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돈 빌려주고 근저당권 설정했는데 말소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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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돈 빌려주고 근저당권 설정했는데 말소하라니
  • 안철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3.2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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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자유기고가)

채무초과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그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1순위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면 이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제반 조치는 다 취했다고 보고 무작정 안심해도 되는 걸까?

변 씨는 2008년 10월 2일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원금을 8,000만 원으로 한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이를 담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1억 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2010년 4월 30일 당좌거래가 정지되는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자 신용보증기금이 신한은행에 8,120만 원을 대위변제하였다.

그 사이 변 씨의 이종사촌인 정 씨는 2009년 5월 2일 변 씨에게 5,000만 원을 빌려주었다.  그러나 변 씨의 사업이 시종일과 좌충우돌 하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그 외에도 채무가 합계 5억 원 정도에 이르러 정 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다.  정 씨는 어쩔 수 없이 변 씨를 계속 독촉한 끝에 변 씨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부동산에 자신을 채권자로 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겨우 마치게 되었다.

이제 정 씨는 1순위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놓았으니 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경매를 신청해서 돈을 회수할 수 있게 된 셈이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신용보증기금의 위치에서 이를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한다.  신용보증기금으로서는 신한은행에 변 씨의 채무를 대위변제 하였으니 자신도 엄연한 정 씨와 같은 순위의 채권자였다.  그런데 보증사고가 발생하기 얼마 전 갑자기 정 씨가 채무초과 상태에 빠진 변 씨의 유일한 재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됨으로써 순위에 밀려버렸다.  그렇다면 신용보증기금은 십중팔구 정 씨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한다.

우리 법원은 채무초과 상태에 빠져 있는 채무자가 그 소유의 부동산을 채권자 중 어느 한 사람에게 채권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당시 변 씨는 총 5억 원 이상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다.  그리고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이 변 씨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그런데 그 유일한 재산을 담보로 정 씨에게 제공하는 바람에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를 더욱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그렇다면 법원은 그와 같은 근저당권설정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행위로 보아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시키고, 근저당권설정등기도 말소시켜 버린다. 

물론 여기서도 정 씨가 특별한 사정 즉, 변 씨의 사해행위를 전혀 몰랐다면 법원은 달리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은 정 씨가 입증하여야 하는데다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던 당시의 변 씨의 재산 상태에 비추어 본다면 몰랐다는 사정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정 씨와 변 씨는 친인척관계이기 때문에 법원이 어지간해서는 그와 같은 정 씨의 주장에 흔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변 씨와 친인척관계도 없고, 돈을 빌려줄 당시 변 씨의 재산 상태나 채무초과 상태에서 전혀 모르는 제3자가 돈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면 위와 같은 신용보증기금의 사해행위취소소송에 대해 방어의 가능성은 그 만큼 높아진다.  이를테면 그저 매물로 나와 있는 부동산을 우연히 매수하였다가 그 소유자가 이전에 채무초과 상태에서 그 유일한 부동산을 처분하던 터에 사해행위취소소송에 휘말리더라도 그 매수인은 방어가 가능하다.  아무튼 돈을 빌려주는 것 자체도 늘 신중해야 하겠지만 빌려주고 담보를 설정하였다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따라서 돈을 빌려줄 당시의 채무자의 재산 상태와 다른 채권자의 존재, 채무초과 상태인지에 대한 사전 점검이 늘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철현 법무법인 로투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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