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못 벗어난 정책보험…'일회성 상품'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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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못 벗어난 정책보험…'일회성 상품' 전락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5.02.09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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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최근 정부가 정책성 보험을 선심 쓰듯 남발하고 있는 가운데, 그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판매 건수나 실적도 미미하고, 정부 재원으로 해결해야 할 각종 문제들을 '상품'이란 이름으로 민간 보험사에 떠넘긴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방부는 사병보험을 올해 국방부 업무계획의 일환으로 내놨다. 최근 군대 내 사건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군 복무 중 뜻하지 않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병사에게 최대 1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목적이다.

보상금은 자살을 제외한 모든 사망자에게 지급되며, 상해 역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연간 42억 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보험사가 보험료율 등을 산정할 과거 통계데이터가 없는데다, 손실이 안 봐도 뻔한데도 정부가 추진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데 있다.

군대 내 사망사고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사망자 129명, 자살 82명 △2011년 사망자 143명, 자살 97명 △2012년 사망자 111명, 자살 72명 △2013년 사망자 117명, 자살 79명 △2014년 사망자 103명, 자살 67명이다.

이 통계만으로도 보험사는 매년 40여 명의 사망자에게 최대 40억여 원을 물어줘야 한다. 여기에 뜻밖의 사고로 상해를 입은 병사에게 지급할 보험금까지 합치면 그 손해율은 추정조차 어렵다.

이처럼 정부가 현실성·실효성 등을 무시한 채 일반 대중의 인기에 연연해 만든 정책성 상품의 가입자 수나 실적은 형편없다.

MB정부 당시 전국적인 자전거 도로망 확대와 맞물려 탄생한 자전거보험은 출시 초기 반짝 인기를 끌었을 뿐, 그 성과는 미미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메리츠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 등 5곳의 자전거보험 판매 건수는 2009년·2010년 두해 간 반짝한 뒤 후퇴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실제로 2009년과 2010년 각각 1만6128건, 1만7693건이었던 자전거보험 판매 건수는 △2011년 7561건 △2012년 6456건 △2013년 5446건 △2014년 2885건으로 6년 새 가입자 수가 뚝 떨어졌다.

그나마도 지방자치단체보험, 공공자전거보험 등 단체보험 위주로 운용되고 있어, 개개인의 가입률은 미미한 상태다.

거기다 손해율도 높다. 자전거보험은 대인 및 대물보상을 골자로 하는데, 자전거 특성상 분실 사고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단 얘기다. 때문에 손보사들은 판매 중단 혹은 보장 한도 축소 등 소극적으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자전거를 타다 다쳤을 경우 굳이 자전거보험을 들지 않더라도 다른 상해보험으로 보장이 된다"며 "또 수백~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자전거가 아닌 다음에야 매달 몇 만원씩 내면서 대물보상을 받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노후실손보험도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탄생한 상품이지만 판매 실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말까지 5개월 동안 삼성화재·현대해상·메리츠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 등 5곳의 노후실손보험 판매 실적은 7184건이었다.

그나마 대형 손보사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롯데·한화손보 등 중소형 손보사의 실적은 1월 말을 기준으로 해도 수백 건에 지나지 않는다.

또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 상품을 인가해줘야만 판매가 가능한 상황에서 손보사들이야 정부가 주문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하지만 국가가 보전해줘야 할 책임을 민간 손보사에 떠넘긴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책성 상품이 강제성을 띄고 있긴 하지만 손보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지 않을 '공익'을 주로 보장하기 때문에 상품의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고 비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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