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진보당? 정당 약칭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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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진보당? 정당 약칭이 뭐길래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12.23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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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당·열우당 사례…´민감한 문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지난 4월 새정치민주의당 관계자가 새정치연합을 상대로 법원에 제출한 유사 당명 사용 금지 가처분신청서 ⓒ뉴시스

정당의 약칭문제는 정치권에서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때론 정당에서 원하는 약칭과 언론이나 세간에서 부르는 이름이 다를 때도 많다. 비교적 근래엔 새정치민주연합의 약칭을 놓고 ‘새정련’으로 하느냐, ‘새정치’아니면 ‘새민련’, ‘새정치련’으로 하느냐를 놓고 시끄러울 정도였다. 대부분의 경우 언론이나 세간에서 부르는 이름이 더 견고하게 정착되는 편이다. 그래서 정당은 이를 수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정당의 약칭 문제는 과거부터 존재했다. 1987년 故 김대중(DJ)전 대통령은 통일민주당에 참여했던 동교동계 인사들과 탈당,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DJ를 대선 후보로 세우기 위해서였다. 이후 평화민주당은 ‘평민당’으로 언론과 세간에서 불렸지만 평민당 측은 약칭은 민주당으로 불러달라는 주장을 펼쳤다. 한국에서 ‘민주당’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는 정통 야당의 상징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의 약칭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이끄는 통일민주당이 가지고 있었다. 평민당은 통일민주당을 통민당이라고 부르곤 했지만 언론과 여론은 통일민주당을 민주당이라고 불렀다. 이와 관련, 동교동계의 한 원로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아마도 DJ는 민주당이라는 이름에 남다른 집착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후 2002년 참여정부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도 본인들은 ‘우리당’으로 불리길 원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나 언론 등에선 열우당이라는 약칭을 더 즐겨 썼다. 결국 언론들은 당 측의 항의를 받게 된다. 열린우리당은 사실 여당임에도 뿌리는 야권인 ‘민주당’쪽에 있기 때문에, 늘 선명성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결국 열린우리당 이름을 전부 쓰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번에 해산 판결로 파국을 맞은 통합진보당은 ‘진보당’으로 불리길 원했다. 하지만 언론 등에서는 ‘통진당’이라고 썻다. 모든 공식 보도자료 등에서 통합진보당은 자신들을 진보당으로 지칭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의 약칭은 통진당이다.

진보진영을 상징하는 ‘진보당’이라는 말은 상당히 매력적인 어구다. 2011년 12월엔 통합진보당이 ‘진보당’이라는 약칭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진보신당이 선관위에 질의한 적도 있다. 이 당시 정당법 41조(유사명칭 등의 사용금지) 제3항의 규정에 의해 ‘진보당’ 명칭이 사용불가 판정을 받은 사례다. 당시 진보신당은 ‘정당의 명칭(약칭을 포함한다)은 이미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진보당'이라는 명칭은 이미 등록된 사용 중인 '진보신당'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회답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정당들은 약칭 뿐 아니라 당명을 선점하기 위해서도 싸운다. 지난 3월 통합신당이 출범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의 간판을 걸자, 원래 존재하던 새정치민주의당(새정치당)이 유사당명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적도 있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 출범으로 주인이 사라진 '민주당'이름은 발빠르게 새로운 민주당이 출범하며 가져갔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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