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영업양도인이 바로 근처에서 같은 영업을 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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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영업양도인이 바로 근처에서 같은 영업을 하고 있다면
  • 안철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2.07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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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자유기고가)

나에게 영업을 양도해 놓고는 바로 근처에서 똑같은 영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  이럴 때 상법 제41조 제1항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가히 법률전문가라 할 수 있겠다.

고 씨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지상 건물에서 “녹차마신 도야지”라는 상호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1년 10월 15일 최 씨에게 식당 시설물 일체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시설비, 권리금 등을 포함해서 2억 원에 양도했다.  최 씨는 고 씨로부터 식당을 양수한 다음 임차인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고, 기존 시설을 조금만 보완한 채 같은 상호로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최 씨가 식당을 양수해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는데, 식당에서 불과 50m 거리에 똑같은 식당이 오픈된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수소문해 봤더니 그 식당 주인은 다름 아닌 고 씨였다.  울분을 토하던 최 씨는 고 씨를 만나 따졌지만 자신은 식당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발뺌만 했다.  그러는 사이 처음에는 사업자등록명의가 고 씨였다가 김 씨 명의로 변경되고, 최근에는 또 다시 고 씨의 처 명의로 변경됐다.  법률 도사로 소문난 최 씨가 마냥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도 고 씨를 상대로 자신이 하는 식당영업과 같은 영업을 하지 말 것, 그 영업의 임대, 양도 기타 처분을 하지 말 것과 이런 의무를 위반할 경우 금전적으로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다.  우리 상법 제41조 제1항에서는 “영업을 양도한 경우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양도인은 10년간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을 “양도인의 경업피지(금지)의무”라고 하는데 법률에 의하여 정책적으로 인정된 의무라고 하겠다.  그 소송에서 고 씨는 식당영업을 자기가 하는 것이 아니라고 우격다짐해 보았지만 눈에 드러나는 거짓말이었던 터라 법원에서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상법 제41조에 따라 영업양도인이 부담하는 경업금지의무는 스스로 동종영업을 하거나 제3자를 내세워 동종영업 하는 것을 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또 영업양도인이 그 의무를 위반하여 동종영업을 할 경우 그 의무위반 상태를 없애기 위해서는 영업을 폐지할 것이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그 영업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거나 양도한다고 하더라도 그 영업의 실체가 남아 있는 이상 의무위반 상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행강제의 방법으로 영업양도인 본인의 영업을 금지하는 것 외에도 제3자에 대한 영업의 임대, 양도 기타 처분을 금지하는 것까지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고 씨가 최 씨와 동종업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같이 무엇을 하지 말라는 강제는(이것을 “부작위채무”라고 한다) 직접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결국 부작위의무를 위반했을 때 일정한 돈으로 배상을 명하는 형태의 간접강제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법원에서는 장차 영업양도인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일정한 금액 배상을 하도록 명할 수 있게 된다.  그 금액 범위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법원이 정할 수 있다.  그래서 고 씨가 식당영업을 계속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각 위반행위 1일 5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형태로, 식당영업을 임대, 양도 기타 처분을 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최 씨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형태로 판결하게 된다.

물론 위 규정에 대해서 서울특별시와 군 등은 지역적으로 너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거나 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영업의 자유를 너무 장기간 제한하고 있다는 입법론이 있기는 하다.  아무튼 영업양도인이든 영업양수인이든 이런 법률적 제한이 있다는 것 정도는 최소한 알고 있어야 하겠다.<안철현 법무법인 로투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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