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업체 선정 불공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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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업체 선정 불공정 의혹
  • 박지순 기자
  • 승인 2010.03.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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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1차 심사 결과 재심사에서 뒤집어
 
행정소송 제기 등 법정 분쟁으로 비화
독립영화 감독들 "내 작품 상영 안 하겠다"
 
독립영화 감독들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업체 선정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자신들의 작품을 전용관에서 상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7일 참여연대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독립영화 감독들은 ‘불공정한 독립영화전용관 선정에 반대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하며 “(사)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이하 ‘한다협’)가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우리의 창작물이 상영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독립영화 감독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영진위에서 선정한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업체를 통해서는 자신들의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 뉴시스


연대 성명에는 한국 독립영화 감독으로는 인지도가 가장 높은 ‘워낭소리’의 이충렬, ‘똥파리’의 양익준, ‘우리학교’의 김명준 감독 등 120여 명이 참여했다. 현재 독립영화 감독으로 활동하는 인원이 약 150명 선으로 알려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독립영화 감독 대부분이 이 연대 성명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연대 성명의 주요 내용은 ‘편파심사로 얼룩진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업체 공모결과를 인정할 수 없어 성명을 낸 이 순간부터 영진위 측의 납득할만한 응답이 있을 때까지 창작물을 독립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독립영화 배급사인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영진위의 독립영화관 운영업체 선정은 ‘비리수준’이며 정권이 바뀐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사업의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 위해 공모제 시행”

국내 독립영화 전용관으로는 지난해까지 ‘인디스페이스’가 있었고 운영은 독립영화협회가 맡고 영진위가 예산 지원을 해 주고 있었다. 그러다 인디스페이스가 위치한 건물이 재개발 지구에 포함되면서 영진위는 사업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모든 영화 단체에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그 동안 지정위탁 방식으로 선정하던 민간 보조 사업의 운영사업자를 공모제로 전환하게 됐다고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공모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인디 포럼’ 윤정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디스페이스가 재개발 지구에 포함돼 공모제로 전환했다는 것부터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국장은 상영관을 이사하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데 재개발을 빌미로 공모제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인디 포럼이 공개한 영진위의 심사자료에 의하며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업체 선정 공모에 지원한 단체는 모두 4곳이다. 1차 심사에서 인디 포럼이 1위 점수를 얻었고 한다협은 3위였다. 그러나 영진위는 1차 심사결과 4곳 모두 적정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재심사를 실시했고 지난달 25일 1차 심사에서 3위였던 한다협이 1위로 최종 선정된 반면 1차에서 1위였던 인디포럼은 최하위로 밀려났다.
 
인디 포럼 “재심사 납득 못해” 행정소송 제기

윤 국장은 “재심사 과정에서 한다협이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인디포럼은 4페이지 분량의 보충내용을 추가했음에도 순위가 뒤바뀐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디포럼은 영진위를 상대로 순위선정이 잘못됐다는 사유로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인디포럼은 행정소송 제기의 구체적 근거를 다수 제시하고 있다. 한다협이 제출한 서류에 명기된 스텝 중 실제 참여하지 않거나 명단에 오른 사실을 사전에 몰랐던 스텝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허위로 서류가 작성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독립영화 전용관의 사업 목표와 내용 중 ‘지역상영 활성화 지원 및 사업’이 필수 조항으로 존재하며 별도로 예산이 책정된 사업임에도 한다협이 제출한 서류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또한 한다협과 같은 날 미디어센터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사)시민영상문화기구의 임원 구성이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이 법인 설립자인 (사)문화미래포럼과 그 협력단체인 (사)비상업영화기구와 관련이 깊다.

시민영상문화기구 이사장 장원재는 문화미래포럼 문학분과위원 겸 한다협 자문위원, 한다협 이사장 최공재는 시민영상문화기구 자문위원이다. 그리고 시민영상문화기구 소장으로 기재된 김종국은 문화미래포럼 영화분과 회원이며 비상업영화기구 사무국장이다.
 
▲ 논란의 핵심에 있는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     © 뉴시스


심사위원 중 일부도 문화미래포럼과 협력단체 비상업영화기구 소속으로 드러났다. 복환모 심사위원장이 문화미래포럼 회원이며 김시무 심사위원이 비상업영화기구 자문위원이다. 사업자로 선정된 한다협과 시민영상문화기구, 영진위와 관련 단체 그리고 심사위원의 인적구성으로 볼 때 공정정이 보장됐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최문순 의원 “서류 조작 관여자 형사처벌 돼야”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심사의 불공정에 대한 의심이 더욱 강해진다. 심사 시행세칙에 의하면 심사위원회의 의결은 위원 3분의 2 이상(5명 중 4명)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위원 3인이 찬성해 부결돼야 함에도 위원 전원 찬성으로 번복해 찬성 의결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은 “서류 조작 관여자들은 형사처벌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공모절차 하자 없다’는 제목의 공식 논평을 통해 심사위원 3인이 찬성한 회의록은 확정된 자료가 아니라 실무자가 임시로 작성 중이던 초안이며 이를 최종적으로 정리해 심사위원 전원의 확인과 서명 날인한 것이 최종적으로 정리된 회의록이라고 해명했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이중 회의록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정리된 한 부만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어떤 경위로 반대 의견을 냈던 심사위원 두 사람이 찬성 쪽으로 견해를 변경했는지 명쾌한 해명이 없어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독립영화 전용관 선정 의혹이 법정분쟁으로 비화되면서 영진위에 의해 선정된 한다협 운영 ‘시네마루’는 연대 성명에 참여한 독립영화 감독들이 소유권을 가진 영화들을 상영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지난 18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한국 독립영화와 외국영화 등 80여 편을 상영하는 ‘저스트 더 비기닝 1+1=!’ 기획전을 계획대로 치르기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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