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부실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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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부실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왜?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06.10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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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코 앞에 두고 반얀트리 호텔 사채 610억 원 전량 인수
엘리베이터·유앤아이 유증 참여해 계열사 연결고리 강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매각을 앞두고 있는 현대증권이 부실한 현대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의혹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현대증권의 행보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대한 신용공여 행위로 판단하고 금융위원회에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요청했다.

최근 현대증권은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지분을 100% 소유한 현대엘앤알 사모사채 610억 원을 전량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엘앤알이 제공한 담보는 반얀트리 호텔 공사대금 채권과 발행주식, 외환은행 예금 채권 등 총 793억 원이다.

앞서 현대그룹은 반얀트리 호텔을 인수하기 전 현대상선 49%, 현대엘리베이터 23.1%, 현대로지스틱스 23%, 현대증권 4.9% 지분을 출자해 현대엘앤알을 설립하고 호텔 경영에 대한 모든 것을 맡겼다.

하지만 1년 6개월 만에 현대그룹의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현대증권과 함께 매각 대상으로 결정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이상한 점은 주인이 바뀔 처지에 놓인 현대증권이 그룹을 위해 반얀트리 적자를 메워주는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엘앤알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수익은 전혀 없고 자본이 감소했음을 뜻하는 누적결손금은 460억여 원,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640%에 이른다. 2013년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달리 말하면 현대증권이 담보로 받은 현대엘앤알 발행주식은 휴지조각에 한 발 더 가까워졌고 공사대금 채권 역시 시행사였던 어반 오아시스가 쌍용건설에 갚지 못한 불량 채권이라는 것이다. 쌍용건설은 이 채권 때문에 휘청거리다 현대그룹의 호텔 인수 결정으로 기사회생 했다. 현대엘앤알이 보유한 200억 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은 이미 담보제공 상태인 것으로 확인된다.

그야말로 무가치한 담보를 서류상으로 받아들고 무려 610억 원이나 되는 돈을 빌려준 셈이다. 곧 주인이 바뀔 처지에 몸값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몸을 사리는 게 일반적인데 현대증권은 굳이 위험부담을 떠안았다.

▲ 현대증권 ⓒ뉴시스

이런 가운데 반얀트리 호텔 매각마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현대증권의 부당지원 의혹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현대그룹이 2011년 반얀트리 호텔을 매입한 가격은 1635억 원이다. 그룹 입장에서는 그와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길 희망하지만 회원권 가치 하락에 가격을 낮추지 않는 이상 매각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 호텔레저업계 관계자는 “반얀트리 호텔을 인수한다 해도 수익이 보장된다고 보기 힘들어 인수에 나서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증권이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신용공여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엘앤알은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태인데도 현대증권이 사채를 모두 인수해 현금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증권은 현대엘앤알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현대유앤아이(200억 원)와 지난 3월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62억 원)에도 참여해 매각이 결정된 이후에도 현대그룹 내 부실 계열사와 연결고리를 오히려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감독원은 현대증권이 특수관계인 등에 대해 자기자본 8% 미만으로 지원하고 있어 관련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손을 놓고 있다. 사실상 현정은 회장에 대한 특혜라고 볼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증권의 이 같은 움직임이 신용공여 금지에 해당되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과징금 등 제재와 검찰고발 등 적극적인 조취를 취해달라고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

이에 현대증권 측은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답변할 수 없다"는 말만 수차례 반복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지난 2월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 의결에 따라 3월부터 주채무계열에 편입됐다. 이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재무구조평가를 받게 되는데 취약우려그룹으로 평가되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요받게 된다. 현대증권과 현대엘앤알 매각도 주채무계열을 벗어나기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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