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 권력의 꽃, 왜 일찍 시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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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 권력의 꽃, 왜 일찍 시드는가?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4.07.09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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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여름 날 아침 출근길에 산장의 화사한 꽃에 매혹되어 가끔 꽃을 꺾었다. 산에서 사무실까지 차로 40 분, 혹여나 꽃이 상할까 뒷좌석 아래 물에 적신 신문을 깔고 그 위에 꽃을 놓았다. 어떤 꽃은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크게 상하지 않았으나, 어떤 꽃은 크게 상해 사무실 화병에 새 물을 넣고 정성을 다해도 회복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꽃이 화려할수록 쉽게 상하고 회복되지 못했다. 줄기가 꺾이지 않은 산장의 꽃도 땅 속에서 뿌리가 다치면 생기를 잃고 시름시름 하다가 시들고 만다. 결국 꽃이 시드는 것은 줄기가 상처를 입거나 뿌리가 부실하기 때문이고, 줄기가 잘리면 백일홍도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정치 현장에서 줄기는 정당이고, 뿌리는 지지층에 해당한다. 꽃은 후보자이고, 당선된 후에는 대통령으로 비유될 수 있다. 박근혜 정권, 집권 초부터 인사 문제로 흔들리더니 그 화려한 꽃이 시름시름 시들어 가고 있다. 줄기가 부실한 것인가? 뿌리가 부실한 것인가? 줄기도 뿌리도 문제가 된다면, 줄기에 대한 처방과 뿌리에 대한 처방을 동시에 내놓아야 한다.

정치에 있어서 줄기는 제도와 리더십에 관련된 경우가 많고, 뿌리는 정당의 이념과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대선 전 박근혜 후보는 모든 것을 바꾸는 과감한 결단을 보여주었다.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경제 민주화를 표방하였고, 지지자를 상대하기 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광폭의 정치 행보를 보였다. 당명도 당의 상징도 모두 바꿨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바뀐 것으로 보였다. 대통령 후보자로서 박근혜 후보는 전략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되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선 국민을 상대로 했던 정치에서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정치로 바뀌면서 선거 기간에 선보였던 신 소프트웨어가 구 버전으로 바뀌었다. 선거 기간 중에는 뒷전에 있던 인사들이 전면에 부상하였고, 앞에서 나섰던 인사들은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 되었다. 신 소프트웨어 버전이 하드웨어 용량 부족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기보다는 신 소프트웨어 버전은 포장이었고 실체는 구 버전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이 것은 당선자의 정치철학과 관련된 부분이라는 점에서 대다수 국민은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화인줄 알았는데 일정 부분 조화였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뒤 늦게 알게 된 셈이라고 할까?

정당과의 관계에서 보면 대통령 후보자가 당선된 후 집권 여당과 거리를 두려는 현상은 박근혜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한국의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일반적 현상으로 많은 정치학자들이 오랫동안 지적해 온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의 당청 간의 소통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인사가 투명하지 않고 인선 결과 발표되는 인사들을 분석해 보면 특정 그룹 일색으로 인력풀이 과도하게 폐쇄적이라는 점이다. 여야를 아우르는 탕탕평평의 인사는커녕 집권 보수세력 내에서도 편향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청 간의 소통이 부재한 상황이니 청와대와 국회의 소통은 말할 것도 없다. 청와대가 정치권과의 소통 보다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헌정사를 살펴보면 정치권과 거리 두기 통치행태는 대통령의 정치력의 부재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7월은 박근혜 정부로 보면 정치적 전환을 모색할 수 있는 다양한 정치적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통해서 집권 여당의 새 지도부가 탄생하고, 박근혜 정권 제 2기 내각이 국회 청문회 과정을 거쳐 출범할 것이며, 7.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대국민 정치 기회가 열려있다. 집권 여당과 청와대는 이러한 연속된 정치 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텐데 현실은 상황을 이끌기 보다는 상황에 이끌리는 형국이다. 집권 세력의 정치력 부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그 단아한 꽃이 생명을 되찾고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줄기가 튼튼해져야 하고 뿌리가 흙 속에 단단히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줄기를 세우는 것은 책임 총리 책임 장관의 역할을 확고히 하여 내각의 존재감을 드러나게 하고 집권 여당의 새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는 위임과 책임 그리고 공유의 정치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대중 속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후보 시절 보여주었던 국민을 상대로 한 광폭의 정치 행보를 다시 취하고 야당과의 정치를 일상화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은 힘 있는 자가 먼저 손을 내밀 때 아름답다. 소통은 높은 곳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 이루어진다. 소통을 위해서 시민과 여야 정치권이 높은 곳을 향하여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내려서야 한다. 국민은 청와대에 갇힌 대통령을 원치 않는다. 대관식 분위기는 취임식 하루로 족하다.

 

▲ 강상호 시사평론가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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