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 20대 총선을 앞두고 독일의 정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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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 20대 총선을 앞두고 독일의 정치를 생각한다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6.01.21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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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최근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강연과 토론에 참석하였다. '선진국을 향한 우리의 혁신'이 주제였는데, 압축성장에 따른 과도한 경쟁, 물질만능주의, 성과지상주의, 양극화, 탈법·불법의 만연 그리고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국가발전의 동력 상실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정치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정치가 오늘의 독일을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독일 정치의 제도적 장점들이 언급되기도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독일은 1차 세계대전과 바이마르 공화국의 실패, 그리고 히틀러의 등장과 2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을 제정한 이후 정치적 오류와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였다.

연방제도를 기본으로 한 독일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권한과 재정을 나누는 분권화된 제도를 채택하고, 정당투표에 의해 의회의 실질적 의석수가 결정되는 선거제도로 다당제와 연정이 일반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9년 이후 지금까지 8명의 수상이 안정적으로 독일을 이끌어 오고 있다. 국민들의 신임을 받으면 장기 집권도 가능한데 초대 수상인 아데나워(Konrad Adenauer)는 14년을, 독일 통일을 이룩한 콜(Helmut Kohl) 수상은 16년을, 최초의 동독 출신 수상인 메르켈(Angela Merkel)은 현재까지 10년 넘게 집권하고 있다.

패전국에서 경제적으로는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하고 정치적으로는 통일 독일과 유럽 통합을 이끌어 낸 독일의 정치제도를 분석해 보는 것은 우리의 정치제도 혁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연구로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2015년 12월 31일까지 지역구 간 인구편차를 2:1 이하로 개정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 시한을 넘기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이유가 '연동비례대표제'의 도입 여부였는데, '연동비례대표제'는 독일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변형한 것으로서 소수정당에 유리하고 다당제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에 다소 부담이 되는 제도이다.

우리의 현행 정치제도가 대통령제와 단순다수대표제 그리고 소선거구제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도입은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책임제로의 권력구조 변화를 정치권이 합의하지 않고서는 도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제는 다당제보다는 양당제 하에서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20대 총선 후에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8대 국회에서 180여 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 추진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이 동력을 받지 않았던 이유는 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던 박근혜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며 개헌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인데, 최근 친박계의 흐름이 분권형 대통령제로 돌아서는 분위기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이미 알려진 것처럼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는 측면에서 총선 후 개헌논의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토론 과정에서 필자는 김 전 총리가 총리 중심 분권형을 선호하는지 아니면 대통령 중심 분권형을 선호하는지를 물었다. 총리 중심 분권형은 독일의 수상제를 염두에 둔 것이고, 대통령 중심 분권형은 프랑스의 대통령제를 염두에 두고 질문을 던진 것인데, 김 전 총리는 본인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 다양한 논의에 제약이 될 수 있다면서 답변을 유보하였다. 대법관과 총리를 역임한 김 전 총리로서는 자신의 주장이 권력구조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0대 총선을 불과 80여 일 앞두고 여야 공히 공천과 관련한 대내외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혁신의 구체적 내용을 총선 공약으로 정리해 줄 것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나 총선정국이 아니면 제도 혁신이 힘을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권력구조를 포함한 헌법 개정에 대한 자당의 입장을 총선 공약으로 채택해 주기 바란다.

권력구조를 변경할 경우, 선거제도, 정당제도, 지방자치제도 등도 새로운 권력구조와 상응할 수 있도록 변경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개정 방향도 총선 공약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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