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의 긴급진단>개성공단 폐쇄의 딜레마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재한의 긴급진단>개성공단 폐쇄의 딜레마
  •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6.02.14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경분리 원칙 깬 개성공단 폐쇄는 성급한 조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지난 10일 우리정부는 7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를 발사한 데 대한 대응 조치로 개성공단 폐쇄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북한도 개성공단을 중단한 지 하루만인 1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공단 내 남한 인력 전원 추방, 자산동결, 개성공업지구 폐쇄 후 군사통제구역 선포 등 전시체제에 들어갔다.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대한 국론은 두 가지로 엇갈리고 있다. 북한에 대한 기습적인 대응조치로 잘한 결정이라는 의견과, 남북한 평화를 위한 가시적인 성과인 개성공단 폐쇄는 성급하다는 견해가 팽팽하다.

필자 또한 개성공단 폐쇄는 잘못된 결정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정부가 주장한 것처럼, 1천억 원의 돈이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일면 타당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미 북한 근로자에게 지불한 인건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책임도 북한 정부에게 물을 수 없는 것이 현실적인 여건이다. 이것은 개성공단을 추진할 당시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은 이념의 산물이 아닌 남북 대화와 경제교류의 실체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이것은 양쪽 진영의 논리가 아닌 현실적인 입장에서 봐야 하는 문제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개성공단 설립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은 경제적인 논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남북한 양쪽의 군사적 긴장완화는 물론, 평화적인 모드로 전환하기 위한 발판이었으며, 이에 대한 기대도 컸다.

남북경협은 그동안 남북의 극한 대립관계 속에서도 이어온 우리의 일관된 정책이었다. 그런데 이번 개성공단 폐쇄결정은 정경분리 원칙을 깬 결정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우리 정부가 입을 피해는 엄청나다. 필자가 개성공단 폐쇄를 성급한 조치라고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개성공단 폐쇄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정부와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남북한의 개성공단 폐쇄와 남한 인력의 추방, 자산 동결 조치의 피해는 북한보다 우리나라가 더 많이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내외에 발표한 약 2조원의 개성공단 투자액 피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 없었냐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일차적으로 시간을 벌어가면서 점진적인 폐쇄 조치도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임금이 군사적 용도로 사용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로 남북경협은 물론 대화 무드가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고 전쟁 국면으로 돌아가게 한 것은 더 잘못된 일이다.

이번 개성공단 폐쇄결정으로 우리나라는 남북한 대치에 따른 전쟁 발발 가능성이 큰 나라로 인식될 것이며, 대외 신인도 추락 등 경제적인 피해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한의 군사적 대결구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남북한 간의 대화 복원과 가시적인 조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둘째, 개성공단 폐쇄결정과 북한의 남한 인력 전원 추방, 자산 동결 조치 등의 군사적 조치로 남북한이 군사전(軍事戰)에 들어가게 된 점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을 통한 외교전(外交戰)으로 북한을 고립시키고 실질적 피해가 돌아가게 하는 등의 실리 위주 정책이 부족했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초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을 제외한 5자 회담 추진과 일련의 중국에 대한 압박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중국에게 압박을 가한다고 해서 과연 현실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가. 세계 2위의 초강대국인 중국에게는 압박과 압력이 아니라 협조와 도움을 얻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과 설득이 필요하다.

셋째,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를 믿고 미숙련된 북한 노동자를 활용해 개성공단에서 기업 활동을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도산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은 누가 보상한다는 말인가.

우리 기업들의 피해액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정부가 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한다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피해를 본 민간 기업들의 피해액을 보상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조치의 근거에 타당성이 없다면, 폐쇄에 따른 기업 피해액 구제조치 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남북한 간의 대결구도에 대한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더 값진 결과를 얻는 희생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또 하나 정부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남북한 간의 현안에 대한 문제를 푸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우의 수와 대응방안 등 철저한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남북 대치국면은 서로가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놓여 있다. 그만큼 희생도 많을 것이다. 국민적인 총의를 모아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