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노동자에는 ‘100만 원 대자보’…국회의원에는 ‘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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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노동자에는 ‘100만 원 대자보’…국회의원에는 ‘굽신’
  • 전수영 기자
  • 승인 2014.01.07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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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인수 후 갈등 끊이지 않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전수영 기자)

▲ 중앙대학교 홈페이지 캡쳐

중앙대학교가 청소노동자들에게는 ‘100만 원짜리 대자보’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는 낮은 자세로 임해 ‘사람 차별한다’는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6일 오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우원식, 은수미, 유은혜, 진선미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법적 조치를 취한다고 하면 (청소노동자들이) 물러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실제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인 것은 아니다”며 “(가처분 취하는) 변호사가 검토한 뒤 조치하고 오는 10일 노조 측과 간담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요구에는 용역업체와 문제를 해결하라고만 답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노동 환경 개선과 노동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일 점거했던 총장실에서 나와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청소노동자들은 비인간적인 근무 조건과 함께 징계와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이 같은 문제를 학교 측에서 나서 해결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용역업체와 해결할 문제라는 답변만 해왔다.

더욱이 중앙대 측은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퇴거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학내에서 집회를 열거나 대자보를 붙이면 1회에 1인당 100만 원씩 내게 해달라는 간접강제신청을 냈다.

이 같은 학교 측의 태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대자보 비용을 대신 내겠다는 글과 함께 학교를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중앙대가 학교 구성원을 상대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더욱이 지난 2008년 두산그룹이 학교법인이 되면서 갈등은 계속 증폭돼 왔다.

‘사람이 미래다’? 아니 ‘돈이 미래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최근 학교 측으로부터 2월 28일까지 승당관에서 퇴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학교 측은 승당관을 개조해 외국인 학생 전용 기숙실로 변경할 계획이다.

승당관은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기숙실로 100여 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학교 측에서는 승당관이 낡아 재건축을 진행할 계획이며 현재의 승당관은 2012년 2학기에 퓨처하우스라는 명칭으로 입주가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퓨처하우스는 재학생들만 입관할 수 있어 휴학생과 졸업생은 당장 거주할 곳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더욱이 퓨처하우스는 승당관에 비해 입관비가 비싸 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2010년 중앙대는 학내 구조조정에 반발하다 퇴학 등 징계를 받은 학생들을 도우려는 동문 변호사들에게 징계 학생들을 지원하면 승당관 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후배를 돕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학교 측에서 재학생들의 지원을 끊겠다고 나서자 비판 여론이 일었다.

2009년까지 중앙대에서 교수로 있었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 “요즘 대학들이 너무 이상하다 보니, 솔직히 ‘대학’이라는 제도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해갑니다. 돈 내고 돈 먹는 미국 자본주의 하에서도 최소한 대학들은 지켜야 할 기본적 가치는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대학이 천민화의 첨단을 달리고 있으니...”라고 비판의 글을 남겼다.

두산그룹은 중앙대 운영에 참여하면서 기존의 학과시스템을 5개 계열의 학문단위로 통폐합하고 계열별로 책임 부총장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2~15개의 인기 학과를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이를 두고 학생과 교수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외부인사가 책임 부총장으로 영입될 경우 학교가 상업주의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앙대는 책임 부총장 제도를 강행했다.

중앙대는 지난해 6월 전공 선택 비율이 낮은 일부 학고를 폐지하는 구조조정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비교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 청소년학과 등 4개 학과는 올해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중앙대는 이들 학과 폐지에 대해 경쟁력 있는 학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력 있는 학과란 학생들이 선호하며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학에서 ‘학문’은 사라지고 시류에 부합되는 학과만을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인재’가 아닌 ‘직장인’만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은 학교 홈페이지에 인사말을 통해 “끊임없는 지적호기심 탐구와 꿈을 이룰 수 있는 중앙대학교”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끊임없는 지적호기심’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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