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배달’ 외치다 ‘외주’로 돌아서는 배달의민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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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배달’ 외치다 ‘외주’로 돌아서는 배달의민족, 왜?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2.29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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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고·부릉 등 ‘3PL’ 계약…배민1플러스 배달 수행
배민 측 “첫 시도 아냐, 배달 품질 제고 목적 테스트”
업계 관계자 “배민배달 낮은 수익률 해소” 추측
일각에선 품질 저하 우려…“가이드라인 준수할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배달의민족 배달기사 '배달라이더'. ⓒ연합뉴스

배달의민족(배민)이 배달 대행사와 손잡고 ‘제3자 배달대행(3PL)’ 서비스를 확대한다. 자체배달 서비스인 ‘배민1플러스(배민배달)’에 위탁배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배달의민족 측은 배달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서비스 품질을 고도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존 ‘배민배달’의 수익성 악화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바로고, 부릉 등 배달대행 업체의 라이더들이 일부 지역에서 ‘배민배달’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경했다. 즉 ‘위탁배달’ 회사에 ‘자체배달’ 서비스를 맡긴 셈이다.

배민은 ‘배달 품질을 높이기 위한 테스트’라고 설명했다. 물류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채널을 다양화함으로써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배달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목적이다. 일각에선 코로나 사태 완화 이후 라이더 수가 급감하면서 배달 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배민 측은 라이더 부족과는 관련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지역은 말하기 어려우나 한정된 곳에서 소수의 배달물량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배달 시간 감축 등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어 “2022년에도 자체배달에 3PL을 도입한 적 있어 (이번 조치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당시엔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중단했지만 이번에 다시 적용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확대할지는 시범 운영을 결과를 보고 결정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라이더 부족 현상 때문이 아니냐는 업계 해석과 관련해선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라이더 수가 이전보다 크게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일축했다.

배달 품질이 되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선 한집배달의 원칙 준수, 라이더 동선 확인 가능 등 받는 서비스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배민이 그간 집중해 온 ‘자체배달’ 서비스의 도입 취지가 애초에 ‘배달 품질 개선’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배달 외주’ 도입의 원인은 ‘배민배달’의 약한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배민은 지난 2021년 배달 품질을 높이기 위해 자체배달 서비스를 처음 도입했다. 이전에는 소비자와 배달대행 업체 간 중개만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배달 품질 관련 민원이 잦아지자 배달 동선을 직접 확인, 문제를 빠르게 파악해 해결할 수 있는 자체배달을 강화했다. 한마디로 배달 품질과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콜 수락률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라이더가 거리와 상관없이 한집만 배달해야 할 때 거리가 너무 멀면 콜을 받지 않는 상황이 빈번했던 것. 배달료가 너무 적을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수익률이 떨어지는 문제로 이어졌다.

반면 배달대행 서비스는 배달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라고 전해진다. 

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최근에도 눈이 많이 올 때 배민 라이더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10건 이상 배달 시 인센티브를 주는 등 자체배달 수익률을 높이려고 노력했다”면서 “그게 다 비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콜 수락률을 끌어올려 배민배달 수익률을 제고하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콜 수를 대폭 확대하면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배민뿐 아니라 요기요, 쿠팡이츠도 자체배달 서비스에 3PL 방식을 이미 도입했다”며 “본래 배달은 순수 배달대행 업체의 역할인 만큼 결국엔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만, “배민배달 서비스만의 가이드라인이 있다”면서 “배달대행업체가 해당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내용으로 B2B계약을 맺기 때문에 배달 품질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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