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지친 그대, 백화점 와서 놀다 가세요”
스크롤 이동 상태바
“온라인에 지친 그대, 백화점 와서 놀다 가세요”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3.06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화점, ‘문화공간’ 변신 전략 시동…“고객 체류 시간 늘려라”
현대, 크리에이티브 부문 신설…롯데, 쇼핑몰 사업본부 신설
신세계, ‘스위트 파크’ 개관…갤러리아, 2026년 복합몰 개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현대백화점

국내 백화점들이 전통적인 ‘상점’의 옷을 벗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채널이 대세로 떠오르자 오프라인 공간만의 강점을 살려 고객의 발길을 이끌려는 목적이다. 백화점 내 체류 시간을 늘림으로써 결과적으론 소비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롯데·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이 조직을 개편하고 팝업, 전시와 같은 체험 공간을 늘리면서 본격적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영업본부 내 ‘크리에이티브 부문’을 신설했다. 

크리에이티브 부문은 ‘더현대 서울’이 보여준 ‘공간 경험의 가치 극대화’를 전 지점에 실현할 수 있는 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앞서 더현대 서울은 2021년 개관 이후 팝업 형태의 공간을 다수 선보이며 백화점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판매에 국한된 개념을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더현대 서울의 ‘에픽 서울’. ⓒ현대백화점

예컨대 더현대 서울은 지난 3일 휴식과 팝업을 합친 신개념 공간인 ‘에픽 서울’을 오픈했다. 약 220평에 달하는 이 공간에서는 K-팝 스타나 하이엔드 브랜드 콘텐츠 그리고 미디어 아트 전시 등, 문화를 향유함과 동시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 공간을 통해 경험·열정·혁신·창의 등의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의 팝업 건수 추이는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더현대 서울의 2022년 팝업 진행 건수는 210여 건이었지만 이듬해인 2023년에는 그 두 배가 넘는 440여 건에 달했다. 백화점 측은 더현대 서울의 팝업 공간이 연간 200만 명의 유치 효과가 있다고 봤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개점 초반에는 이틀에 한 번 정도, 패션 중심 팝업이 자주 열렸는데 요즘에는 장르 불문 매일 연다”며 “지하 2층 ‘크리에이트 그라운드’로 시작해 지금은 전 층수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바오, 웹툰 및 영화 팝업, 아이돌그룹 등 지식재산권(IP) 관련 팝업이 특히 인기다”라고 덧붙였다.

롯데월드몰 1층에서 진행 중인 ‘맥(M.A.C)’ 팝업.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롯데백화점도 올해 쇼핑몰 사업본부를 새롭게 꾸렸다. 사업본부 산하 ‘리뉴얼프로젝트 부문’은 백화점 및 쇼핑몰의 공간 새단장을 담당할 예정이다. 함께 신설된 ‘PM(Project management) 부문’과 ‘쇼핑몰 전략 부문’ 역시 롯데백화점의 공간 브랜딩을 주도한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과 1층에선 수시로 바뀌는 팝업 공간이 눈길을 끈다. 최근엔 글로벌 코스매틱 브랜드 ‘맥(M.A.C)’ 팝업이 오픈, 오는 10일까지 진행 중이다. 팝업에서는 메이크업 컨설팅과 체험 서비스 등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장을 찾은 20대 A 씨는 “인공지능이 얼굴에 어울리는 립스틱을 추천해 주는 게 신기했다”면서 “립스틱을 직접 발라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화보 촬영을 체험하듯 포토존에서 추억을 남길 수 있어 신선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롯데백화점이 2022년 말 오픈한 ‘넥스트 뮤지엄’ 카페.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2022년 말 오픈한 ‘넥스트 뮤지엄’ 카페도 눈에 띈다. 새로운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는 백화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2층 한편에 자리한 넥스트 뮤지엄은 주로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대체불가토큰(NFT) 미술 작품과 캔버스에 물감을 사용하는 원화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디지털’과 ‘피지컬’(오프라인에서만 전시하는 작품)을 합친 ‘피지털’을 추구한다. 롯데백화점은 카카오그룹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엑스’, 파인아트 갤러리 ‘엠컨템포러리’와 손잡고 이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그림 감상뿐 아니라 과일을 테마로 한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새로움을 극대화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월드몰에는 젊은 층이 주로 찾는다”며 “이들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주기 위해 온라인 NFT 미술 작품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꺼내놓는 시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과 갤러리아 역시 이런 시류에 발맞춰 ‘혁신 공간 만들기’에 한창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경영진을 바꾸는 것으로 변화에 시동을 건다. 신세계는 센트럴시티 박주형 대표에게 백화점 경영을 맡기고 신세계 강남점과 파미에스테이션의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강남점은 지난달 15일 국내 최대 규모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를 열었고, 식품관도 국내 최대 규모로 새롭게 단장한다.

스위트 파크에서는 현재 43개 디저트 브랜드가 팝업을 진행 중이며, 오픈 이후 10일간 3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유치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오는 2026년 2030 세대를 유인할 만한 복합 문화 공간을 강남 신사동에 선보인다. 갤러리아 측은 “명품관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복합몰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백화점에 체류하는 시간이 늘면 늘수록 지갑을 열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팝업 등 체험 공간이 젊은 층의 인기를 끄는 만큼 앞으로는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백화점의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Enivrez-vou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