 전문가가 언론에 신당 성공 가능성을 분석한 칼럼을 내놓고, 시사 프로그램에서 관련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언론 주목을 많이 받아온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신당 시사 발언이 미칠 파장을 몰랐을 거로 보기 어렵습니다. 2년 전 나경원·주호영 등 당내 쟁쟁한 중진 경쟁자를 물리치고 이 전 대표가 당대표로 당선됐을 때, 그는 특히나 온라인 공간상에서 토론회를 시청하던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결과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선거인단 투표보다 여론조사에서 높은 득표율을 얻은 바 있습니다. 

그가 단순히 이번 총선 뿐만 아니라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익명의 정치권 관계자는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후 보수 우파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보궐선거를 노릴 가능성”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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