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뺏길라”…‘유럽 EV시장’ 단속 나선 K-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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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뺏길라”…‘유럽 EV시장’ 단속 나선 K-배터리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4.01.24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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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EV 시장 中 배터리 점유율 2023년 40%
SK온 중국 OEM ‘맞손’…‘유럽향’ 모델 다변화
“中, 수율 안정화 시간 걸려…준비 기회” 의견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SK온 헝가리 2공장. ⓒSK이노베이션
SK온 헝가리 2공장. ⓒSK이노베이션

그간 국내 기업들이 과반을 점유했던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유럽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유럽 완성차 OEM 등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럽 시장에 막 진입한 비(非)유럽 OEM과의 파트너십도 새롭게 쌓아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0%대에서 2023년 기준 40%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국내 기업 점유율은 60% 대에서 50%대로 하락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비중이 전체 대비 3.5%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LFP 배터리 공급이 확대됐을 때 시장점유율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전기차용 LFP 배터리는 현재 대부분 중국 배터리사가 공급하고 있다.

UBS 소속 팀 부시 연구원은 지난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배터리사는 미국 보조금이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에 유럽 투자를 확대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공급과 수요의 간극으로 이어지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 (해당 간극이) 중국으로부터의 수출로 채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유럽 시장 점유율 하락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피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규모 기준 세계 2위에 해당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지역 내 배터리 기업은 아직 부재한 상황이다. 비(非)유럽 배터리 기업들이 활보할 수 있는 시장인 셈이다.

국내 기업들의 유럽 시장 의존도도 높은 편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의 유럽 전기차향(向) 출하 비중은 삼성SDI 약 54%, LG에너지솔루션 약 31%, SK온 약 30% 등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온은 유럽 진출을 추진하는 비유럽 완성차, 특히 중국 완성차와 손잡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럽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과 배터리 공급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지난 23일 밝혔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최근 자국 시장의 포화 및 규제로 인한 북미 시장 진출의 어려움 등으로 유럽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고 있다. 유럽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차 점유율은 2019년 0.5%에서 2023년 8.2%까지 상승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도 유럽 현지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 가동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민석 SK온 CCO는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자국 밖으로 제조 공정을 복사하는 데 한국 경쟁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고 했다.

SK온은 현재 헝가리 1, 2공장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3공장 가동에도 나설 전망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SK온은 유럽 진출 시에 유럽 자동차 OEM을 고객사로 삼았다. 그런데 (이번 논의로) 유럽 진출하려는 유럽 외 지역의 자동차 메이커에도 공급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라며 “유럽향 공급이라고 했을 때, 새로운 시장이 하나가 더 추가된 셈이다. 시장이 확대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생산기지를 활용해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ICPT와 모듈 공급 계약을 맺었다. ICPT에 3년간 약 20만 개(대형 전기 상용차 3000여 대 분량)의 NCM 배터리 모듈을 공급하면 ICPT가 팩으로 조립, 유럽 1위 전기버스 기업 솔라리스 버스&코치(Solaris Bus & Coach)에 공급하는 게 골자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3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을 통해 BMW 및 최근 첫 공급계약을 맺은 현대자동차그룹 등에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 투자에 조급하게 나설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이 빠르게 투자에 나서곤 있지만, 수율 안정화 등에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배터리 기업이 현지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관건은 중국 기업들이 자국에서만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라며 “(3년 여로 예상되는 수율 안정화 기간은) 국내 업체들이 지속가능한 공급망과 제도를 앞서 준비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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