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정몽준 대비되는 팽목항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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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정몽준 대비되는 팽목항 방문기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4.05.15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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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박원순엔 ‘눈물’…대범한 정몽준에 ‘싸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 팽목항을 방문한 박원순(오른쪽)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처지가 대비된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6.4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같은 날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이 몰려있는 팽목항을 찾았다. 그러나 이 둘의 팽목항 방문을 두고 여론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14일 오후 6시께 정몽준 후보가 먼저 팽목항을 찾았다. 정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에 기자회견 자리에서 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뒤 진도 방문을 예고했다. 그는 조용히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예고를 미리 듣고 온 기자들 수십여명이 팽목항에 진을 치고 있어 언론노출이 불가피했다.

정 후보는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뒤 상황실을 찾아가 해경 차장으로부터 수색상황을 점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천막과 가족대책본부에 들러 30분간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사전예고 vs 깜짝방문

가족 중 일부는 도착하자마자 천막에 들어가려는 정 후보와 수행원 대여섯명을 향해 ‘실종자 가족 외 출입금지’ 팻말을 떼어 보이며 정 후보 측을 가로막았고, 한 단원고 실종 학생 어머니는 “당신네 아들이 우리보고 미개하다는데 여길 왜 왔냐?”며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서둘러 팽목항을 떠나려던 정 후보는 “막내아들 발언에 대한 사과에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이 어떻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동양의 미덕은 큰 슬픔을 당하면 서로 위로하는 것이다. 서로 비난하는 것은 자제했으면 한다. 가족들은 지치고 힘들어 화를 낼 힘도 없는 듯하다. 죄송하다고 전했고 여러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기자들에게 “우리나라에 지금 부정부패가 만연하다”고 강조하며 “정부 여당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일각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그건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반면 정 후보가 떠난 뒤 후발주자로 진도를 찾은 박원순 후보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박 후보 역시 같은 날 오후 8시45분께 진도에 도착했지만 정 후보와 달리 사전예고는 없었다. 그야말로 깜짝 방문이었다. 이 때문에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물론 실종자 가족들도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본 모 매체의 기자가 “박원순 시장 아니냐”고 확인한 후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며 알려지게 됐다.

그의 방문 순서 역시 정 후보와는 반대였다. 박 후보는 가족대책본부가 있는 팽목항 대신 진도체육관을 먼저 찾았다. 박 후보의 진도행에는 수행비서 2명이 동행했지만, 그가 체육관에 들어섰을 때 수행비서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조용히 홀로 방문하고자 했던 박 후보의 뜻이 있었기 때문.

그는 자원봉사자 1명과 함께 1시간15분가량 체육관 내에 있던 실종자 가족들과의 면담을 시도했다. 그는 면담 내내 무릎을 꿇고 앉아 경청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지쳐 누워있는 실종자 가족의 안부를 묻고 손을 꼭 잡아주기도 했으며,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던 한 실종자 가족과의 면담 중에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쏟기도 했다. 

박 후보는 20여명의 가족과 1시간 넘게 면담을 마친 뒤 오후 9시45분쯤 팽목항으로 이동했다. 그는 그곳에서도 역시 실종자 가족과 면담,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한 뒤 상황실에 들러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울로 향했다.

현장을 찾은 몇몇 기자들은 박 시장에게 실종자 가족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물었지만, 박 후보는 말없이 차에 몸을 실었다.

당시 진도체육관에서 박 후보를 안내한 자원봉사자는 “박원순 후보가 사진에 찍히거나 언론에 공개되지 않으려고 일부러 혼자 들어왔다”며 “수행원도 모두 밖에서 기다리고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후보가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면서 입을 굳게 닫았다.

진도를 찾은 박 후보와 정 후보의 같은 날 다른 행보가 세간에 알려지자 여론반응은 삽시간에 
뜨거워졌다. 일부 누리꾼들이 박 후보와 정 후보의 사진을 동시에 게재하며 날카로운 비교 분석에 나서기도 했다.

엇갈린 행보, 엇갈린 반응

대부분 박 후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반대로 정 후보에게는 신랄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국민 앞에 무릎 꿇은 자와 천막을 기웃거리는 자, 천사와 악마의 모습이다”라며 극단적인 의견을 내세우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선거가 목전에 오긴 왔구나…선거철만 되면 감성 호소하는 정치인들…”이라며 두 사람 모두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인 박 후보와 정 후보의 엇갈린 이번 행보는 서울시장을 담판 짓는 결정적인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이 선택한 서울시 리더는 누가될 지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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