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가 뭐길래? 최종 결정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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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가 뭐길래? 최종 결정만 남았다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03.19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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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개도국 대거 참여한 개발은행…중국 의결권 49% 독무대에 휘둘릴 수도 있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설립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가입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관계가 경색될 것을 우려해 차일피일 미루다 최근 가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18일 "어떤 상황이 발생하든 준비는 거의 다 돼있다"고 말해 AIIB 가입에 대한 최종 결정과 발표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시사했다.

AIIB, 미국 주도 ADB, World Bank 대항마 부각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미국 주도로 움직이는 세계은행(World Bank)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주도해 설립하는 국제 은행이다.

AIIB는 중국이 초기 자본금인 500억 달러 대부분을 투자하고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쿠에이트 등 총 21개국이 참여해 2014년 10월 공식 출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출범 후 "AIIB는 하나의 창조혁신 시스템으로 글로벌 관리 개선을 추진하는데 유리하고 의미가 깊다"며 "AIIB를 평등하고 효율성이 높은 기반시설 투·융자 플랫폼으로 만들고 다자적 개발은행으로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이유와 달리 중국이 ADB의 지분율에 불만을 품고 기구를 새로 조직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중국의 ADB지분은 2013년 말 기준 6.47%다. G2라 불릴정도의 경제규모인데도 지분은 턱없이 작다. 반면, 일본은 15.67%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미국이 15.56%를 갖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제 기구들은 한 사안에 대해 85%가 찬성해야 의결이 되기 때문에 일본이나 미국이 반대해버리면 일을 추진할 수 없다. 중국이 일본을 향해 의결권이 너무 높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이 ADB 등을 통해 주변국들을 포섭한 뒤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을 수 년째 계속 하고 있어 경제적, 안보적으로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중국은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AIIB 출범을 선택했다.

▲ 중국은 지난해 10월 참여 의사를 밝힌 21개국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출범을 공식화 했다. ⓒ신화/뉴시스

오는 2020년 아시아에 8조2천억 달러 인프라 수요 전망

AIIB는 이름 그대로 철도와 도로, 항만, 전기 등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에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아시아권 개발도상국이 빠른 성장을 하며 인프라 투자를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ADB는 최근 병원, 의료, 복지 등 빈곤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하고 인프라에 투자하는 비중은 10%정도에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얀마는 오는 2020년까지 인프라 건설에만 20조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ADB 연구소도 2020년까지 아시아에 8조2000억 달러(약 9000조 원)의 인프라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투입이 예정된 곳은 많지만 자금은 이에 따라주지 못하고 있어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는 곳이 상당수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신흥국의 투자 수요를 고려할 때 새 금융기관 설립 제안이 바람직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세계은행과 AIIB는 매우 잘 공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은 AIIB의 설립과 인프라 투자를 증명이라도 하듯 중국 본토에서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어지는 1만3000㎞의 '이신어우' 철로를 개통했다.

미국 눈치 보던 유럽 국가들 줄줄이 가입

중국은 이신어우를 따라 인프라 투자와 개발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는 신(新) 실크로드 경제권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신어우는 한 번 이동에 고작해야 컨테이너 82개를 실을 수 있다. 화물선이 컨테이너 1만8000개를 실어나르는 것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숫자다. 또 나라마다 철로의 궤폭이 다르기 때문에 컨테이너 탑재 차량도 갈아야 하고, 약 800㎞마다 기관차를 교체하고 연료를 채워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일대일로에 국가차원의 힘을 싣고 있다.

장원차이 ADB 부행장은 "일대일로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전세계에 신성장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자금이 기술을 어떻게 조당해내는지, 중국이 어떻게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AIIB를 통해 이신어우 행로에 있는 국가들을 동맹관계로 묶은 뒤 중국의 막강한 자금력으로 해당 국가들을 지원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겠다는 의미가 포함돼있다.

때문에 이신어우의 행로에 있는 프랑스와 독일은 AIIB가입 함으로써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적인 수혜를 받으려는 것이고, 인근의 영국과 이탈리아도 AIIB에 가입해 아시아 인프라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 독일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신화/뉴시스

우리나라는 왜 AIIB에 가입을 망설였나?

중국이 AIIB를 설립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위안화를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는 AIIB내 중국의 지분율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본금 1000억 달러 중 500억 달러를 이미 출자한 중국의 지분율은 50%, 의결권은 49%다. AIIB는 사실상 중국의 독무대라는 뜻이다.

AIIB가 향후 사업을 시작해 자산을 키워 나간다면 주거래 통화는 위안화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아가 위안화가 아시아권을 장악한다면 달러와 유로에 이어 세계 3대 기축통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은 돈 내고 구경만하는 들러리가 될수 있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상태의 지배구조라면 국제금융기구라기보다 중국의 정책금융기관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이 가입하면 국제 금융질서를 깨려는 중국의 손을 들어주거나 돈만 내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가입을 하려면 우리의 지분을 최대한 받아내고, 중국 지분을 낮추면서 실제 우리가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측면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다. 우리나라는 안보 분야를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미국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앞서 미국은 AIIB에 중국지분이 지나치게 높고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며 한국등에 가입을 거부해오다 최근에야 주권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한발 물러섰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AIIB에 가입하는 것이 더 실익이 크다는 평가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한국 수출의 70%가 개도국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나섰는데 개도국에 대한 비중이 높은 우리도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초기 출자를 해서 발언권을 확보하는게 굉장히 중요한 만큼 이번에 참여를 해서 운영원칙이나 조직구조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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