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의 의학 이야기>상순소대 (上脣小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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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의 의학 이야기>상순소대 (上脣小帶)
  • 이창민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5.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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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창민 자유기고가)

병원 응급실. 이제 겨우 걸음마 좀 하겠다 싶은 어린 아이를 안은 채 한 어머니가 황급히 들어온다. 허둥지둥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어머니에게 안긴 아이는 입 주위가 피로 뒤범벅이 되어 있고 이제 갓 자라나고 있는 희다 못해 뽀얗기까지 했던 치아는 선홍색 피에 물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애지중지 우리 아기.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안쓰러운데 정작 아이 어머니의 심정은 오죽할까. 하지만 응급실에서 마주한 의사의 뜻밖의 이야기에 어머니는 잠시 헷갈려 한다.

외관상 누가 보기에도 당장 봉합을 해야 할 위중한 상태인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일단 봉합하지 않고 경과 관찰만 하잔다. 이 말을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정답은 '이 경우의 어머니는 의사의 말을 믿어도 되겠다' 이다. 입속 상순소대라는 찢어진 경우이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의외의 일을 은근히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때로는 아무 증상도 없는 콩알보다도 작은 혹덩어리 때문에 장기 하나를 거의 다 들어내는 암수술을 하느라 진을 빼기도 하는 반면, 때로는 이 어린이와 같이 피범벅이 되었는데도 그냥 두고 보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사실 상순소대는 그 이름만 생소하고 거창할 뿐 우리가 흔히 보는, 그다지 큰일을 하지 않는 체내 구조물일 뿐이다. 즉, 상순소대는 한자 뜻 그대로 윗입술 부위에 있는 작은 띠처럼 생긴 구조물을 지칭한다. 거울 앞에 서서 윗입술을 들쳐보면 입술과 잇몸을 연결하는 띠와 같이 생긴 구조물이 보이는데 바로 이것이 상순소대이다. 이 상순소대는 대개 한창 걸음마를 배우는 단계의 유아들이 넘어지며 입을 부딪치면서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람일은 그 누구도 장담을 할 수 없기에 무조건 괜찮다고 말을 할 수는 없으며 의사들 사이에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도 일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위의 어린이처럼 다른 부위의 손상이 없이 상순소대에만 열상이 발생된 경우에는 대부분의 경우 봉합 없이도 깔끔하게 잘 아물게 되며 다른 부위에 비해 낫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병원에서는 수일 간격으로 외래에 방문하여 경과 관찰을 하자고 당부하지만 워낙 대부분의 상순소대의 손상은 별 탈 없이 잘 낫기에 실제로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경과가 좋은 나머지 안심하여 병원에 다시 오지 않게 된다. 무소식이 희소식인게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무조건 방심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넘어져서 입안을 다치게 되면 다른 부위의 열상이나 치아손상 등의 이상이 동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기에 상순소대에만 손상이 있어 보인다고 하더라도 다른 손상에 대한 진찰 또는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고 상황에 따라 항생제 처방 등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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