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정용진’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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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 ‘정용진’ 정조준
  • 이해인 기자
  • 승인 2010.07.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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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패소 항소…신세계 이사들 '짜고 친 고스톱(?)'
삼성에버랜드·현대글로비스와 닮은꼴 관심
신세계백화점의 주주와 이사간 대립이 장기화 될 전망이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재판장 서창원)는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와 신세계 주주들이 정용진(42)신세계 부회장 등 전현직 이사 5명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와 신세계 주주들은 이에 불복하고 바로 다음날 즉각 항소했다.

경제개혁연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정용진 이사 등 전현직 이사 5명을 상대로 600억원을 청구한다"며 "이번 사건은 동일 업종의 완전 모자회사에서 실권, 제3자배정, 회사기회 유용의 대표사례로 이사들의 충실의무에 대한 기준 확립을 위해서라도 항소심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 신세계백화점 정용진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실권주 인수와 관련 1심에서 승소했으나 경제개혁연대가 이에 승복하지 않아 또다시 법정에서 맞닥뜨리게 됐다.     © 뉴시스
이번 신세계 주주와 이사 간의 싸움은 신세계가 1998년 4월 광주신세계의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시작됐다.

광주신세계는 당시 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광주신세계 지분 100%를 보유했던 신세계측이 유상증자에 불참한 대신 정용진 이사(당시)가 5000원으로 발행된 신주를 전량 인수했다.

그 뒤 2002년 광주신세계가 상장하면서 상장 및 주식 가치상승으로 인한 이익금이 고스란히 정용진 이사에게 돌아가자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 

광주신세계의 상장 공모가는 3만3000원으로 공모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가산하면{(3만3000원×1.3-5000원)×500000주} 189억5000만원으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저가에 인수한 광주신세계 주식을 상장하면서 189억5000만원을 이득으로 취했다는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얻은 것은 돈 뿐만이 아니다.

설립 당시 광주신세계는 신세계가 100% 대주주였지만 정용진 당시 신세계 등기이사가 광주신세계의 유상증자(25억원)분을 모두 인수하며 총 지분이 83.3%로 정 부회장의 개인 회사처럼 돼 버렸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이에 반발한 주주들이 정용진 전 이사와 전현직 이사 5명이 자기거래를 통해 회사기회를 유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에서 신세계의 손을 들어 줬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광주신세계와 신세계는 독립된 별도의 법인이며 신주인수 거래의 당사자는 신세계가 아닌 광주신세계이므로, 당시 정용진 신세계 이사가 광주신세계의 실권주를 인수한 것은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신주의 저가 발행으로 광주신세계가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이를 신세계에서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고 당시 신세계와 광주신세계의 재무상황, 경영판단의 법칙, 동종업체의 주식시세 등을 고려할 때 광주신세계 유상증자에 불참하기로 한 피고들의 의사결정이 이사로서의 임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신세계가 100% 지분을 보유했던 광주신세계가 독립된 별도의 법인이라는 논리로 정 부회장 및 전현직 이사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게 개혁연대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개혁연대는 "광주신세계 실권주를 처분하는 것은 당시 100%지분을 보유한 모회사 신세계의 자산을 처분하는 행위”라며 “이를 신세계 이사가 인수하는 경우도 이사의 자기거래로 봐야한다. 당시 정용진 이사는 신세계 이사회에 이를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했으나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법령위반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광주신세계가 당시 자본잠식 상태의 부실기업이었으며, IMF 구조조정으로 인해 출자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정용진 이사가 대주주로서 부실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출자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광주신세계는 1997년 말 자본잠식 상태였다. 하지만 이에 관해서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신세계측은 광주신세계가 1995년 개점 이래 지속적인 영업부진으로 1997년 말 자본잠식 상태였고, 차입 규모가 296억 원에 달하는 등 유동성이 취약한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연대는 1997년 말 광주신세계의 자본잠식 상태는 영업부진이 아니라 설립초기에 발생한 개업비 상각으로 인한 영업외 손실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광주신세계의 설립 자본금은 5억 원, 개업비는 47억4700만원으로 광주신세계는 개업1년 만에 개업비를 전액 상각했다. 광주신세계의 설립 첫해인 1995년 당시순손실은 32억5500만원으로 개업비 상각이 없었다면 당기 순이익은 14억9200만원을 기록했을 것 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당시 기업회계기준상 개업비 상각은 3년 이내에 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1년 만에 무리하게 상각한 것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또한 당시 신세계가 출자여력이 없어 정 이사가 대주주로서 부실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출자한 것이라는 주장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신세계측은 당시 외환위기 상황에서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기 위해 보유자산을 매각하고 인력을 조정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채비율이 250%를 상회하면서 신규차입도 불가능했다며 이런 불안정한 재무구조에서 자본잠식 상태이던 광주신세계에 대한 추가 출자가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 및 주주들은 1998년 6월과 9월 신세계가 41억 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해 당시 25억 원이 없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신세계는 당시 두 차례에 걸쳐 41억 원을 들여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고, 비슷한 시기에 ‘코스트코코리아’ 지분 86억원어치를 신규매입하는 등 앞뒤가 안맞는 행보를 보였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소송을 거는 목적이 만족스러운 판결을 얻기 위한 것 인만큼 상당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진행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법원의 판결에도 해소되지 않는 신세계의 의혹. 삼성에버랜드, 현대글로비스와 닮은 꼴이라는 이 사건의 항소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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