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민의 시사법률>스트레스로 인한 노출증에 선처한 법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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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민의 시사법률>스트레스로 인한 노출증에 선처한 법원, 왜?
  • 양지민 변호사
  • 승인 2015.11.26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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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정황 고려하면 '과도한 선처'라는 지적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양지민 변호사)

지난 18일 법원은 공연음란죄로 기소된 대학생에게 벌금 5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란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유예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여성들에게 성기를 꺼내 보이는 엽기적인 행위를 반복한 범인에 대한 처벌치고는 매우 약한 수준이라 볼 수 있다.

참고로 형법상 공연음란죄(형법 제245조)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로, 충분히 징역형이나 벌금형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법원이 공연음란죄를 범한 위 범인에게 선처를 내린 이유는 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때문이었다.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비슷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바 없고, 올해 들어 졸업을 앞두고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노출증에 걸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위 범인이 초범이고,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정신질환을 앓게 된 사정이 양형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위 선고유예 판결이 납득할 수 있는 처벌일까.

위 범인은 20대 여성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후 여성보다 낮은 층 버튼을 누르고 해당 층에 이르러서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가 문이 닫히지 않게 붙잡았다. 그 후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내 자위행위를 하고 달아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몇 시간 뒤 또 30대 여성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탄 후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와 같은 범죄는 수차례 계속됐다.

게다가 위 범인은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히지 않도록, 혹은 자신이 도망가기 쉽도록 여성보다 낮은 층에서 내려 문을 닫지 못하게 한 후 범행을 했다. 이것을 과연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자신이 절제할 수 없을 정도의 노출 욕구를 느껴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형법상 공연음란죄와 별도로 우리 법은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41호에서 '여러 사람의 눈에 띄는 곳에서 함부로 알몸을 내놓거나,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신체의 노출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일시와 장소, 노출 부위, 노출 방법·정도, 노출 동기·경위 등 구체적 사정에 비춰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경범죄처벌법 제1조제41호에 따라 보다 가볍게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 범인의 경우에는 경범죄처벌법으로 규율하기에는 심각한 수준이었고 피해자들에게 단순히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서 벗어나 공포심까지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형법상 공연음란죄가 적용됐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위 범인이 어린 나이에 극심한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노출증을 앓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범죄행위에 비해 너무 가벼운 처벌을 내린 '과도한 선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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