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민의 시사법률>수능을 앞둔 수험생이 교통사고를 당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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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민의 시사법률>수능을 앞둔 수험생이 교통사고를 당하면?
  • 양지민 변호사
  • 승인 2015.11.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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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손해만 손해배상의 범주에 포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양지민 변호사)

얼마 전 수능이 끝났다. 날아가는 비행기도 조심한다는 수능. 그런데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이 교통사고를 당해 시험을 보지 못했다거나 제 실력대로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어떠한 책임을 질까?

막연히 생각해보면, 교통사고를 당한 수험생은 3년 간 또는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최선을 다 해 준비한 수능을 망치게 됐으므로 그 손해배상은 억만금의 돈을 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예상과 달리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하여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에 한해 그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3년 전 재수학원을 다니던 수험생이 수능을 이틀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이 사고로 인해 수험생은 수능을 망치게 됐고, 결국 교통사고 가해 운전자와 보험사를 상대로 1년치 학원비와 월세, 수술 및 치료비 등 1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그러나 법원은 수험생이 청구한 손해배상 액수 증 일부만을 인정했다. 법원은 가해 운전자의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 부분에 대해서만 인정해 보험사가 수험생에게 수술 및 치료비 등 9천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즉, 수험생이 청구한 학원비와 월세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왜 이렇게 판단했을까? 같은 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라고 하더라도 법률상 다 같은 손해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사고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손해는 ‘직접 손해’로 당연히 손해배상의 범주에 포함되지만, 직접 관계가 없는 간접적으로 발생한 손해는 ‘간접 손해’로 손해배상의 범주에 반드시 포함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 사례를 살펴보면, 수험생의 학원비, 월세는 직접 손해로 볼 수 없고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면서 그 피해자가 수능을 앞 둔 수험생이라는 점까지 예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법원은 학원비, 월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직접 손해보다 간접 손해 혹은 예측 가능성을 벗어나 발생하는 손해가 더 큰 경우도 허다한데, 이렇게 억울한 사정은 어떻게 법적 판단에 반영할 수 있을까? 바로 피해자의 위자료 산정에 반영할 수 있다. 위자료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이므로, 피해자의 억울한 사정은 위자료 액수를 산정할 때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리 억울한 사정을 반영하더라도 위자료 증가 액수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술 및 치료비와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 액수가 9천 500만 원으로 판단됐다. 직접 손해가 반영할 수 없는 개별적인 사정을 반영한 보다 현실성 높은 판결을 위해 위자료 증액 폭을 늘려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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