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 (20)> 이인제,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의 축복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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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 (20)> 이인제,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의 축복이 될 것”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3.10.23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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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동북아 통합론, 먼 곳에 있지 않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2013년도 <북악정치포럼> 스무 번째 주인공은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이다. 강연은 10월 22일 '한반도 통일과 평화'란 주제로 진행됐다.

이인제 의원의 별명은 ‘피닉제’다. 이 의원의 25년 넘은 정치인생 중 선거 때마다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났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날도 강연을 들으러 온 한 학생이 친구에게 “오늘 피닉제 의원 강의라고해서 왔다”고 웃으며 전화를 거는 모습이 목격됐다.

▲ 이인제 의원은 19일 북악정치포럼에서 우리나라의 사회비용 수준이 낮아 통일비용의 지출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는 6선의 중진 의원이다.  최연소 노동부장관과 성공적인 경기도 지사를 지냈다. 1997년 대선 당시 YS에 의해 ‘깜짝놀랄만한 젊은 후보’로 지목됐다. 결국 대선에 단기필마로 출마한 그는 492만 표를 얻은 역대 최고의 제3후보였다. 여러 차례 당적을 변경하는 우여곡절 속에 선진통일당 대표를 지냈다. 지난 대선에선 보수대연합을 위해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며 새누리당과 합당했다.

집권 여당의 중진이 된 이 의원은 지난 6월 20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한반도통일연구원’ 발족식을 가졌다. 그는 이날 “연구원은 우리의 통일 의지와 열정을 어떻게 끌어 모으고, 과학적 통합정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연구하고 행동하는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늘 주제도 “한반도 통일과 평화”였다.

독일의 통일과정을 모범사례로 들어

6선의 노련한 정치인답게 최근 유행하는 혈액형과 성격에 관련한 유머라며 “나는 B형이다. B형은 오이지다.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지랄 맞다”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이인제 의원은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관련해 “한반도는 65년째 분단체제다. 여러분은 분단체제에 익숙해져있다. 통일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대해 구체성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분단의 현장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눈앞에 있다. 북한 장사정포 쏘면 평택까지 날아간다. 한반도는 반도지만 대한민국은 섬보다 더 나쁜 섬이다. 대한민국은 고립된 공간이다. 비정상적인 체제다.”고 운을 뗐다.

이 의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분단된 4개국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다. 전쟁의 책임으로 분단된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한국, 베트남, 예멘은 이념 대결에 의해 타의로 분단된 국가다. 전쟁 책임이 없다. 오히려 피해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한반도를 제외한 나머지 3국의 통일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베트남과 예멘의 통일과정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가 가장 시간을 할애한 국가는 최근 우리 정치인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이었다. 이 의원은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로서 전쟁의 책임이 있었다. 통일도 미·영·불·소 4개 승전국의 승인이 있어야 했다. 동독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눈 녹듯이 무너졌다. 당시 동독 지도부는 사태파악을 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권력의 진공상태가 발생했다. 진공상태에서는 새로운 권력이 메우게 되어 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의미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독일 통일 당시 집권당인 기민당은 통일을 적극 찬성했다. 하지만 야당인 좌파 사민당은 (통일에 따른) 재앙을 우려해 반대했다. 결국 콜 수상이 ‘통일이라는 버스가 왔을 때 잡아타야한다’며 국민들을 적극 설득해 1990년 10월 3일 통일을 이뤄냈다.”

이 의원은 강의 도중 “통일에 대한 솔직한 소리를 듣고 싶다”며 학생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통일의 시기 △적당한 통일 시기 △통일비용 부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학생들의 생각은 각기 엇갈렸다. 이에 이 의원은 “이 질문들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 이인제 의원 ⓒ시사오늘

외부세계 “북한체제 수명 다했다...” 국내는 글쎄?

이인제 의원은 한반도 외부에서 바라보는 통일의 시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세계 석학과 유수 언론들이 이구동성으로 북한체제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진단하는데, 국내는 등잔불이 어둡다고 북한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현재 평양은 혁명의 수도가 아닌, 욕망의 수도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북한과 사업하는 지인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평양시민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돈과 경제만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면 계획경제체제도 무너진다. 봉건시대도 시장의 확대로 붕괴됐다. 소련과 중국도 그렇게 무너졌다. 북한체제의 수명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연 9천만 달러의 노임을 지급받는다. 북한 당국이 가져가 자기들 기준으로 노동자에게 지급한다. 일부 보수층에서는 핵 개발 전용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20여만 명의 공단 근로자와 가족들이 상대적으로 제일 잘산다. 이 사실이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경제와 잘하면 잘 살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북한 체제의 수명이 언제 다하냐는 북한 주민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는 통일의 미래상을 긍정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독일 통일 사례를 들며 통일 비용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했다. 그는 “통일 당시 서독 주민 소득이 1마르크 떨어진 적 없다. 부가가치세 1% 인상으로 대처했다. 나머지는 동독의 사회기반시설 투자로 이어졌다.  일본이 한반도 통일을 두려워한다. 통일비용 5천억 달러, 2조억 달러 연구결과를 배포하는 나라다. 엉터리, 근거없는 공포심을 심어놓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한반도의 통일이 동북아의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독일은 통일로 정치적으로 제일 존경받는 나라가 됐다. 통일독일경제는 유럽의 구세주다”며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동북아 통합 견인의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다.”
 

강의 말미에 이 의원은 안중근 의사와 링컨 대통령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안중근 의사는 처칠보다 34년 먼저 통합의 비전을 제시했다. 안 의사는 <동양평화론>을 통해 영구적인 동양평화를 위해서는 ‘하나의 의회, 하나의 화폐, 하나의 군대’를 가진 동북아 통합론을 제시했다. 안중근 의사의 희망이 먼 곳에 있지 않다. 한반도 통일로 가능하다.”

이어 이 의원은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높이 평가 받는 이유가 있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을 받들고 자기 몸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남북전쟁 발발 당시 2류 농업 국가이었던 미국은 공업발전을 위한 노동력을 공급받기 위해 노예해방을 단행했다. 분열위기에 빠진 미국을 링컨의 북부가 전쟁 승리로 이끌어 단결을 유지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분단 65년 체제를 슬기롭게 풀어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고, 아시아의 분열을 막아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용기·열정·에너지를 모아 어떤 희생·헌신도 마다하지 않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통일이 되면 어떤 다른 공간에서 살게 될 것인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지평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지 상상하기를 바란다”며 강의를 끝맺었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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