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유가, 글로벌 경기...현실화 되는 'D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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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유가, 글로벌 경기...현실화 되는 'D의 공포'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02.12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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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일본도 10년 지나서야 디플레 인식 정부 선제적 조치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의 낙관적인 시각과 달리 시장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디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일본 대만, 유로 지역등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에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현재로서는 디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없지만 충분히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곽병일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표에서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면서도 "시장에서는 그렇게까지 나빠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플레이션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통화량 축소에 의해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성장이 후퇴하는 현상이다.

▲ 부산 감만항 ⓒ뉴시스

물가상승률 0%대, 유가 하락, 글로벌 경기침체…디플레 위기 이유 산더미

곽 연구원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일본도 디플레이션에 들어갈 땐 전혀 모르고 있다가 10년이 지난 후에야 자각할 수 있었다"며 "기간이 짧아 디플레이션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도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들어가면서 나타났던 현상들이 재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지난 2012년 12월 이후 줄곧 1%대 성장에 그치다 최근에는 0%대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 인하 등 물가 하락 원인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보다는 시장의 소비 축소가 더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효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하락은 긍정적인 요소"라면서 "현 상황은 유가 하락보다 소비 축소 등 이면의 요인 때문에 물가가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배럴당 111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는 최근 40달러 대까지 급격하게 떨어졌지만 국내 소비량은 지난해 8월 683만8000배럴, 9월 623만2000배럴, 11월 597만2000배럴 등 꾸준히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가장 먼저 석유를 원료로 하는 가공품 제조 업체들에 활황이 찾아온다. 원가가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소비도 활성화된다. 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하락해 소비 심리도 풀어진다.

그런데 지금은 유가가 급락수준으로 떨어지지만 소비자들의 닫힌 소비심리는 바닥을 치는 체감 경기와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 심리로 인해 좀처럼 풀어지지 않고 있다.

▲ 국제 유가 하락에 휘발유, 경유 등 기름값도 하락하지만 소비는 늘지 않고 있다. ⓒ뉴시스

게다가 글로벌 경기침체도 디플레이션 우려에 한 몫 거든다.

국내 시장은 2012년 기준 수출 44.8%, 수입 42.5% 등 무역의존도가 87.3%로 매우 높은데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불황형흑자마저 의심되는 상황이다.

불황형 흑자는 수출증가율이 낮거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증가율이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낮아져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상황을 말한다.

특히 중국의 GDP 성장률이 국제사회의 무역 제재를 받던 1990년 이후 24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7.4%)를 보이고 있어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경제를 이끌어 온 미국도 수년간 이어진 양적완화와 제조업 경기 활성화 정책으로 미국내수시장만 살아났을 뿐이다.

이에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주창하며 환율전쟁에 가까우리만큼 많은 돈을 풀고 있다. 금리는 이미 제로인데다가 자금 공급마저 늘자 경제가 움찔거리며 돌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일제'가 다시 먹혀들기 시작했다. 경쟁상대였던 우리나라에 가격경쟁력 등에서 우세를 보이며 시장을 점유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 ˝어떤 형태로든 정부 개입 반드시 필요˝

▲ 코스피지수는 4년 째 1900~2100박스권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이런 요인들 때문에라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 시장마저 뺏기게 되면 일본이 앞서 걸었던 길을 똑같이 갈 수 밖에 없다는 것.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분명히 구조적인 부분의 개혁은 필요하다"며 "정부 지원책이나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다른 나라가 제로금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금리 인하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이효근 연구원은 심지어 "심리개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이든 지원책이든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시장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구조조정을 기업까지 확대해 시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국가 재정도 부족한 상황에 정부 개입 시 3~5년은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돼 여야 정치권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을 듯 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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