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회사는 담배회사만큼 해롭다” 글 ‘발칵’,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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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회사는 담배회사만큼 해롭다” 글 ‘발칵’, 그러나…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5.07.29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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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공협 강력 대응…학계도 “일부 편향된 결과 하나만 보고, 같은 것이라 억지” 비판
FDA 자문위원 지낸 매리언 네슬은 ‘식품회사=담배회사’ 내용 서홍관 교수 글에 동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서홍관 국립암센터 교수가 최근 경향신문에 게재한 ‘식품회사는 담배회사만큼 해롭다’는 글에 식품단체와 관련 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FDA 영양정책 자문위원을 지낸 매리언 네슬은 지난 2013년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그의 저서 <식품정치>에서 서홍관 교수와 같은 주장을 펴고 있어 이번 서홍관 교수의 글에 대한 식품관련단체 등의 대응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서홍관 교수는 글에서 “식품회사도 담배회사와 마찬가지로 나쁜회사이며 그 정체를 폭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담배회사는 매년 전 세계에서 6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대가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데, 식품회사도 결국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 국민의 건강을 해친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식품회사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달고, 기름지고, 짜게 만든다. 그런데 그 결과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동맥경화가 일어나 국민건강을 해친다”고 덧붙였다.

또 “담배회사는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대주면서 담배의 해로움을 감추기 위한 거짓된 연구를 지시했다. 식품회사도 이에 못지않게 연구를 왜곡해 왔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미국의 영양학자인 루드비히가 음료의 건강에 대한 수백 개의 논문들을 검토한 결과 식품회사가 후원한 경우 그들이 만든 식품이 건강에 좋다고 말하는 비율이 몇 배나 높았다. 루드비히는 식품회사가 후원한 논문은 과학이 아니라 광고에 불과하다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글이 알려지자 한국식품산업협회는 회장 명의로 항의공문을 준비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관련 학계에서도 서홍관 교수의 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SNS를 통해 “식품회사가 의도적으로 유도했다는 말인가. 방조해서 유죄라는 것인가”라면서 “자동차회사는 자동차를 만들었다. 그 결과로 사람들은 비만해졌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는 국민건강을 해치는 부도덕한 회사와 비슷한 논리처럼 들린다”고 반박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도 “유용한 것을 사용자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생긴 문제와 전혀 쓸모없는 것이 만든 문제를 일부 편향된 결과 하나만 보고, 같은 것이라 억지 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매리언 네슬의 <식품정치>는 서홍관 교수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매리언 네슬의 <식품정치>는 미국의 식품산업이 담배산업처럼 정치적인 시스템 속에서 운영되고 있는 내용을 꼬집고 있다.

책은 ‘식품회사는 담배회사처럼 사람들의 영양이나 건강에 미칠 영향 따위는 개의치 않으면서 무엇이 팔리든 매출을 올리는 데만 급급해 하고 있으며, 이를위해 정치적 로비에 정성을 들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리언 네슬은 책에서 “그들은(식품회사) 전문영양학자들의 활동을 후원하면서 자신들의 회사가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들의 주장이 의회에서 수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의회 의원들 역시 자신의 선거운동에 자금을 대줄 수 있는 회사의 관심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1986년 공공보건국에서 일할 때의 일화에서 식품업계의 로비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외과의사의 영양과 건강보고서>를 감수하면서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지방과 콜레스테롤, 소금과 당분, 알코올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문구를 넣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고기를 적게 먹으라는 문구를 넣어서는 안된다’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년 후 발간된 보고서에는 고기섭취를 줄이라는 경고는 ‘포화지방을 덜 섭취하자’로 대체됐다. 부정적인 경고는 긍정적인 문장으로 바뀌었으며 일반 국민들에겐 금방 와 닿지 않는 ‘포화지방’이란 말이 사용된 것이다. 육류업계 로비에 오히려 소비자만 헷갈리게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1968년 미국 상원에 설치된 맥거번 위원회는 식품관련 이익집단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실례다.

1977년 미국 상원의 맥거번 위원회는 ‘더 적제먹자’는 취지의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목표’를 발표했다.

그러자 목장주, 양계업자, 설탕생산업체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결국 ‘하루 소금 섭취량을 3g에서 5g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타협을 했지만 맥거번은 1980년 선거에서 낙선했다.

매리언 네슬은 ‘필립모리스 같은 담배회사는 크래프트&밀러 등 식품회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예로들며 “식품회사나 담배회사나 전혀 다를 것 없다”고 일갈했다.

매리언 네슬은 미국 뉴욕대 교수로 재직시 영양학, 식품학, 공공보건학을 강의했으며, 보건복지부와 FDA 영양정책 자문위원을 지냈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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