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보호받는 ´경영권 프리미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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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보호받는 ´경영권 프리미엄´…왜?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07.02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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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서 외면받는 ´상가 권리금´ , 분쟁 노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1. KB금융그룹과 LIG그룹은 지난달 27일 6850억 원에 LIG손해보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초 5000억 원대에서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는 추측을 훨씬 뛰어넘은 금액이다.

KB금융이 인수하는 지분은 구본상 등 대주주 8인이 보유한 19.47%로 총 주식 수 1168만2580주를 넘겨 받는다.

1일 기준 LIG손해보험의 주식 1주당 가격은 2만7500원. 단순히 주가로만 가격을 매긴다면 3212억7095만 원 으로 KB금융은 LIG손보를 2배 이상 비싸게 샀다. 바로 경영권 프리미엄 때문이다.

#2, 2011년 3월 최모 씨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 2년간 임대계약을 맺고 곱창집을 냈다. 계약 조건은 보증금 1억 원에 월 임대료 700만 원이다.

건물주는 같은 해 11월 최 씨에게 한마디도 없이 건물을 팔아넘겼고 새 주인은 월 임대료를 1100만 원으로 올려버렸다.  

최 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 세입자에게 줬던 권리금 1억5000만 원도 고스란히 날려야 한다.

최근 M&A시장이 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예를 들었던 KB금융-LIG손보나 NH농협지주-우리투자증권 패키지 같은 대형 금융권 M&A부터 SK텔레콤-아이리버 같은 전혀 다른 분야간 M&A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거래 가격이 단순 주식 가치를 뛰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012년 12월 SDN은 주식 50만 주(지분 2.9%)를 총 40억 원에 팔아넘겼다. 당시 주가는 1420원이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주당 6580원 붙어 4배가 넘는 가격이 된 것이다.

최근 금융권 핫 이슈인 우리은행 매각에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 지분 30%가격은 시장가로 2조5000억 원 가량이지만 경영권이 따라간다는 조건에 5000억 원이 더 붙은 3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 지난달 23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중구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3조 원에 매각 될 전망이다. ⓒ뉴시스

이처럼 '경영권 프리미엄'은 정해진 금액이나 비율 없이 임의로 결정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 경영활동을 통해 얻어진 무형의 자산에 대한 프리미엄'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 말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약 31조 원으로 평가했는데 이 금액을 M&A 과정에서 기업 가격으로 포함하는 식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법률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상속세및 증여세법 제63조 3항에 따르면 "지분률 50% 이상이면 30%를, 50% 미만이면 20%를 최대주주 주식가액에 할증하여 과세한다"고 돼있다.

하지만 이는 법률적인 기준일 뿐 실제로는 지분거래시 회계법인 등 외부 평가기관을 통해 적정 가격대를 받고 당사자 간 협의를 거쳐 책정된다.

LIG손보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입찰 업체를 이리저리 오가며 가격 경쟁을 붙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시장 가치는 정해져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의 한도는 전혀 없었던 것.

마치 자영업자가 가게를 인수하면서 권리금을 주는 것과 똑같은 모양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30% 인정…권리금은 임차인 간 일이라 인정 안돼

50대 가장들은 은퇴를 앞두고 가정을 계속 꾸리기 위해 창업을 한번 쯤은 생각한다. 가장 많이 생각하는 업종이 커피나 치킨, 피자점 같은 음식점 프랜차이즈다.

상가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건물 주인과 계약하는 건 물론이고 기존 세입자에게 '권리금'이라는 특수한 돈을 지불한다.

수 년간 장사 하면서 단골을 만들었으니 그 수고와 노력을 돈으로 환산해 달라는 것. 간단히 말해 브랜드를 만들었으니 가치를 인정해 달라는 것으로 경영권 프리미엄과 완전히 일치한다. 심지어 권리금을 현 세입자와 다음 세입자가 합의해 결정한다는 점도 똑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권리금은 법적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앞서 최 씨의 경우처럼 바뀐 건물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권리금 1억5000만 원에 대한 주장은 전혀 못하고 보증금만 받아 쫓겨날 수 밖에 없다.

▲ 지난 1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서울 종로구청 인근 중국음식점 신신원 앞에서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최 씨 뿐만 아니라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용산 참사도 재개발 과정에서 권리금을 받지 못한채 쫓겨난 상가 세입자들이 항의하다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모 가수가 건물을 매입한 뒤 1층 임차인에게 나가달라며 명도소송을 하자 임차인이 권리금을 날리게 됐다고 반발한 사건도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5년간 계약기간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지만 보증금과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월세X100)한 금액이 4억 원 이하일 때만 보장받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상가 환산 보증금은 평균 3억3000여만 원으로 나타났다. 강남 상권은 45.5%가 범위를 넘어섰고 서울시 전체에서도 22.6%가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지난 2월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에서 상가권리금을 법으로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물주인이 임차인간 주고받는 권리금 보호에 대해 나설 가능성이 매우 낮고 개정안도 내년 하반기에나 시행될 것으로 보여 권리금은 분쟁 위험에 노출된 채 쭉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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