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이젠 택배까지 노리나?
스크롤 이동 상태바
농협 이젠 택배까지 노리나?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4.08.11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민 “인프라 확충 환영”vs택배업계 “중소 업체 죽이는 처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 한 택배사에서 직원들이 집하된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금융지주가 된 농협이 식품, 알뜰폰에 이어 택배업까지 노린다는 설이 나돌면서 택배시장을 잠식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택배사 간 과열 경쟁을 양산시킨다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

반면 농민들은 우체국택배를 대신할 도서 산간을 아우르는 대형택배업체에 대한 기대감에 농협의 택배업 진출을 환영하는 등 상반된 입장을 내세워 양측 간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부 ‘택배사업 검토’ 지시에 업계 반발 거세

최근 이동필 농림부 장관은 간부회의에서 우체국택배가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면서 단가를 인상한 것에 대한 조치로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농민들은 도서 산간 지역까지 배송 가능한 우체국택배를 이용해왔다. 하지만 이달부터 우체국택배가 토요일 배송을 중단함에 따라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진 게 사실이다. 상하기 쉬운 농산물의 특성상 토요일 배달이 중단되면 거래가 끊기는 등 손해가 막대하기 때문. 이에 당국이 농협에 택배시장 진출을 강력히 부추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농협이 중견 택배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택배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인수 택배사로는 동부택배·KGB택배·옐로우캡 등이 거론되고 있다.

농협 측은 택배시장 진출이 확실시 되면 약 1천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수금액과 추가 시설투자 비용 등을 고려한 것이다.

사실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은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됐다. 농협은 2007년과 2010년 대한통운과 로젠택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도 2011년 연임에 성공한 이후 택배업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택배시장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리스크를 고려해 택배업 진출을 잠정 보류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농협이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택배시장 진출을 검토하면서 택배시장 진출설에 힘이 실렸다.

농협물류 관계자는 “(택배업은)아직 검토 중인 사안이며 확증이 지어지지 않은 문제”라며 “택배업 사업 타당성 검증과정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1000억 원이라는 거액 인수비용 문제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택배시장이 어려운 현 시점에서 사업 타당성 유무가 비용문제보다 택배시장 진출 결정에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의 택배업 인수설이 가시화 되면서 농민과 택배업계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농민들은 “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농산물 공급 인프라를 갖출 수 있을 것 같다”며 농협의 택배업계 진출을 반기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택배업계는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농협 택배가 기존 업체들과의 별다른 차별성이 없어 택배사간 과열 경쟁만 부추길 뿐이라는 것이다.

▲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농민과 택배업계 간 의견이 분분하다. ⓒSBS CNBC

택배업체 한 관계자는 “현 시장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은데, 농협이라는 대형기업이 택배업까지 노린다면 기존 중소업체들은 한순간에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말 것”이라며 “대형 택배사 하나가 시장 전체를 잠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농협 택배는 민간 택배업체와는 달리 준공공기관으로써 화물차 운수사업법을 적용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앞서 우체국택배에 제기된 ‘특혜 논란’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혜와 관련 농협 관계자는 “특혜 논란은 기존 우체국택배가 운영하던 일반차량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논란이 일자 정부가 이미 택배업체들의 일반 자가용 4만대 중 1만2000대 가량을 영업용으로 바꿔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협이 받을 별다른 특혜는 없을 것이며 이번 특혜 논란은 업계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농협, 택배업 사업성 검증 中…'특혜' 논란 삼가

농협이 정부의 입김에 힘입어 택배시장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몸집이 커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농협은 여전히 리스크에 대한 부담감에 사업 타당성을 두고 택배업 진출을 망설이고 있다. 업계 측의 거센 반발도 시장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이 입을 막대한 손해를 고려한다면 시장 진출을 무작정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농협은 “농민들을 위한 명분과 손익을 같이 보는 입장”이라며 택배업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