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또다시 고개드는 건설사 청약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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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 또다시 고개드는 건설사 청약 꼼수
  • 박상길 기자
  • 승인 2013.11.28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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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경쟁률 뒤 미분양 수두룩 '깡통시장'…분양가·개발호재 등 입지경쟁력 꼼꼼히 따져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상길 기자)

▲ 화성산업의 만촌3차 화성파크드림 모델하우스를 찾은 수요자들이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뉴시스

신규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건설사의 꼼수에 신뢰를 잃어 가고 있다.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률은 수십 대 1 내지는 수백 대 1을 기록하며 '로또 아파트'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건설사가 평형 쪼개기, 중복청약, 3순위 청약 등 꼼수를 쓰기 때문으로 보인다.

평형 쪼개기는 인기 끌 것 같은 평면을 1~2가구로 극소수만 공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2가구 공급에 200명이 모이면 평균 청약 경쟁률이 100대 1로 껑충뛰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화성산업이 대구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는 212.41대 1(전체 평균)이라는 '미친'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410가구 중 조합원 분양 물량을 제외한 90가구 가운데 특별분양 25가구 이외의 일반분양 65가구 모두 1만1491개의 1순위 청약이 마감됐다.

세부적으로 △전용 면적 84㎡ B타입 37가구에 7999이 몰려 216.19 대 1 △84㎡A타입은 24가구에 3299명이 몰려 137.46 대 1 △107㎡는 4가구에 193명이 접수해 48.25대 1을 기록했다.

25일 현대건설이 분양을 시작한 마곡지구에서는 496실 모집에 6051명이 몰리며 평균 12.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가장 작은 면적형이 속한 2군(전용면적 22.44~22.79㎡, 33실)이 최고 경쟁률인 22.8대 1을 차지했다.

또한 KCC건설이 지난 8일 울산 우정혁신도시에서 분양한 단지는 △84㎡A 타입 1가구 모집에 1660명이 몰려 1660대 1 △84㎡B 타입에는 37가구 모집에 1770이 접수해 47.83대 1을 기록하며 평균 9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다른 건설사들도 비슷한 전략으로 주택 공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형 평면을 위주로 주택을 구성하고 평면을 A·B·C·D·E·F로 세분화해 소규모로 공급하는데, 이럴 경우 평형별로 청약 경쟁률이 집계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평균 경쟁률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부부가 동시에 청약하는 중복 청약도 청약 경쟁률의 거품으로 작용한다.

이들이 하나만 계약하고 나머지는 취소하면 추가 접수가 시작되는데, 입지가 좋은 곳일 경우 미계약 물량을 잡기 위해 분양권 전매를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게 된다. 이때 분양권을 사지 못한 계약자가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계약해야 하거나 계약을 아예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3순위 청약은 별도로 청약 통장이 필요 없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낮은 청약률을 예상해 자사 임직원이나 가족, 미리 확보한 중개업소 등을 동원해 경쟁률을 높이기도 한다.

순위 내 마감을 못 하면 미분양으로 낙인 찍혀 분양에 애를 먹는데, 미리 작업해둔 통장을 3순위 청약에 집어넣으면 미분양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2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게 아니라 주변 학군과 교통 여건이 좋아 경쟁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청약 경쟁률 꼼수는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 시기에 건설사가 브랜드이미지 관리 차원을 위해 사용하는 편법적인 형태 중 하나"라며 "수요자들은 손해를 입지 않도록 청약 경쟁률에 치우치지 말고 분양가격과 개발 호재 등 입지경쟁력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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