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城허물기②>˝똑바로 하이소, 다음 부산시장은 뭔가 해야 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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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城허물기②>˝똑바로 하이소, 다음 부산시장은 뭔가 해야 됩니더˝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02.15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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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르포-부산 서부 민심 탐방
새누리 대세론 속 엇갈리는 인물평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부산, 김병묵 기자)

“마, 그런 것은 뭣하러 물어봅니꺼? 내가 누가 된다, 그라면 그 사람이 되나? 말할 것 없심니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택시기사의 퉁명스런 대답이다. 부산 서부 민심을 듣기 위해, 2월 7일 부슬비가 내리는 부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사하구 쪽으로 향했다. 기자가 6·4 지방선거 부산시장 판도를 궁금해 하자 최 모 씨(59,운수업)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한참을 졸라서야 그는 다시 입을 열고 이야기를 들려줬다.

-요즘 부산 경기는 어떻습니까.
“말도 마이소. 이거 뭐 안 좋다, 안 좋다 해도 요즘처럼 안 좋기가 힘듭니더. 사람이 없어예. 지금 인구가 표시가 날 만큼 빠져나가고 있다 아입니꺼.”

-이유가 뭔가요.
“이유는 뻔하지예. 일자리가 없어서 그런 거라. 지금 부산에 기업도 없고 변변한 공단도 없고, 완전히 소비도시 아닙니꺼. 이거 다음 시장이 뭔가 해야 됩니더. 지금 허(남식)시장은 핸(한)게 없어예.”

-현 시장에 대한 평은 어떤가요.
“별로 안 좋습니더. 소문에는 그 사람(허 시장)이 관료출신이라서, 모험적인 건 안 한다고 하네예. 못한 것도 없지만 잘한 것도 없는 기라. 한마디로 한 게 없다, 이 말입니더.”

-다음 시장은 누가 될 것 같습니까.
“글쎄요…, 누가 나오든지 새누리당이 안 되겠나 싶어요. 그 누구야, 서병수 얘기가 있고, 저기 북구에 박민식이 얘기도 있고, 누구든 그 중 한사람이 나올 텐데 아마 그 사람이 될 것 같네예.”

-권철현 전 주일대사와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이야기도 나오는데.
“아, 권철현이. 그 사람도 있네예. 그 사람도 새누리당 쪽이지예? 그리고 오거돈 전 장관은 이름은 들어보긴 했는데 인지도가 그리 높은 것 같진 않심니더. 부산 사람은예, 고집이 있어가(있어서) 전국적으로 뭐 이름이 나든 말든, 여기서 인지도가 없으면 그만입니더. 노무현이 그랬어요. 인기가 많아서 대통령도 되고 그랬는데, 여기 부산은 노무현이 이름 자체를 몰랐어요. 그런 사람도 많았고.”

-민주당에 대한 여론은 어떻습니까?
“누가 나오는지 잘은 모르겠심더. 김영춘든가? 아 들어본 것은 같은데, 사람이 어떤가는 모르겠는데예, 여긴 민주당이면 안 될낍니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생각은
“안철수도 부산사람이지예? 글쎄요…, 젊은 사람들은 좋아하는가 모르겠는데 저나 우리 또래는 별 생각이 없네요. 좋지도 싫지도 않고.”

▲ 부산 중구의 한 부두. 싸늘한 부두만큼 부산민심도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양당에 대해 편치 않아 보였다. ⓒ시사오늘

‘새누리당 대세론’은 부산 서부에서도 큰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장기화된 불황, 지속적인 인구 감소, 동서 경제 격차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며 이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대안’이 없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다음은 부산 사상구 박모 씨(46, 자영업) 인터뷰 대목이다.

-새누리당을 지지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딱히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건 아니고, 대안이 없으니까네. 그냥 될 것 같은 사람 찍고 하는깁니더.”

-민주당이나 안철수 신당은 대안이 될 수 없는지.
“민주당 평판은 여기서 아주 바닥입니더. 제 주변사람들도 뭐 몬(못)살겠다고 민주당을 찾고 그러진 않지요. 민주당에 인물이 누가 있습니꺼. 안철수, 그 양반은 뭔가를 들고 나오든지 해야지 지금 뭘 보고 지지합니꺼.”

-민주당 조경태 의원에 대한 평은 좀 다르던데요.
“그 양반은 좀 특별한기, 민주당 내에서도 쓴소리를 막 하고, 부산사람들은 그런 거 좋아합니다. 그리고 지역구 관리를 잘했다고 봐야지요. 지하철을 끌어다 놨어요. 거기 보면 아파트가 있는데 그거 지하철 때문에 들어온 거거든요. 사하구 그쪽에 호남사람들이 좀 많이 살기도 하고….”

-조 의원이 만약 부산시장에 나간다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안 됩니다. 이쪽에서나 인기가 있지, 다른 데선 뭐 알겠십니꺼. 그리고 민주당이라서 안 됩니더.”

-부산 서부의 경제가 동쪽에 비해 낙후됐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래 됐심니더. 오죽하면 해운대 사는 사람들이 대놓고 미안해한다 아입니꺼. 거긴 완전히 홍콩이라예. 이런거 좀 바꿔줬으면 좋긴 하겠는데, 글쎄요, 그런 면에서 해운대 구청장 했던 서병수씨보다, 저 북구 사람 박민식 씨가 되면 좀 다를라나.”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 대한 평과 별개로, 현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영도구에 거주한다는 박모 씨(40,주부)는 국제시장에서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이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괜찮게 하고 있지 않나요. 원칙도 있어 보이고, 전 대통령(MB)에 비하면 잘 하고 있다고 봐요.”

-새누리당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뭘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맨날 뽑아줘봐야 바뀌는 것도 없고, 그래도 나이드신 분들은 무조건 지지를 하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 생각까진 잘 모르겠네예. 저 사는 영도구는 이북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열성 여당 팬이 많고 하죠”

재밌는 것은 인물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문재인 의원(사상구)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오간다. 다음은 부산 서구 정모 씨(41,운수업)의 말이다.

“그 사람(문 의원) 괜찮게 봤는데, 영 아니데예. 제가 노무현 팬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새 하는 거 보니까, 그 완전 뭐야, 종북 감싸고, 그래서 완전 엑스(X)했심니더. 다음에 또 나오면 안 될 수도 있심니더. 그리고 사실 부산 토백이도 아니고 거제사람이라.”

반면 부산 강서구 김모 씨(37,회사원)는 다른 시각을 내놨다.

“문재인이 인기 좋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 걸릴 것은 없었잖아요, 약점이 없었잖아요, 군대도 특전사 나오고, 뭐 맨 선거철에만 입발린 소리 하는 여당(새누리당)사람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더.”

빗방울이 굵어진 밤. 늦게 자갈치 시장에서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마지막으로 민심을 들려준 김모 씨(65, 수산업)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기자 선생님예, 이말 듣고 정치인들이 좀 정신차렸으면 좋겠네예. 지금 부산사람들 아주 죽겠으니까똑바로 좀 하이소, 똑바로 하는 사람을 뽑을라니까."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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