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철수와 동교동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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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철수와 동교동 사람들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6.04.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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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한국정치 혁신한다는 소명으로 작은 갈등 넘어서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시사평론가)

때론 분노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그리고 역사는 우연적 사건으로 도약하는 경우가 있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었고, 총선에서 국회에 진출한 4당 중 대안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게 되었다. 안철수로 포장되고 동교동 사람들로 채워진 국민의당은 우리 정치사에서 정치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인가 아니면 걸림돌이 될 것인가?

안철수와 동교동 사람들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사람들이다. 씨름으로 비유하면 되치기 한 판으로 기사회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안철수는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아마추어라는 혹독한 비판에 자칫 버려질 카드였고, 동교동 사람들은 노회했지만 한물 간 구정치인으로 은퇴를 강요받던 사람들이 많았다.

소통 부재의 정권과 오만한 새누리당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 그리고 친노세력에 대한 배신감이 안철수와 동교동 사람들을 다시 살려 놓은 셈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정상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제3 당으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연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데 아직도 국민의당이 제3세력이라는 4·13 총선의 착시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석이다. 

양대 세력 다당제로 치러진 이번 4·13 총선에서 양 세력이 보여 준 정치행태는 권력게임의 추한 단면만을 남겼을 뿐 새로운 인물도 새로운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최악의 선거였다. 냉정히 말한다면, 패자는 있는데 승자가 없는 애매한 선거였다. 유권자들의 응징만 있었을 뿐 기대가 없는 절망의 한 마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 결과, 대안 세력이 새롭게 등장한 것처럼 분석되고 정치체제가 변화할 것처럼 보도된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일부에서 벌써 자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들이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그 국민들이 또다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직설적으로 말하면 안철수와 동교동 사람들, 그들은 누가 왜 그들에게 표를 주었는지 냉정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로또처럼 38석을 얻었지만 한 석 한 석을 소중한 자산으로 여겨서 한국 정치발전의 디딤돌이 되기 바란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새것을 채울 공간이 적지만, 국민의당은 아직도 채울 공간이 많기에 그 빈 공간마다 정책 엘리트와 정치 엘리트로 채워주기 바란다. 지금은 빈 공간이 변화의 힘이고 확장의 기회이다.

국민의당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까? 우선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달라진  정당의 위상과 역할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영국에서 당원의 수가 80%나 감소했다는 사실은 정보사회에서 무당 층이 증가하고 정당의 유동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사회의 대중정당은 이념에 기반한 정체성이 중요했으나 정보사회의 포괄정당은 이슈에 대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이 아직도 정당에서 정체성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을 싸잡아 비판한다. 그리고 일부 정당은 표의 확장성을 의식해서 선거를 앞두고 중도노선을 표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체성 비판과 중도 표명은 이념에 기초한 대중정당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포괄정당을 지향하며 정체성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정보사회에서 정당은 이념보다 이슈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정치가 투쟁에서 경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정당도 경영능력으로 평가받는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점차 유권자들은 소비자가 L백화점 H백화점을 선택하듯 정당을 바꿔가며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선진국에서 4년 전 A 정당에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4년 후 다시 A 정당에게 투표하는 비율이 60% 대라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아무튼 독점적 카르텔 양당 구조에서 제3 당으로 국민의당이 등장했다는 것은 정치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 어설프지만 변화를 추구하는 안철수와 노회한 동교동 사람들이 한 팀이 되었다. 구조적으로 왜 갈등이 없겠는가? 한국 정치를 혁신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갖고 작은 갈등은 넘어서길 바란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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