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귀환에 담긴 정치적 함의(含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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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귀환에 담긴 정치적 함의(含意)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7.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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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친이계 ‘천군만마’…친박계-SD계 ‘견제’
'왕의 남자', 그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로 돌아왔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의 한반도 대운하 프레임과 박사모의 낙선 프레임에 걸려 패배한 지 2년 3개월 만에 정치적 유배생활을 마치고 귀환했다.
 
그야말로 MB와 친이계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그의 귀환은 6·2 지방선거 이후 MB 2년차 국정카드이자 중도실용 노선의 핵심으로 불렸던 세종시 수정안 부결,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인적쇄신 요구, 그리고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인한 친이계 권력암투설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기에 정치권 권력지형 재편에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오 복귀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살리는 동시에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을 한 번에 물리치며 MB정권 2인자의 힘을 보여준 사건이다. 또 불과 2개월 전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등이 중심이 된 반MB연대를 통한 정권심판의 태풍을 미풍으로 바꾸는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 지방선거의 정권심판론을 의식해서일까. 이 당선자는 지난 1일 "은평 없는 이재오는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을 하며 당내 거물급들의 지원유세를 거절한 채 홀로 선거운동을 펼치며 지역발전론을 내세웠다.

▲ 7.28재보궐선거 은평을 지역구에 출마한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가 28일 밤 당선이 확정되자 자신의 선거사무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표는 언제나 견제 심리가 있기 때문에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을 심판했던 유권자들이 이번에 야당을 견제하자는 심리가 깔린 것"이라면서 "이재오 당선자가 선거기간 내내 지역일꾼론을 내세우며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킨 게 주요했다"고 말했다.

우선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은 MB의 국정운영 방향이다. MB는 역대 대통령이 임기초반에 지지율이 높다가 4년차 이후 급속히 레임덕에 빠는 것과는 달리 임기 초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인해 지지율이 급속히 빠지다가 오히려 2년차 ‘중도실용’ 노선을 표방하면서 지지율이 회복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났다.

국가백년대계 불타협론을 내세웠던 MB2년차 국정과제인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상황에서 MB가 국면전환용 카드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 MB의 4년차 국정카드에 이 당선자의 역할론이 부각되는 이유도 그것이다.

지난해 여의도 복귀설이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에서 이재오 역할론이 대두됐다. 과연 이 당선자는 어떤 역할을 하며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확장시킬까.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은 이와 관련, "당내 친이계 내부의 권력 다툼에 어떤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 당선자가 앞장서 정리하고 그간 분산된 당 기강을 재정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의 복귀로 인해 당내 권력의 균형추가 단번에 친이계 쪽으로 쏠리는 이른바 티핑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당내 권력 역학관계에서는 2012년 정권재창출을 위해 이 당선자가 전면에 나서든지 킹메이커를 자임하든지 어떤 식으로든 보폭을 넓힐 가능성이 높다.

6.2 지방선거 이전 당내 떠돌던 정문준-이재오 연대설뿐 아니라 안상수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나경원 최고위원 등 당내 잠룡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모종의 정권재창출 프로젝트를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경우 당내 이상득계를 중심으로 이 당선자를 견제할 수밖에 없어 양측 간 갈등이 촉발되면서 한나라당의 권력암투가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복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박계는 여전히 이재오 귀환을 탐탁치 않게 생각학고 지난 6월 임시국회 당시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부결이 2012년 총선 살생부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도는 상황에서 더더욱 친이계를 견제해 친이-친박이 일촉즉발로 치달을 수 있다.

친박계 의원은 "이 당선자가 국회로 돌아오자마자 개헌 등을 통해 박 전 대표의 입지에 타격을 줄 경우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면서 "친박계가 그냥 가만히 있겠느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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