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시사한 반기문, 새누리당 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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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시사한 반기문, 새누리당 구할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5.30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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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 수습·중도보수층 결집·충청 표심 획득 효과 기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 뉴시스

도광양회(韜光養晦)하던 잠룡(潛龍)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상황을 관망하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방한을 기점으로 대선 국면의 전면에 등장했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28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전격 예방하며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반 총장 스스로는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가에서는 사실상 그가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반 총장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국민의 시선은 새누리당에게로 쏠린다. 마땅한 대선 후보 없이 지리멸렬(支離滅裂)하던 새누리당에 돌파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의 방한이 새누리당에게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반 총장의 높은 지지율이다. 삼당합당 이후 민정계와 민주계가 동거해온 여당은 매 선거 때마다 크고 작은 내홍(內訌)에 시달려왔다. 그럼에도 여당이 분당(分黨)의 길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한 대권 주자의 존재 덕분이었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진 유력 대권 주자는 색깔이 전혀 다른 두 계파를 한 지붕 안에 묶어놓는 구심점이 됐다.

반면 지금 새누리당에는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다.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유력 후보들이 제20대 총선에서 적잖은 내상을 입은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의 빅2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상회하는 지지율을 가진 반 총장은 새누리당의 갈등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반 총장이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대세론’을 형성한다면,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大義) 아래 당내 갈등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힐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무성 전 대표의 오른팔로 꼽히는 김성태 의원은 30일 SBS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반드시 새누리당을 통해 대권 의지를 갖도록 해야 한다”며 “소위 ‘비박’이라고 해서 시큰둥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극단으로 줄달음치던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인 것이다.

또한 반 총장은 국민의당으로 이탈했던 중도보수층을 되돌릴 수 있는 인물이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중도보수층이 국민의당으로 이탈한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더불어민주당에게 원내 제1당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30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 총장은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보수층(40.2%)뿐만 아니라 중도층(25.4%)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 총장과 새누리당의 만남은 중도보수 지지층 회귀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충청 대망론’을 등에 업은 반 총장이 정진석 원내대표 선출을 신호탄으로 ‘중원 공략’에 나선 새누리당과 결합한다면 충청권의 민심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남에서 이탈한 민심을 되돌리고, 충청권의 표심까지 얻을 수 있다면 총선 패배 이후 지속된 ‘새누리당 위기론’은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0일 “방한 기간 동안의 행보를 보면 반 총장과 새누리당 사이에 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반 총장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이나 다름없는 새누리당의 대권 후보로 입지를 다졌고, 새누리당은 반 총장의 영향력을 활용해 내홍을 수습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과 새누리당이 ‘윈-윈(win-win)’ 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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