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지(之)자 행보 '정운찬' 끝내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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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지(之)자 행보 '정운찬' 끝내 사퇴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7.29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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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 지형은 너무 험난하다” 진한 아쉬움 표현
그간 말로만 무성했던 정운찬 총리 사퇴설이 현실화됐다.
 
29일 오전 정 총리 사퇴와 관련돼 정치권과 국무총리실이 한차례 진실공방을 벌였지만 결국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정운찬 총리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보선이 마무리된 지금 주요 정치 일정들이 일단락되면서 MB정부 집권 후반기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여건과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지금이 사의를 표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번에 걸친 사의표명 이후에도 국무총리직을 지킨 이유는 6·2 지방선거부터 7·28 재보선까지 자칫 동요할 수도 있는 정부 근무 기강을 확립하고 중심을 잡기 위해서 였다"면서 "그간 저는 국가 운영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사회의 그늘진 곳을 밝게 하는 균형추 역할을 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 지형은 너무나도 험난하다"고 말하면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하지 못한 점은 개인적인 아쉬움 차원을 넘어 장차 초래할 국력의 낭비와 혼란을 방지하지 못해 자책감이 든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3불정책이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힌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3화정책'으로 정착 시키지 못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가슴에 남는다"면서 "이런 아쉬움과 자책감을 뒤로 한 채 모든 책임과 허물을 짊어지고 국무총리 자리를 떠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 정운찬 국무총리.     ©뉴시스

이로써 한국 케인지안 1세대인 조순 전 서울시장의 수제자이자, 학자시절 MB노믹스와 대립각을 세우던 정 총리는 지난 9·3 개각 이후 MB국정 2인자로 자리에 올랐지만 세종시 총리, 얼굴마담 총리라는 비판을 받으며 끝내 정치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10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직후 민주당은 정 총리를 '세종시 3적'으로 규정하며 정 총리에게 사퇴를 압박했고 이후 범야권이 모두 정 총리에게 사퇴를 압박하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총리실을 중심으로 중도사퇴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앞서 정 총리는 6·2 지방선거에서 참패 이후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목되자 한 차례 이명박 대통령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 총리 거사설 논란 등 당·정·청간 파열음은 더욱 불거졌고 마침내 세종시 수정안이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부결되면서 그의 정치적 꿈은 물거품이 됐다.

결국 정 총리의 이 같은 결정은 청와대 참모진 개각 등 MB하반기 인적쇄신이 단행되자 더 이상 이 대통령에게 국정부담을 주기 않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때 한나라당이 7·28 재보선에서 예상 밖에 승리를 거두자 유임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소신을 지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0개월 단기 총리라는 불명예 퇴진을 선택한 정 총리의 정치적 꿈은 여기서 끝날까.

일단 정 총리는 그간 정치적 야심을 번번히 드러낸 바 있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보폭을 넓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정치현실상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07년 새천년민주당 대권 후보로 거론된 이후 JP에 이어 충청권 맹주를 좇다가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MB정부 국무총리직을 케인지안인 그가 수락하는 등 갈지(之)자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일단 국민적 신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대선 당시 출마의 꿈을 접으면서 ‘조직과 돈이 없다’는 점을 말하기도 했던 정 총리의 경우 향후 제3인물론 등에 꾸준히 오르더라도 그를 보좌할만한 인물과 조직이 없다는 점에서 정치권 입성조차 쉽지 않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 그의 저서 <거시경제학>은 경제학과 학생뿐 아니라 고시생들의 바이블로 통하며 그는 지지를 받은 몇 안 되는 학자였다.

세종시 총리’, ‘얼굴마담 총리’, ‘아바타 총리’ 등의 비판을 받고 떠나는 정 총리. 과연 그는 훗날 ‘정치는 생물’인 현 정치판에 화려한 귀환을 할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고 유배생활을 떠날 것인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10개월 전 정운찬 총리가 내정됐을 때 노회찬 대표는 '장미를 논에 옮겨 심은 것과 같은 모습인데 꽃이 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는데 현실화됐다"면서 "더 이상 아바타 총리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어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자신의 평소 소신과는 달리 4대강 사업의 옹호자를 자체했으며 세종시 수정안 역시 무수한 상처만을 남긴 채 소모전으로 일관하는 한계를 보였다"면서 "향후 새로운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아바타 총리가 아닌 자신의 소신을 발언할 수 있는 총리가 돼야 한다"고 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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