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내미는 NH투자증권, 해명도 '난 몰라'
스크롤 이동 상태바
'오리발' 내미는 NH투자증권, 해명도 '난 몰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1.18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NH투자증권 40억대 횡령 사건, 후속 대처 '나 몰라라'", 그 이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기자는 지난 13일 "NH투자증권 40억대 횡령 사건, 후속 대처 '나 몰라라'(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250)"라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NH투자증권(이하 NH증권, 대표이사 김원규)의 한 간부급 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하고 임의로 투자해 46억 원 가량의 손해를 낸 사건에 대한 회사측의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저는 해당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우선, 피해 고객 일부를 만나 NH증권이 피해 금액에 대한 보상 책임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그다음 NH증권을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실 보좌진들을 상대로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NH증권과 관련한 여러 정보들을 얻었지만, 확인된 부분만 기사화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NH증권에게 반론권을 제공하기 위해 수차례 홍보실과 연락을 취했습니다. 공개질의서까지 보내 답변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답변서의 내용을 고스란히 기사에 실었습니다. 그런데 해당 기사가 공개된 이후, 저는 NH증권의 한 관계자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입을 뗀 그는 "피해 고객에 대한 보상 책임, 내부 통제 강화 등 후속 조치를 이미 실시했는데 '나 몰라라'라는 기사가 나와 무척 유감스럽다"며 불만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기사에 담긴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리발'을 내밀었습니다.

NH증권의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기자의 의구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NH증권 측은 답변서를 통해 "이번 사건 이후에 내부 통제 강화방안을 수립해 내부 감시를 강화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한 내부 통제 강화 방안들은 이전부터 NH증권이 실시하고 있는 방침이었습니다. 이번 사건 발생을 통해 내부 감시망 어디에 구멍이 뚫렸는지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새로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겁니다. 저는 이 점을 앞선 관계자에게 지적했습니다.

그는 "내부적으로 사건 관련 직원들에게 징계도 내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입니다. 내부 통제 강화방안으로 볼 수 없습니다. 때문에 기자는 NH증권 관계자에게 징계 수위·규모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그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담겨있어 공개할 수 없고, 그럴 의무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무시하는 뉘앙스가 역력히 묻어났습니다. 징계 수위·규모를 밝혀달라는 요구에 왜 개인정보를 운운하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NH증권은 거짓을 말하기도 했는데요. 본지는 NH증권 대관팀(국회 등 국가 기관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이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 확대를 무마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난 국정감사 기간 동안 특정 의원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였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에 대해 NH증권은 "당사에는 대관팀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기자에게 전화를 건 관계자 역시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로비를 벌였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했지요. 하지만 NH증권이 속한 NH농협금융지주는 국회, 금융감독원 등을 담당하는 대관팀을 운영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기자가 이점을 지적하자, 앞선 관계자는 "NH농협금융지주 대관팀은 NH증권의 업무를 맡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분명한 거짓말입니다. NH농협금융지주(회장 김용환)는 NH농협증권·NH농협은행·NH농협생명의 '모(母)회사'입니다. 기자는 지난 국정감사 때 NH농협금융지주 대관팀이 NH증권의 업무를 보고 있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고객이 맡긴 재산을 관리·운용해서 더 큰 자산으로 키워야 할 책무가 있는 증권사가 되레 고객에게 경제적인 손해를 끼쳤고, 후속 조치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중대한 사안입니다.

NH증권은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후속 조치 또한 반드시 해야 합니다. 고객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6일 소속 계열사 CEO들을 모두 불러들인 자리에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합니다. 앞선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가 잘 되려면 기업도 잘 되고, 언론도 잘 돼야하지 않겠느냐"며 '상생'을 언급했는데요.

'상생'의 시작은 '신뢰'임을 기억해 주시길 NH증권에 정중히 당부합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