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해외진출 '속빈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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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해외진출 '속빈강정'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5.02.05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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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규모·점포수 늘었지만…수익창출 제자리걸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최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고, 국내 소비자들의 보험 상품 수요 상당부분이 충족돼 국내 영업이 신통치 않자 손해보험사들은 하나 둘 해외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해외 진출을 꾀한 손보사 대부분의 실적이 미미했던 만큼, 해외 진출에서 수익성 다각화 및 이익 강화의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해외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표적 주자는 동부화재다. 지난달 동부캐피탈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동부화재는 동부캐피탈 할부금융역량을 이용해 베트남 현지 영업채널 확대를 꾀하겠단 포부를 내놨다.

이어 며칠 뒤, 동부화재는 베트남 손보시장 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는 PTI 손보사의 신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37.32%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베트남 자체가 해외 자본에 우호적이지 않아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동부화재가 타깃으로 삼는 베트남, 인도차이나반도 등은 개발도상국인데, 이들 국가는 보험사 운용을 위한 상위법 등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보험사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베트남 역시 현지 손보사의 시장지배력이 높아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진출 10년 수익 지지부진...그나마도 계열사 물량

실제로 베트남 외국계 손보사의 시장점유율은 6.8%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의 보험인수(Underwriting)와 보상관리, 판매채널, 보험료 적정성 등 보험 관련 법령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동부화재에겐 부담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손보사의 해외점포 자산규모는 29억6000만 달러로 전년(19억2700만 달러) 대비 50% 넘게 증가했다. 해외점포 현지법인과 지점, 사무소도 각각 △2008년 9개 → 2014년 16개 △7개 → 7개 △23개 → 29개로 늘었다.

그러나 딱 그뿐이었다. 내실은 없었다.

베트남에 진출한지 10년이 넘은 삼성화재의 지난해 상반기 이익은 496만8000달러(약 54억 원)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베트남 수출입 물량을 취급하며 적하보험에 서 비롯된 이익일 뿐이었다.

법인을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현대해상, LIG손보 등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007년 중국시장에 뛰어든 현대해상은 북경을 거점으로 일반보험과 자동차보험사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2013년 기준 218만4000만 위안(약 3억8000만 원)의 적자를 봤다.

LIG손보도 강소성 소재 한국기업과 교민들을 대상으로 상해보험 등 일반손해보험을 판매했지만 2013년 기준 고작 175만9000만 위안(약 3억 원)의 이익을 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손보사들의 해외사업 매출액 비중이 미미하고,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뚜렷한 수익창출원이라고 보긴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손보사들의 해외진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현지 보험 산업의 경쟁 현황과 인프라 여건 등을 간과한 채 성장잠재력에만 높은 가중치를 둬 진출 국가를 선정하는 손보사들의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철저한 현지화와 사업 다각화로 경쟁력 제고해야

국내 여섯 개 손보사의 해외사업비중은 자산기준 1.23%다. 네덜란드의 복합보험그룹 해외사업비중(81.1%)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미국(18.4%) 및 일본 손보사 해외사업비중(17.8%)과 견줘도 갈 길이 멀다.

이는 국내 손보사들이 명확한 경영목표나 경쟁전략 없이 과거 국내시장에서의 사업전략을 현지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며 그 대상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로 한정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보험연구원 측은 "손보사들이 해외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에 적합한 상품 개발과 채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또 진출국가 선정 시 무조건 개도국을 선호하기 보단 비용, 현지 인프라 등 제반 사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해외진출 초기에는 계열 제조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현지화 촉진 등의 전략적 제휴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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