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러시앤캐시 최윤 회장이 일본 대부업체 썬크레디트뷰로와 손잡고 ‘원캐싱’으로 국내 진출한 2002년 당시 한국 경제상황은 그야말로 난민촌이었다.
1997년 IMF가 떨어뜨리고 간 금융시장 완전 개방 폭탄에 1998년 1월부터 최고이자율이 폐지됐고 2002년 대부업법 시행 직전에는 사채이자가 연 209%까지 폭등했다. 당시 금감원 사채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평균 사채이자율은 211.6%였다.
정부는 각종 불법이 횡행하던 사채업을 양지로 끌어내자는 취지로 대부업법을 신설하고 이자율을 66%로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자 사채업자들은 차라리 영업을 포기한다며 자금회수에 들어갔다. 채무 압박을 받게 된 서민들은 또 다른 사채를 찾아 해멨고 이자율은 급격히 올랐다.
이런 사회적 배경 때문에 최 회장은 2002년 2월 법인을 설립 하고도 영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건 10월 대부업법이 시행된 이후다. 그는 원캐싱을 당산역 부근으로 확장 이전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일본 이자제한 29.2%…한국은 66%
실적도 없이 8개월 동안 기다릴 수 있었던 건 일본과 국내의 이자율 차이 덕분이었다. 일본 정부는 99년 2월 제로금리를 단행한 데 이어 2000년 대부업 이자 상한을 연 40%에서 29.2%로 낮췄다. 단순 수치만 비교하더라도 국내 대부업 이자율과 36.8%나 되는 차이를 보인다.
한 일본계 대부업체 관계자는 “당시 일본 중견 대금업체는 연 5~7% 선으로 일본에서 조달했다”고 말했다. 국내 대부업자들이 연 17~18%에 자금을 조달한 것에 비하면 자금 확보에서부터 최고 13%포인트나 차이를 벌려놓고 시작한 것이다.
원캐싱을 비롯한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어마어마한 금리 차를 이용해 2003년 말 10위권 내에 5개사를 포함시키는 등 업계 큰손으로 발돋움했다.
이후 최 회장은 다시 한 번 일본 자금을 대규모로 끌어들인다. 일본 나고야 재일교포 상공인들과 함께 J&K 컨소시엄을 구성해 7개 대부업 계열사를 거느린 A&O인터내셔날을 인수한 것.
J&K컨소시엄은 2004년 3월 11일 A&O인터내셔널 지분 50.1%와 나머지 계열사 6개 지분 100%를 약 200억 원에 매입했다. 최 회장의 원캐싱은 납입자본금 22억 원, 대출 잔액 150억 원에 불과해 사실상 일본계 자금이 인수한 것이나 다름없다.
A&O인터내셔널은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통합으로 아프로파이낸셜그룹으로 사명이 변경되고 브랜드 명칭도 ‘러시앤캐시’와 ‘캐시마루’로 통합했다. 러시앤캐시의 탄생이다.
아프로파이낸셜그룹(법인명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 브랜드명 러시앤캐시)의 실적은 2004년부터 곧바로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러시앤캐시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9월 Credit Max, 아프로소비자금융 등에서 602억 원을 빌리고 이자로 81억여 원을 지출했다. 또 1210억 원을 빌려준 뒤 이자수익 354억여 원, 당기순이익 174억여 원을 올렸다.
대부업은 금리로 수익을 내는 구조라 영업이익은 금리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로 미뤄볼 때 같은 기간 러시앤캐시는 일본과 아프로소비자금융에서 13.5%대에 자금을 조달해 연 29.2% 수익을 올렸다. 이자율이 낮아 보이지만 당시 연체율이 18.2%나 돼 대손충당금을 446억 원 적립해야 했다. 대손충당금을 제외한 이자는 46.4%나 된다.
법적 상한까지는 여유가 있지만 과도한 이익을 취한 것은 틀림없다.
3년간 7배 성장…이후 매년 1000억 원 늘어
이를 바탕으로 러시앤캐시는 2004년~2005년 자본총계 58억 원에서 05~06년 381억 원, 06~07년 3538억 원으로 놀랄 만큼 성장했다. 대출채권 80%가량이 개인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수많은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 일으킨 회사인 것이다.
급격히 불어나던 자본은 2007년 후반 성장률이 정체되기 시작한다. 정부가 대부업법을 손질하며 이자 상한을 49%로 수정한 시기와 맞물린다. 하지만 러시앤캐시는 이미 대출잔액 5000억 원이 넘는 업계 1위 업체로 올라선 뒤다. 게다가 규모가 확장되면서 성장률이 낮아져 정체되는 것처럼 보일 뿐 매년 1천억 원 이상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다.
러시앤캐시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공개(IPO)를 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저축은행 인수에도 욕심을 냈다. 모두 낮은 금리와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러시앤캐시는 2010년 7월 44%, 2011년 6월 39%, 2014년 4월 34.9% 등 계속 이어지는 이자제한법 변경에도 매번 상한선에 근접한 이자율을 적용해 서민들을 대상으로 대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8672억 원을 대출해 5251억 원의 이자수익을 거뒀다. 평균 이자율은 28.1%다. 대손충당금을 제외하면 연이자는 40.6%가 된다. 최 회장은 올해부터 20%대 이자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는데 29.9%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약속을 지킨건지 아닌지 모호한 상황이다.
이에 러시앤캐시 조성익 홍보팀장은 “28%라는 연 이자율이 낮은 건 아니다”라며 높은 이자율을 인정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이자를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좌우명 : 필요하면 바로 움직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