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내전/서을②]'호남정치 복원'vs. '경제 살리기',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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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내전/서을②]'호남정치 복원'vs. '경제 살리기', 선택은?
  • 광주=김병묵 기자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4.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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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저격수' 김하중, '3각구도' 속 '표 갈림수' 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광주 김병묵 기자 오지혜 기자)

'야권 텃밭' 광주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치열한 안방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 선거 판세가 국민의당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더민주가 끝까지 희망을 붙잡아보려는 곳이 있다. 바로 '5선 중진' 천정배 국민의당 대표와 '정치 신인' 더민주 양향자 후보가 맞붙는 서구을이다.

▲ 광주 서구을 풍금사거리에 나란히 자리한 천정배-김하중-양향자 선거사무실 ⓒ 시사오늘

◇천정배, "친노 심판, 지역민에 퍼진 지 오래…호남정치 복원하겠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이끈 '천·신·정' 멤버로, 선 굵은 야권 정치인으로 통한다. 그는 지난해 4·29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 서을에 둥지를 틀었다.

천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당내 호남지역 선거운동을 이끌고 있다. 광주 경선에 한해 '숙의배심제'를 도입했고, 전남·전북 지원유세도 도맡았다. 

그가 총선 슬로건으로 내건 '뉴DJ' '호남정치 복원'은 제1야당인 더민주를 겨냥하고 있다. 천 대표의 공보물 역시 '호남주도 정권교체,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이 걸렸다.

당 대표 인사답게 <시사오늘>이 지난 6일 들린 천 대표의 선거캠프는 여유가 느껴졌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지역 분위기에 대해 "당 대표로 지원유세를 많이 다니다 보니 정작 개인 선거는 차분히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도 "지역민들 사이에 친노 패권주의와 반문(反文)정서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퍼진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천정배 의원 역시 지난 7일 서구주민센터 유세현장에서 <시사오늘>과 만나 "제가 독주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긴장하고 있다. 열심히 하려고 한다"면서도 "광주 민심은 국민의당으로 이미 넘어왔다. 지역민들의 지지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다음 날 예정돼 있던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방문에 대해 "지난 재보궐 선거 당시에도 문 전 대표가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민심이 들썩이곤 해서 좀 두고 봐야겠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날 서구을 후보 선거캠프가 나란히 자리한 풍금사거리에서 60대 남성은 "문재인에 대한 지역 반감이 너무 심해서 더민주로는 정권교체가 안 된다는 생각"이라면서 "국민의당을 밀어줘야 하고 대표급인 천정배가 서구을을 계속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향자, "지역경제 살리겠다…호남, 정치 노름판 아냐"

더민주 양향자 후보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삼성 미래 차'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 시사오늘

더민주 양향자 후보는 '고졸 출신 삼성전자 상무'라는 이력으로 입당 당시부터 여론의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양향자 후보야말로 천정배 대표가 주창한 '뉴DJ'에 적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양 후보의 출사표에 대한 지역민심은 대부분 호의적이다. 경제전문가로 유력한 비례대표 후보였음에도 고향인 광주 서을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어려운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명분에도 판세는 야권 거물인 천 대표에 뒤처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6일 <시사오늘>이 들린 양 후보의 선거캠프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캠프 관계자는 지역민심에 대해 "양 후보는 30, 40대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다. 경제를 살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다는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부요인에 대한 불안감이 보였다. 특히 중앙당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관계자는 "양 후보에 대한 호감은 있는데,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지역 반감 때문에 머뭇거리는 표가 많은 것 같다.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양 후보는 당일 오전 여의도 국회를 찾아 김종인 대표와 함께 '삼성 미래 차 산업'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다. 김 대표가 권역별 공약 중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하는 것으로, 중앙당 차원의 총력 지원으로 풀이된다.

이후 양 후보는 광주시의회에서 다른 지역 후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공약에 대해 협력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삼성전자 측에서 검토한 바 없다는 반박기사가 나왔다.

양 후보는 이날 <시사오늘>과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비공식적 루트로 삼성과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면서 "다만 삼성 쪽에서는 우리 공약에 대한 검토를 아직 하지 않았다는 사실관계를 밝힌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전장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우리 당이 이미 관련 인프라가 갖춰진 광주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후보는 경제 이슈를 선점하는 동시에, 국민의당의 '호남정치' 슬로건에 대해 "언제까지 '친노패권'을 들먹이며 호남을 정치 노름판으로 둘 것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광주 서구문화센터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광주가 정말 먹고 살기 힘든데, 경제부터 살려주겠다고 하니 양향자한테 마음이 간다"면서도 "선거 기간이 짧아서 진가를 발휘할 만한 시간이 없는 게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옆자리에 있던 50대 여성은 "국민의당이 말하는 호남정치 복원이 뭔지 모르겠다"면서 "지금 광주에 출마한 현역 의원들 모두 물갈이해야 한다고 했던 사람들이 간판만 다르게 달고 나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킬' 나선 김하중, '천정배 표' 가져올까

광주 서구을이 흥미로운 선거구도가 된 데에는 무소속 김하중 후보도 한몫했다.

앞서 김 후보는 당초 국민의당 후보로 서을에서 출마를 준비했다가 천정배 대표의 단수공천으로 북을로 지역구를 옮겼다. 그러나 경선방식을 두고 지도부에 반발, 탈당한 뒤 '천정배 저격수'를 자처하며 서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실제로 김 후보의 선거공약물을 보면 무소속 기호 말고는 국민의당 후보와 다른 점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당의 초록색 바탕에 안철수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와의 사진도 포함됐다.

김 후보는 지난 3일 안철수 대표와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 밑에는 '안철수 대표님이 어젯밤 격려차 저를 찾아주셨네요'라는 글귀가 달렸다. 이에 안철수 대표가 같은 당인 천정배 대표가 아닌 무소속 김하중 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국민의당은 해당사진 삭제를 공식 요구한 바 있다.

같은 날 <시사오늘>이 들린 김 후보의 선거캠프는 여느 무소속 후보의 상황과 달랐다. 활기찬 분위기였다.

캠프 관계자는 김 후보의 탈당배경에 대해 "천정배 대표의 정치적 욕심"을 지적했다.

그는 "당초 김 후보는 서구을에 출마하려고 준비했는데, 천 대표가 야권연대와 당무거부로 승부수를 띄워 단수공천을 받은 것"이라면서 "이에 그간 인간적 교류를 해온 안 대표가 북을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뒤늦게 북을로 옮겼는데, 이번엔 이른바 '천정배 라인'인 최경환 후보에 힘을 실어주려고 지도부가 경선방식에 고집을 부렸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광주 경선에 한해 후보들이 신인인 경우, '숙의배심제 70%+여론 30%'를, 현역이 있으면 '여론 100%'를 원칙으로 뒀다. 김 후보의 경우 뒤늦게 지역구를 바꾼 데 대한 배려로 여론조사만 적용하려고 했으나, 최 후보의 반발로 숙의배심제 70%+여론 30%로 재변경됐다. 

한편, 천정배 선거캠프 측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현역인 임내현 의원이 컷오프되면서 신인후보 경선 기준으로 바꾼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대표 간 갈등설에 대해서는 "야권연대로 두 분 사이에 이견은 있었지만 곧바로 당무에 복귀하는 등 봉합되지 않았느냐"면서 "내분으로 비칠 만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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