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女 정치글 발견…경찰 말바꾸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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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女 정치글 발견…경찰 말바꾸기 논란
  • 최문정 기자
  • 승인 2013.01.31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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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與에 우호적 의견 작성…국정원 "대북심리전일 뿐" 확대해석 경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문정 기자)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 모 씨가 대선 기간 동안 인터넷 사이트에 정치적 내용을 담은 글을 다수 게시한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31일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 28일부터 12월 11일까지 다수의 아이디를 사용해 진보 성향 유머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49개, 중고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29개 등 총 78개의 글을 작성해 올렸다.

글의 내용은 제주 해군기지, 4대강 사업 등 주로 정치적 이슈에 관한 것이었으며 거의가 정부나 새누리당을 옹호하는 입장을 담고 있었다.

12월 5일에 작성된 '남쪽 정부'라는 글은 "토론 보면서 정말 국보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조차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라고 써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남쪽 정부'라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또한 지난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5일간 해외 순방을 한 것을 두고는 "이번이 자그마치 48번째 해외순방이라는데 압도적인 역대 최고. 정말 대단한거 같다. MB는 진짜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스타일인듯"이라며 예찬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해 쓴 글에서는 "신변안전 보장 강화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라며 반대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더불어 김씨가 다른 사람이 작성한 대선 관련 글에 추천·반대를 눌러 찬반 표시를 99차례 한 사실도 확인됐는데, 이것 역시 정부나 새누리당에 유리한 쪽으로 행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글에서 주요 대선후보 3인의 이름과 구체적 정당명 등이 거론된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국정원은 김씨가 '인터넷상의 정상적인 대북심리전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국정원 3차장 산하 대북심리전단 소속으로, 종북 단체의 정보를 수집하고 감시하는 일이 주요 업무이다.

그러나 김씨가 쓴 글은 단순히 대북심리전 내용으로만은 보기 힘든 내용도 상당수 있으며, 국정원 직원 신분으로 대선 기간에 특정 정당에 유리한 글을 작성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김씨의 정치 관련 글 작성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경찰의 '말바꾸기 수사'가 그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다.

지난 3일 경찰 측은 김씨가 찬반 표시만 했으며 사적인 글 외의 정치 관련 글은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31일 수사결과 발표로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경찰은 당시 중간 수사결과 발표시에도 78개 글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사건을 고의로 축소·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은 이에 대해 "당시 구글링 키워드였던 후보 이름, 정당명 등이 들어가지 않은 글은 대선 관련 글이 아니라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 78개 글에 대해서는 아직 법리검토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12월에도 김씨의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만을 분석한 후 비방 댓글의 흔적이 없다며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부실 수사 의혹을 불러일으킨 바 있어, 국정원의 대선 개입 관련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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