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디자인만 강조…제 역할 못하는 공공휴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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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디자인만 강조…제 역할 못하는 공공휴지통
  • 노유선 기자
  • 승인 2014.06.27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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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정①>청소하는 입장 고려 안해…전시행정 대표적 사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노유선 기자)

▲ 24일 오후 7시 25분 목동의 한 공공휴지통ⓒ시사오늘 노유선 기자

24일 오후 7시 25분. 목동의 공공휴지통은 입구가 꽉 막혀있었다. 일회용 테이크아웃(Take-out) 컵이 입구를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휴지통 입구의 지름은 눈으로 봐도 컵의 지름보다 작았다.

지난 5월 다음 아고라의 ‘서울지역 깨끗한 길거리 환경조성을 위해서’라는 기획토론방이 열렸다. 한 시민이 시민청 <시민발언대>에 남긴 글이 토론의 계기였다. 그는 "서울시 길거리가 너무 더러운 곳이 많아요. 사람들이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지 말고 쓰레기통에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길거리나 공공장소를 쾌적하고 청결하게 조성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참여글은 25일 현재 116개에 달한다. 그중 J_Law(bum****)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지난달 16일 “쓰레기 집어넣기 힘들게 생기지 않았나요…. 들어가는 입구도 컵 하나 겨우 들어가게 생겼는데 지나가다 쓰레기 툭 집어넣고 가기엔 너무 쓰레기 들어가기가 힘들게 보입니다. 디자인을 조금만 변경해서 쓰레기 버리기 '쉽게' 해두면 주변에 지저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도 많이 줄어들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이 같은 의견은 2012년에도 있었다. 당시 서울 SNS 오픈채널에 한 시민은 “입구가 낮게 설치돼 있어 허리를 굽히지 않고는 (쓰레기를) 잘 넣을 수 없다”며 “입구에 쓰레기가 들어가지 못하고 빠져나와 길바닥에 떨어진 경우도 봤다”고 글을 남겼다. 기자는 그해 이 문제에 관해 취재했으나 점차 나아질 것이란 관련자들의 답변만 들었다.

◇ 디자인만 강조하다보니…버리는 입장, 청소하는 입장 고려 안해

2012년 종로구청 청소행정과의 고동석씨는 "휴지통은 디자인보다 실용성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지금 서울의 휴지통은 디자인을 강조한 나머지,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의 입장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2012년 7월 강남역의 한 공공휴지통ⓒ시사오늘 노유선 기자

실제로 그해 강남역 부근에서 휴지통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입구에 걸쳐져 있는 테이크아웃 컵이 발견되기도 했다. 컵 속에 있던 얼음이 휴지통 밖으로 줄줄 새어 나와 악취도 심했다.

 

▲ 2012년 7월 신촌의 한 공공휴지통ⓒ시사오늘 노유선 기자

신촌에선 아예 휴지통 위에 쓰레기를 올려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작은 입구에 쓰레기를 우겨 넣느니 평평한 휴지통 위에 올려놓고 가는 것이다.

작은 입구뿐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휴지통 크기 자체도 골칫덩어리였다. 2012년 종로구 환경미화원 이정연씨는 "지금 공공휴지통은 플라스틱 컵 100개만 넣어도 꽉 찰 정도로 작다"고 말했다.

2008년도까지만 해도 100L 쓰레기봉투가 쓰였는데, 서울시가 권고한 공공휴지통으로 바뀌면서 75L 봉투가 쓰인다는 것이다. 그만큼 미화원이 휴지통을 비워야 하는 횟수가 늘었다.

그해 서대문구청 청소행정과 임정식씨는 "서울시의 권고사항에 맞춰 각 구청이 휴지통을 사들였고, 다른 것으로 바꾸기에는 제작비용, 디자인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후, 임정식씨는 "2012년과 권고사항이나 구청의 규칙이 달라진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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