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내전①]“적자 가리자”…긴장감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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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내전①]“적자 가리자”…긴장감 팽팽
  • 광주=김병묵 기자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4.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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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내가 진짜 야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광주 김병묵 기자 오지혜 기자)

광주가 술렁인다.

야당의 고향, 민주화의 성지 광주는 그간 대구와 함께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인 대표적 도시로 손꼽혀왔다.

그런데 이번 20대 총선을 에선 한 치 앞을 모를 정도로 혼전 양상이다. 여당의 공세 때문이 아닌 야권 내 분열이 그 원인이다. 제 1야당 더불어민주당과, 더민주에서 탈당한 호남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국민의당의 내전이 발발했다. 서로 자신이 ‘진짜 야당’임을 내세우며 충돌 중이다.

광주의 유권자들은 2번이냐 3번이냐, 파랑이냐 초록이냐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사오늘>은 6일부터 8일까지 광주를 찾아 민심을 듣고 판세를 취재했다.

▲ KTX가 서는 광주송정역 ⓒ시사오늘

출전 선수 : 빛고을의 적자(嫡子)를 가리자

광주의 주요 후보들을 정리해보면, 우선 동구남구갑에선 현역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과 최진 전 청와대 행정관이 맞붙는다. 여기에 강운태 전 광주시장이 무소속으로 ‘옥중출마’를 강행했다. 동구남구을에선 3선의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에게 이병훈 전 광양군수가 도전장을 냈다.

서구갑은 더불어민주당에서 경선을 이기고 올라온 송갑석 전 전남대 총학생회장과 국민의당 송기석 정책위 부의장의 대결 구도다. 서구을은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상임대표가 앞서나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가 추격 중이다. 여기에 김하중 전 전남대 로스쿨 교수가 무소속으로 나서 변수로 떠올랐다.

북구갑은 정준호 지역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김경진 전 광주지방경찰청 부장검사(국민의당)가 맞붙고, 북구을은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전 광주시 부시장과 국민의당 최경환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의 대결 구도다.

광산구갑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정책위 부의장과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의 충돌 속에서 정의당도 나경채 공동대표라는 대형 카드를 내밀었다. 광산구을은 이 지역구에서 재선했던 이용섭 전 건설교통부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을 대표해 나오고,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재선에 도전한다. 지난 재보선에 출마했던 정의당 문정은 전 부대표도 다시 한번 출마했다.

전반전 : 현역 물갈이론

“박주선 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내 주변에선 그리 좋은 말 듣지는 않습니다. 조직도 있고, 박주선 씨를 또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서 기반이 좋으니까 이번(선거)에도 되긴 될 것 같은데……광주 전체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는 못 받고 있제. 사실 박주선 씨 말고도 김동철 씨라든가, 여기 몇 선씩 하던 사람들이 잘 혔다고 하는 사람은 많지는 않은디……그러나(후략)” - 강 모씨(62, 운수업)

광주의 현역, 특히 다선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낮은 편으로 알려졌다. 실제 기자가 체감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광주 시민들의 평가는 당선가능성과 별개로, 부정적인 평이 많았다. 광주에서 ‘현역 물갈이론’이 강하게 몰아친 이유다.

더민주는 이를 앞세워 선거‘의 초반 판세를 주도했다. 총 8개의 선거구 중 현역 여섯 사람이 탈당, 국민의당으로 간 상황에서 더민주는 남은 두 곳도 현역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다. 강기정 의원(북구갑)을 컷오프하고, 박혜자 의원(서구갑)도 경선에서 고배를 마시며 더불어민주당의 광주 대진표는 전부 정치신인으로 채워졌다. 호남 현역 중진을 대거 받아들인 뒤, 사실상 공천한 국민의당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 안경에 비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후반전 : 반(反) 문재인 정서

판세가 뒤집힌 이유는 광주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반(反)문재인' 정서였다. 이전부터 시한폭탄처럼 광주 민심에 숨어있던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결국 터졌다. 마침 광주 시민들에겐 새로운 선택지가 제시됐다. 바로 국민의당이다. 위에서 후략했던 시민의 증언 뒷부분을 마저 적으면 다음과 같다.

“(전략)그러나 나으 생각엔 국민의당을 찍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여. 하던 사람들이 좀 못 했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될 것 같어. 문재인 씨 때문에 2번을 찍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그럼 얼굴이 알려진 현역들이 유리하제. 다른 때 같으면 안 찍었을 사람들도 문재인 씨와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이 너무 못마땅하니까 별 수 있나. 때가 잘 맞았던 것 같어. 그래서 아마도 국민의당 현역 의원들이 이기자 않을까 봅니다.” - 강 모씨(62, 운수업)

요약하자면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했으면 하지만, 문 전 대표가 싫기 때문에 더민주에는 표를 주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국민의당이 될 것 같다는 예측이다. 취재 내내 지역구를 가리지 않고 광주 시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레퍼토리였다. 물론 문 전 대표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광주의 선거 구도는 ‘현역 물갈이 대 반문(反文)정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페널티킥 : 문재인은 왜 광주에서 미움받나

기자가 시민들에게 들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비판여론의 이유는 크게 정리하면 세 가지였다.

우선 문 전 대표가 비서실장을 맡았던 참여정부 때 호남을 홀대했다는 주장이 있고, 다음으론 문 전 대표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사람들을 지난 공천 때 모두 숙청했다는 풍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선거에서 연거푸 지고도 문 전 대표가 너무 늦게 대표직에서 물러났다(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지금 선거에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억울하다 못해 속고 계신 시민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라며 “(문 전 대표와 관련해) 조금만 더 알아봐도 사실이 아닌 일들이 많다. 여당이 만든 덫에 걸려서 새누리만 좋은 일 시켜주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결국 정면돌파를 선택하고 8일 광주를 시작으로 호남방문에 나서기로 한 상황이다.

▲ 광주 서구 운천저수지에 설치된 선거독려 조형물 ⓒ시사오늘

연장전 :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야 결정된다.

광주에서 선거 초반엔 더불어민주당이, 중반 이후로 국민의당이 기세를 끌어올리며 우위를 점하는 모양새였다. 선거 종반으로 가면서는 각 지지층이 결집하며 혼전으로 돌입했다. 분위기를 굳히려는 국민의당을 향해 더불어민주당이 승부수를 띄우고, 무소속 출마 등이 막판 변수로 작용하는 등 판세의 요동이 심상치 않다. 여기에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어떻게 작용할지도 미지수다. 여론조사 공표기간이 끝나고 사전투표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제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남은 방법은 개표뿐이다.

7일 광주 서구 운천저수지에서 만난 한 시민은 “광주는 국민의당으로 거의 기울었다고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또 묘하다.……이젠 정말 뚜껑을 열어 봐야 알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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