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민의 엔터法> 여전히 보호 열악한 퍼블리시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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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민의 엔터法> 여전히 보호 열악한 퍼블리시티권
  • 양지민 변호사
  • 승인 2014.07.04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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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정법 제정에 적극 지원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양지민 변호사)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은 일반적으로 성명, 초상 등이 갖는 경제적 이익 내지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통제하거나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권리로 설명된다.

일찍이 광고 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 판례와 각 주의 성문법에 의해 보호되기 시작한 퍼블리시티권은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인정된 권리지만, 한국에서는 확립된 기준이라든지 관습법이 미흡한 수준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배우 김선아가 한 성형외과를 상대로 낸 초상권 침해소송에서 승소, 2500만 원을 배상받은 판결이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한국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의 보호대상과 존속기간, 구제수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실정법이나 확립된 관습법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명인이 자신의 사회적 명성이나 지명도 등으로 갖게 되는 경제적 이익 또는 가치는 그 보호의 필요성과 보호가치에 대해 인정한 판결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물론, 김선아의 이번 판결이 퍼블리시티권을 독립적 재산권과 결부시켜 그 가치를 인정한 첫 판결은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러한 추세의 판결은 간간히 있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정확한 기준 없이 판결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라 김 씨에 대한 판결은 의미가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코미디언 주병진이 제임스딘이라는 표장을 이용, 상품을 판매해 문제가 됐던 '제임스딘 사건'에서 법원은 "우리나라에서도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새로운 권리 개념을 인정할 필요성은 수긍할 수 있으나, 성문법주의를 취하는 한국에서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물권과 유사한 독점·배타적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퍼블리시티권의 성립요건, 양도·상속성, 보호대상과 존속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적인 근거가 마련되어야만 비로소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불과 2년 사이에 정반대 입장의 하급심 판결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명 '이효섭 사건'이다.

소설가 이효석의 상속인이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문구 등을 사용해 상품권을 만든 제작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이었다.

법원은 "유명인이 스스로 획득한 명성이나 사회적인 평가, 지명도 등으로부터 생기는 독립한 경제적 이익 또는 가치는 그 자체로 보호할 가치가 충분한 점 등에 비춰 해석상 이를 독립적인 권리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퍼블리시티권은 유명인뿐 아니라 일정한 경우 일반인에게도 인정될 수 있으며 그 대상은 성명, 사진, 초상, 기타 개인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경우 특정인을 연상시키는 물건 등에 널리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퍼블리시티권이 유명인에게만 인정되는 권리가 아님이 확인된 것이다. 해당 사례는 퍼블리시티권의 상속성, 존속기간 등에 대한 기준도 제시해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이러한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김선아가 초상권 침해소송에서 일부라도 승소해 일정 수준의 배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법원은 "여자 연예인의 성형은 대중의 주요 관심사가 될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여자 연예인들이 자신에 대한 성형 의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성형사실을 숨기려고 한다"며 "김 씨가 블로그 게시글 사용을 승낙했을 경우, 광고비로 지급받을 수 있는 대가를 손해배상 범위에 고려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와 같이 현재 한국에서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명확한 실정법이 없다. 일부 판결들에 인용된 법리로 간신히 권리를 유지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연예, 스포츠 산업 및 광고 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 등을 광고에 이용하게 됐다. 이를 규율하기 위해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새로운 권리 개념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은 10년 전부터 있었지만, 이에 대한 법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10년 사이에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개념과 존재가 판결을 통해 많이 정립됐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실정법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미흡하게나마 판결에서 인정하는 법리에 따라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인정 및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퍼블리시티권 관련 실정법 제정에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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